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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이몽룡(조청향)과 성춘향(리려성)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장면.
▲ '춘향아, 울지마라' 공연 사진 극 중에서 이몽룡(조청향)과 성춘향(리려성)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장면.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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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지난 5월 21일, 일본 히가시오사카 외곽의 아라모토인권센터의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춘향가>의 대목 중 <사랑가>, 소리뿐만 아니라 춤까지 곁들인 배우들의 능청맞고 익살스런 연기에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의 어깨도 들썩들썩. 연신 흥이 났다.

오늘 공연은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춘향아 울지마라>,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춘향전>을 각색해 마당극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들은 극단 '달오름'의 배우들이다. 이번 공연에 등장하는 판소리 대목만 9개, 배우들은 공연을 위해 부산과 오사카에서 부산민예총 소속의 소리꾼 양일동씨(양일동소리너름연구소)에게 직접 판소리를 배웠다.

'춘향아 울지마라' 공연을 위해 판소리와 북을 배우고 있는 변령나씨(극단 달오름 부단장), 이번 공연을 위해 달오름 단원들은 부산과 오사카에서 소리꾼 양일동씨에게 2주간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 판소리 수업 '춘향아 울지마라' 공연을 위해 판소리와 북을 배우고 있는 변령나씨(극단 달오름 부단장), 이번 공연을 위해 달오름 단원들은 부산과 오사카에서 소리꾼 양일동씨에게 2주간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 극단 달오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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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현재 일본의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정책 및 보조금 지급 철회 그리고 일본의 여전한 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일동포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지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는 의미로 <춘향전>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 김민수, 극단 '달오름' 단장, 재일동포3세

극단 '달오름', 연극으로 재일동포 정체성을 이야기하다

극단 '달오름'은 2005년 재일동포 3세들이 주축이 돼 창단한 극단으로 제주 4.3의 아픔을 그린 <고도(孤島)의 여명(黎明)>을 시작으로, 1948년 미국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맞서 싸운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다룬 <4.24의 바람> 그리고 최근에는 남과 북, 일본에도 속하지 않는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을 다룬 <약속> 등 14년간 총 20여 편의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4.24의 바람'은 1948년 일본과 미군정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맞서 싸운 재일조선인들의 투쟁을 무대에 올린 작품. 사진은 지난해 10월 부산공연 모습.
▲ '4.24의 바람' 공연 사진 '4.24의 바람'은 1948년 일본과 미군정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맞서 싸운 재일조선인들의 투쟁을 무대에 올린 작품. 사진은 지난해 10월 부산공연 모습.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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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아, 울지마라>의 3일, 총 6회 공연 중 3회에 걸친 우리말 공연, 극단 단원들 대부분이 조선학교 출신들이라 그나마 우리말에 익숙하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란 배우들이 전체 공연을 우리말로 연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번 공연에서 향단역을 맡은 강하나(재일동포3세)씨는 "처음에는 우리말로 공연을 한다는 것이 힘들겠다 생각했지만, 대사연습을 하면서 우리의 옛이야기에서 쓰여지던 말과 대사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라면서 "말은 결국 그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이번 공연을 큰 실수 없이 무사히 마친 것이 너무나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모녀지간인 김민수대표와 강하나양, 강하나양은 "귀향"의 정민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 공연중인 김민수단장과 강하나양 실제 모녀지간인 김민수대표와 강하나양, 강하나양은 "귀향"의 정민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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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뿐만 아니라 극단 '달오름'이 최근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재일동포들의 연극 교육이다. 이번 공연에 참가한 조청향, 조사량, 리려성, 강하나씨는 모두 극단 '달오름'에서 수년간 연기지도를 받은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 춤, 연기 다양한 예술들이 들어가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현재 일본에는 전통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극단들이 거의 없다.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전통을 지켜 나가는 마당극으로 공연할 수 있어서 기뻤다." - 조청향(재일동포3세)

"단원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우리말 공연에 너무 감동했고, 기뻐서 눈물이 났다. 어린 학생들을 잘 지도해서 훌륭한 배우로 키워 낸 극단 달오름에 감사한다." - 김정태(가명, 재일동포2세)

이번 공연은 3일간 전석매진, 30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 '춘향아, 울지마라' 무대인사 이번 공연은 3일간 전석매진, 30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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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 재일동포들의 삶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극단은 도쿄의 '아랑삶세', 시가현의 극단 '돌', 그리고 오사카의 'May', 극단 '달오름' 정도다. 일본에서 재일동포들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무대에 올리는 것은 잊혀가는 그들의 삶과 정체성을 기억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극단 '달오름'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극단 달오름은 6월 22일 부산동포넷 주최 '함께해요, 조선학교' 문화제에서 '4.24의 바람'을 공연한다(부산민주공원 소극장, 오후 4시).

"우리가 도대체 뭐예요? 뭣이냐구요? 우리 같은 약한 여자들은, 우리 같은 약한 자들은, 나고 자란곳에서 당당히 살 권리 하나 없나이까? 이게 제 긍지이고 자부심입니다. 이것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사옵니다. 이게 죄라면 차라리 죽여주시옵소서, 신념을 꺽어야만 하는 삶은 나한테 필요가 없습니다." - <춘향아, 울지마라> 춘향이 대사 중

왼쪽부터 조사량, 조청향, 리려성, 강하나, 김민수, 변령나.
▲ 극단 달오름 배우들 왼쪽부터 조사량, 조청향, 리려성, 강하나, 김민수, 변령나.
ⓒ 극단 달오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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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극단 달오름, #춘향아 울지마라, #부산민예총, #부산동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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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조선학교, 재일동포, 재외동포 관련 뉴스 취재, 다큐멘터리'항로-제주,조선,오사카', '차별' 감독,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총괄사업단장, 이스크라21 대표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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