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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책을 좋아한다. 자간, 행간에 의미 부여하기를 즐기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느라 읽는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지만 말이다.

오늘 외서를 구매하기 위해 교보문고에 접속했다. 평소에는 필요한 책만 구매하고 창을 닫아 버리는데, 마침 생일 선물을 사야 했던 터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아래와 같은 세션을 발견했다.

교보문고 첫 페이지에 독자별 맞춤 분석이 표시된다. 클릭하면 상세 페이지로 이동한다.
▲ 1 교보문고 첫 페이지에 독자별 맞춤 분석이 표시된다. 클릭하면 상세 페이지로 이동한다.
ⓒ 최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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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놀라웠다. 정확히 내 취향을 꿰뚫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책을 빌려 보지 않고 구매해서 읽기만 한다면, 그리고 모든 책을 교보문고에서만 샀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리라.

하지만 필자는 평소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할 때 도서 11번가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SKT 할인도 받고 회사 복지몰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대출도 자주 한다. 동네 책방도 애용하는 편이다.

교보문고가 집에서 멀지 않기에, 주로 퇴근 후에 들리거나 도서관이 일찍 닫는 월요일, 공휴일에 방문한다. 참고로 필자가 최근 한 달 이내에 완독한 책으로는 <좋아요, 그런 마음>, <퇴사 준비생의 도쿄>, <진작 할 걸 그랬어>가 있는데, 그중 한 권(<좋아요, 그런 마음>)만 교보문고에서 구매했었다.

이젠 입사 지원서나 영어 자기소개 준비할 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데이터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 2 이젠 입사 지원서나 영어 자기소개 준비할 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데이터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 최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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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읽는 책의 3분의 1만 교보문고에서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는 정확하게 필자의 성향을 반영했다.

필자는 국내 신간 및 정기간행물을 선호하고,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책을 골라 읽는다(그래서 '롱테일 서적'이라는 표현을 썼나 보다). 또 수필을 즐겨 읽고, 영어 공부를 좋아하고, 최근에는 트래블 라이브러리 방문을 위해 현대카드를 발급 받기도 했다(그리고 다녀왔다).

심지어는 '미래를 준비하는 느긋형'이란다. 주변 사람들이 내 성격으로 혈액형을 유추해도 항상 틀리는 마당에, 취향과 가치관을 간파 당하다니. 반갑기는 커녕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방이 이미 내 다이어리를 공수해서 읽고 온 느낌이랄까?

데이터야, 내가 무슨 책을 좋아하고, 어떤 걸 읽어야 할지 알려 주지 마렴. 우물 안 개구리마냥, 책마저도 정해진 틀 안에서 선택하게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내가 예민한 걸까. 특히나 상위 열독가와 나의 독서 패턴을 비교해 주는 서비스에도 의문을 감출 수 없다.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등수를 매기는 기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사회다.


태그:#교보문고, #빅데이터, #AI, #북큐레이팅, #데이터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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