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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도 곱고 예쁘게 피어 오른 어성초 꽃인데, 이파리와 줄기에는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있어요. 잡풀인 줄 알았는데, 그토록 귀한 약초라니,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 어성초 저렇게도 곱고 예쁘게 피어 오른 어성초 꽃인데, 이파리와 줄기에는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있어요. 잡풀인 줄 알았는데, 그토록 귀한 약초라니,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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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목포 대반동 뒷산 옹달샘이 있는 근처 텃밭에서 잡초 하나를 캐 왔습니다. 비릿한 생선 냄새나는 풀이었죠. 그것들이 요즘은 교회 텃밭에 퍼져 예쁜 꽃들을 피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녀석들의 이파리를 만지면 얄궂은 생선 냄새는 여전히 진동하고 있죠.

중국에서 '생선 비린 내가 난다'고 하여 어성초(魚腥草)라 불리는 여러해살이를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백과사전에선 '약모밀'로, 식물분류학으로는 '삼백초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으로 학명은 'Houttuynia Cordata'라고 불리고 있죠. 붉은색 줄기에 잎사귀는 고구마 순같이 퍼져 있고, 꽃잎은 하얗지만 꽃대는 노랗게 피어오르고 있어요.

우리나라 남부지역을 비롯해 동남아에 많이 분포돼 있는데,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 있다고 하죠. 1945년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터졌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그 척박하고 오염된 땅에 맨 먼저 자란 풀이 그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성초가 방사능 독을 해독시키는 신비의 약초로 알려졌고 지금껏 사랑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성초 재배단지 늘고 있는데, 그런 단지들의 반경 30m 이내에는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어성초를 비롯해 익모초와 계피를 함께 끓인 물은 '천연살충제'로도 쓰이고 있다고 말예요.

물론 어성초의 효능이 잘못 알려진 게 있습니다. 보라색 깻잎 즉 '자소엽'과 함께 차로 우려내 마시거나 머리에 바르면 발모효과가 탁월하다는 것 말예요. 하지만 그것은 어성초 때문이 아니라 다른 피부과에서 처방받는 약물제를 사용한 까닭인 것으로 밝혀졌죠.

다만 그 어성초를 응달에 말려 끓여 마시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고, 요즘 같이 미세먼지로 쌓인 폐의 여러 유해물질도 배출할 수도 있고, 장과 혈관까지도 깨끗케 하는 '해독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하죠. 더욱이 아토피에도 좋고, 염증 같은 곳에는 탁월한 소염제 역할을 해 낸다고 합니다.

이파리는 고구마 순 같이 생겼어요. 꽃봉오리는 노랗게 피어 올랐고요. 이것도 번식력이 강해 많이 퍼졌습니다. 강력한 냄새 때문에 벌레들이 많이 기웃 거리지 않는 것 같아요.
▲ 어성초 이파리는 고구마 순 같이 생겼어요. 꽃봉오리는 노랗게 피어 올랐고요. 이것도 번식력이 강해 많이 퍼졌습니다. 강력한 냄새 때문에 벌레들이 많이 기웃 거리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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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성초를 생각하자니 문뜩 예수님의 12제자 중에 어부 출신들이 떠오릅니다. 베드로와 그 형제 안드레, 세베대의 아들 요한과 그 형제 야고보 말예요. 그들은 경건한 빌립이나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디두모 도마와 알패오의 아들 세리 마태와는 그 결이 달랐죠. 더욱이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나 다대오와 시몬 그리고 가룟 유다와도 차이가 났었죠. 온통 갈릴리 바닷가를 뒹굴며 생선 비린내를 뒤집어쓰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성격도 급격한 다혈질적인 기질을 보였죠.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그들은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태워버리는 게 낫다고 말할(눅9:54) 정도였죠. 더욱이 그들은 다른 제자들과 섞이지 못한 채 높은 자리(막10:37) 곧 냄새나는 자리도 탐한 바 있었죠. 그토록 연약한 자들이었기에 주님께서는 그들을 따로 더 챙겨야(마17:1) 했고, 심지어 부활하신 후에도 갈릴리 바닷가에 나타나셔서 그들에게 조반까지(요21:12) 차려주셨죠.

물론 그 뒤에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한 '성령님의 내주하심'(행2:3) 속에서 그들은 다른 제자들과 온전히 섞여, 믿음의 해독제 역할(행3:1-10)과 선교의 소염제 역할(행15:25-29)을 톡톡히 해 내게 되었죠. 그들의 삶이 어쩌면 어성초와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들을 '어성초 제자들'(?)이라 부르면 이상할까요?

그런데 그것은 군대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군대에서 신병 때는 그렇게도 적응치 못했던 이들이 나중에는 정말로 요긴한 위치에서 여러 동료들을 도와주는 선임이 되어 있고, 사회 초년병 시절의 직장생활에서 선뜻 조화를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새 모든 모임에 약방에 감초처럼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가 돼 있는 이들 말입니다. 그들을 향해서도 '어성초 사람들'이라 부르면 괜찮지 않을까요?


태그:#어성초, #생선 비린 내, #냄새나는 자리, #약방에 감초, #열두 제자 어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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