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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교육감 선거에서 김사열 후보가 홍덕률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박근혜 정권의 수혜자이자 비전문가인 강은혜 후보에게 대구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이다. 홍덕률 후보는 진영 논리와 관계 없는 순수한 제안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김사열, 홍덕률에 대구교육감 후보 단일화 공개 제안)

후보 단일화는 과거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을 제압할 수 있는 도구로 종종 이용되어 왔다. 민주주의가 공고화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과연 단일화가 과거처럼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발전된 만큼 선거 과정도 이와 함께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민주주의적 지도력 경쟁에 위배된다. 지도력 경쟁은 선거로 표현되고, 지도자의 선택으로 마무리되며, 정규적으로 발생한다. 선거에서 후보는 이념에 근거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국민은 자신의 대표자를 승인하고 거부하는 힘을 실질적으로 발휘한다. 더불어 잠재되어 있던 국민의 의사를 등장시키며 국민의 의사가 최고로 집약되어 공약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지도력 경쟁(competitive election)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외부 세력에 의해서든 특정 후보의 당선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후보들에 의해서든 후보 단일화 문제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단히 비민주적인 생각이다. 자유, 평등, 사랑이라는 민주주의의 3대 정신 중 자유에서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먼저 단일화로 특정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면, 이는 피선거권 침해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단일화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면, 이는 유권자의 선거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는 선거전략으로서도 의미가 없다. 특정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 없다. 더불어 단일화로 지목한 대상마저 나약한 후보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상황은 언더독(Underdog: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길 바라는 현상... 편집자 주)보다 밴드웨건(Bandwagon; 선거에서 우세해 보이는 후보쪽에 표가 몰리는 현상... 편집자 주) 효과에 더 잘 반응하는 유권자의 성향을 볼 때, 스스로 패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선언과 다름없다. 단일화 대상으로 지목한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쳐, 이 후보마저도 패배의 범주에 넣어 버리는 월권을 행사하는 행위와 동일하다.

후보 단일화는 상대 진영을 단결시키고 상대 진영이 더욱더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뒤처지고 있는 상태보다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더 크다. 다 잡은 영광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일화가 수학적 공식처럼 들어 맞지 않는다. A 후보에 대항해서 B 후보가 C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C 후보의 지지자 대부분이 B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C 후보의 지지자들이 B 후보가 아닌 후보를 선택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권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독재정권이나 독재에서 민주정권으로의 이행기에서 후보 단일화는 의미가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정권을 연장시키는 형식보다 실질적 발전이 훨씬 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발전에 대한 열망으로는 사퇴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단일후보로 옹립된 지지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국가에서 단일화는 퇴보일뿐만 아니라, 패배 길을 자초하는 악수이다. 김사열 후보와 홍덕률 후보는 자신의 이념과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면 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현명해서, 투표 과정에서 발전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태그:#김사열, #홍덕률, #후보단일화, #단일화,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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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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