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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동 엘레지, 길바닥에서 배우는 지혜

나는 나름대로 오토바이 마니아로 자처하는 사람이지요. 예전에 신문 배달, 짜장면 배달하는 88오토바이로 전국 일주를 네 번이나 했고 할리 데이비슨도 타봤습니다. 아무리 한적한 국도라도 마니아답게 교통법규는 철저하게 지킵니다. 그게 멋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비노클럽을 만나다.
▲ 비노클럽 비노클럽을 만나다.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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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민물 매운탕을 먹으러 경기도 퇴촌을 가는데 오랜만에 스쿠터 클럽인 '비노클럽'을 만났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이십대 초반 친구들이 타던 스쿠터 클럽이었는데 자세히 눈여겨보니 사십대를 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질서를 지키며 두 줄로 나란히 달리는 스쿠터 행렬을 한참 따라가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엄지척을 해주었습니다.

차창으로 손을 흔들어주니 그들도 반갑다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비노클럽 스쿠터의 안전을 위해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까지 뒤를 따라가며 급하게 달리는차량을 막았습니다.
▲ 비노클럽 차창으로 손을 흔들어주니 그들도 반갑다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비노클럽 스쿠터의 안전을 위해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까지 뒤를 따라가며 급하게 달리는차량을 막았습니다.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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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대형 오토바이만 타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두 바퀴 달린 탈 것은 모두 좋아하지요. 얼마나 크고 폼나는 것을 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스쿠터를 타더라도 어떻게 즐기느냐가 항상 고민이었지요.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나서면 바람소리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도랑물 졸졸 소리는 자기를 낮춤으로써 다투지 아니함을 가르쳐 줍니다. 국도변 길가의 나무들은 많은 움직임이 없어도 한평생 자족하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이 나무 저 나무 바람에 서로를 부대끼며 버석이는 나뭇가지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퇴옹 성철스님의 말씀대로 '눈에 보이는 것마다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마다 묘음(妙音)입니다'.

갈림길에서 헤어져 오다보니 다리 위에서 또 만나는군요.
▲ 비노클럽 갈림길에서 헤어져 오다보니 다리 위에서 또 만나는군요.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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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낭만'이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낭만적인 안현미 시인의 시 한 편 감상하시지요.

와유(臥遊) 

(안현미)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태그:#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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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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