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월 하순 세계장미축제가 열릴 때 곡성은 장미의 고장이 된다.
▲ 곡성 장미공원 5월 하순 세계장미축제가 열릴 때 곡성은 장미의 고장이 된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장미꽃 색은 다양하다

장미꽃 하면 어떤 색깔이 연상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붉은색을 떠올릴 것이다. 크고 화려한 붉은색 장미는 보기만 해도 정열과 열정적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5월 14일을 로즈데이라고 하며 연인들끼리 장미를 주고받는데, 이때도 대개 빨간 장미를 사용한다.

하지만 장미는 좀 더 다양한 색깔을 가진 꽃이다. 붉은색 외에도 흰색과 분홍색의 장미가 있으며, 노란색 장미도 있다. 드물게는 파란색 장미도 있다고 한다. 그럼 장미 하면 왜 붉은색을 떠올릴까. 단순히 강렬한 색채라서 그럴까.

15~16세기 영국에서는 약 30여 년에 걸쳐 내전이 있었다. 백년전쟁의 실패 이후 영토가 줄어든 데다 참전 농민들이 귀족들의 사병으로 전락하면서 사병을 앞세운 귀족들 간에 왕권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졌다. 이는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의 대결로 귀결되는데, 랭커스터 가문의 문장(왕이나 귀족 집안의 상징인 그림)이 붉은 장미였고, 요크 가문의 문장이 흰 장미였다. 그래서 이 전쟁을 장미전쟁이라 부른다.

전쟁은 랭커스터 가문의 승리로 끝났고, 헨리 튜더가 헨리 7세가 되면서 튜더 왕조를 열게 된다. 이 가문의 문장인 붉은 장미는 이후 영국의 상징이 되고, 영국의 국화가 된다. 이후 영국이 한때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면서 영국의 국화인 장미도 세계화된다.

우리가 장미 하면 붉은 장미를 연상하는 것도 이 영향이다. 그러니 요크 가문이 승리했다면 지금 우리는 장미를 흰색으로 연상했을지 모른다. 얼핏 보기에 역사나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미꽃에도 현실 권력이 반영되고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전망대에서 보면 장미공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미공원 전망대에서 보면 장미공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곡성 세계장미축제와 섬진강 기차마을

5~6월은 단연 장미의 전성기이다. 크고 화려하여 꽃의 여왕으로도 불리며,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라는 말로 경계할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다.

그러다 보니 5~6월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이들 중 특정 테마파크에서 시행하는 장미축제 외에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장미축제 중 가장 오래된 건 곡성 세계장미축제이다. 올해는 5월 18일(금)부터 27일(일)까지 열린다. 장소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이미 곡성 장미공원의 규모를 뛰어넘는 장미공원이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이곳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 좋다.

일단 섬진강 기차마을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폐쇄된 구 곡성역을 하나의 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기차마을 안에는 길이는 짧지만 타원형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가 있고, 토끼, 소, 당나귀 등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작은 동물 농장이 있다.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느릿한 속도로 섬진강을 따라 가정역에 이른다.
▲ 증기기관차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느릿한 속도로 섬진강을 따라 가정역에 이른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가정역 앞에서 섬진강을 건너갔다 올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이다.
▲ 섬진강 출렁다리 가정역 앞에서 섬진강을 건너갔다 올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이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기차마을에서 섬진강변의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왕복하는 증기기관차가 있다. 옛날식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가는 재미도 좋지만, 가정역에서 내려 가정역 출렁다리를 타고 섬진강을 건너갔다 오는 재미도 좋다. 날씨가 맑으면 섬진강과 기찻길, 증기기관차가 어울린 풍경 자체가 마음 가득 편안함을 준다. 이런 자연 풍경이 더하기에 축제가 즐겁다.  

만약 기차마을 안에 있는 레일바이크가 어린애 장난 같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섬진강변 침곡역에서 가정역으로 가는 길이 5.1km의 레일바이크를 이용하면 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장미꽃밭 너머로 기차가 달린다. 기차와 장미의 어울림이 괜찮다.
▲ 곡성 장미공원 장미꽃밭 너머로 기차가 달린다. 기차와 장미의 어울림이 괜찮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1004 장미공원에서 1004종의 장미를 즐기다

곡성 장미공원은 기차마을 안쪽에 있다. 1004 장미공원(혹은 천사 장미공원)으로도 불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에서 들여온 총 1004종의 장미를 심었기 때문이다. 장미꽃이 붉은색인줄만 아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장미와 색깔을 감상할 수 있다.

더구나 장미는 축제 기간과 상관없이 5~6월 내내 피어 있다. 축제의 번잡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축제 기간을 살짝 피해서 다녀가도 된다. 다만 그늘이 거의 없어 너무 더울 때 가면 빨리 지칠 수 있다. 그리고 야간 개장은 축제 기간 중에만 한다. 특별히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축제 기간에 가야 한다.

장미공원에 들어가면 전망대부터 간다. 이곳 전망대와 맞은편 사랑의 오작교 위에 오르면 장미공원 전체를 한눈에 아우를 수 있다. 그러니 여기부터 가는 것이 좋다.

장미공원의 중심은 소망정과 연못이다. 공원 어디에서나 소망정이 보이니 이를 하나의 표시로 삼아 돌아다니면 좋다. 소망정과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간 길을 따라 걸으면 다양한 색깔로 채색한 수채화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장미공원 안에 있는 휴식처이다. 정자로 이어지는 데크길도 좋고, 푸른 연못도 좋다.
▲ 곡성 장미공원 내 소망정 장미공원 안에 있는 휴식처이다. 정자로 이어지는 데크길도 좋고, 푸른 연못도 좋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그러고 보면 공원은 꼭 팔레트를 닮았다. 붓으로 여러 색깔의 장미를 살짝 찍어 어딘가 화폭에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체험 행사가 치러진다. 주말과 휴일에는 외국인 길거리 공연이 있고, 중앙 광장에 물놀이장이 조성되어 물총놀이가 가능하며 물 미끄럼틀을 탈 수 있다.

5월 26일 토요일에는 장미무대에서 뮤지컬 공연도 한다. 가수 '장미여관'도 온다고 한다. 장미축제에 장미여관이 온다니 구색이 잘 맞는다.

요즘 수백만 혹은 수천만 송이의 장미꽃을 심어 대단위 장미공원을 조성한 고장이 여러 곳 있다. 그래도 여전히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장미 이외에도 이렇게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1004종의 장미를 심은 장미공원에는 붉은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 다양한 장미가 색색의 균형을 이룬다.
▲ 사랑의 오작교에서 본 장미공원 1004종의 장미를 심은 장미공원에는 붉은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 다양한 장미가 색색의 균형을 이룬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여행 정보]

* 주소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52-16
문의: 061-362-7461, www.gokseong.go.kr/tour/   
입장료: 대인 5000원, 소인 및 경로 우대 4500원
증기기관차는 섬진강기차마을 홈페이지(www.gstrain.co.kr)에서 예약한다.

축제 기간 중 주말과 공휴일에는 축제장 진입로가 많이 막힌다. 오전 중에 가는 것이 좋다.

*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순천완주간 고속도로 서남원IC에서 나와 17번 국도 곡성 방향→곡성읍→곡성역 앞을 지나 구 곡성역(섬진강 기차마을) 앞으로 간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용산역과 여수역에서 기차를 이용하거나 전주와 광주에서 시외버스를 이용, 곡성에서 하차한 후 도보나 택시로 축제장에 간다. 곡성역에서는 걸어서 금방이며, 버스터미널에서는 1.5km 걸어간다.

지리산 일대를 휘감아돌며 곡성 지역을 지나는 섬진강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다.
▲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섬진강 지리산 일대를 휘감아돌며 곡성 지역을 지나는 섬진강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태그:#곡성 세계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 #1004 장미공원 , #가정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