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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08년 국가인권기구들의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국가인권위 규정에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과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고,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에서 다양성 보장이 미비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바탕으로 공개적이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선절차를 마련하고, 인권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도 ICC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ICC는 지난 2014년 3월과 10월, 2015년 3월까지 세 차례나 '등급 결정 보류' 판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렇게 등급 결정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한국이 지난 2004년 ICC에 가입한 이후 처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현 국가인권위원장)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에 시민단체들과 인권단체들은 이를 '밀실인선'이라고 비판하며 '내정철회'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등급보류' 결정 수모를 겪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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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정상적인 국가인권위원회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은 오는 8월에 선임될 국가인권위원장의 공개적이고 민주적 인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01년 설립된 국가인권위는 인권과 관련해 때로는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립적 인권기구 역할을 담당했다"라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국가인권위는 국제인권기구로부터 시종일관 A등급으로 인정받았고 국제인권기구 부의장국이 돼 차기 의장국 내정되기까지 했다"라며 "그러나 그 이후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제인권기구로부터 등급 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당시 국제인권기구는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의 비전문성을 지적하면서 위원 임명 과정을 공개하고 시민사회 참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라며 "국가인권위는 어떤 권력이나 정치세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저는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화하여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라며 "개헌이 안 되더라도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의 임명 절차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임명절차부터 국민에게 공개... 새로운 인선 절차 마련해 달라"

문 대통령은 "8월에 있을 신임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절차부터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민주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달라"라며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국가인권위와 협의해 밀실에서 이뤄져왔던 위원장 임명 관행에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인선절차를 마련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민주적 인선을 위한 제도 수립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달라"라고도 당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에 관한 국제적 규범인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임명은 "선거의 방법에 의하든 혹은 다른 방법에 의하든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관련된 시민사회의 사회계층들의 다원적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파리원칙'은 특별히 ▲ 인권과 인종차별철폐를 담당하는 민간단체, 노동조합, 예컨대 변호사·의사·언론인 및 저명한 과학자 연합과 같은 사회 및 전문가 조직 ▲ 철학과 종교 사상의 다양한 경향들 ▲ 대학교 및 자격 있는 전문가들 ▲ 의회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정부 대표들의 경우에는 '자문자격'으로만 심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혁신위 "현병철 재직시절인 2009~2015년 독립성 훼손 사건 많아"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2년 7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2년 7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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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 혁신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기구인 혁신위원회는 법조계와 법학계, 인권·시민단체 등에서 위촉된 외부위원 10명과 내부위원 3명 등 13명으로 구성됐고, 지난 2월 3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당시 혁신위원회는 "국가인권위는 과거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고 설립 목적에 반하는 활동을 했다"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재직 시절인 2009~2015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건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혁신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침해 사례'로 ▲ 2010년 청와대가 전달한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당시 법원에 대한 의견 제출 지연 ▲ 유엔 자유권쟁점목록 의견서 축소 제출 ▲ MBC 'PD수첩' 제작진 명예훼손 관련 의견 제출 ▲ 인권위 직원 부당 징계 및 성소수자혐오행사 대관 사건 등을 꼽았다.


태그:#문재인, #국가인권위원장, #이성호,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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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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