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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화창한 주말에 여의나루 한강공원을 지나간 적이 있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고 기온도 포근한 날이었다. 한강공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엄청난 인파가 여기저기 돗자리와 텐트를 펼쳐 삼삼오오 앉아 놀고 있었다. 나무 그늘이랄 게 별로 없어 벌써 뜨거워진 한낮 햇빛 아래 앉아 배달 음식이나 싸온 음식을 부지런히 먹고들 있었다. 편의점과 화장실에 늘어선 줄은 끝이 없었고, 전철역 부근에는 치킨, 피자 배달 전단을 나누어주는 아주머니들이 바빴다. 한강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한강의 연간 방문자는 70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인파에 하도 정신이 없어, 강가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콘크리트에 막힌 깊은 물이 조용히 출렁대고 있었다.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나는 밤섬을 바라보며 일행에게 아는 체를 했다. "저기 밤섬 보이지? 왜 몇몇 나무들이 하얗게 변했는지 알아? ("몰라"). 그건 가마우지 똥이래." 수심 깊은 강은 위험해 보였고, 시멘트 바른 강가는 삭막했다. 같은 공간인데도 한강과 소풍 나온 사람들은 참 멀어 보였다.

한강복원시민행동 토론회 염형철 물개혁포럼 대표가 한강복원시민행동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한강복원시민행동 토론회 염형철 물개혁포럼 대표가 한강복원시민행동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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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저녁에 서울시청 근처 스페이스노아에서 '한강복원시민행동' 첫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우리가 보는 한강과 다른 한강을 꿈꾸는 시민들이 모인 자리였다. 나는 1990년대에 서울에 와서 한강을 처음 보았다. 지금의 한강보다 더 삭막한 풍경이었다. 당시 있던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고수부지 강가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물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었다. 한강에서 유람선 타고 한강철교를 지나거나, 오리배도 타봤다. 그냥 그랬다. 검게 일렁이는 수면이 좀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환경연합이라는 단체를 통해 원래 한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 1960년대에는 한강에 나와 강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은빛 모래 반짝이는 한강, 토종 물고기들이 사는 한강, 시민들의 편안한 휴양지가 되어주던 한강이 있었다.

해운대도 아니고 한강에서 강수욕이라니. 새들과 어류, 나무들이 어우러진 센트럴 파크 같은 한강이라니. 그런데 그런 한강이 가능하다고 믿고, 어렵지 않게 복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모여 한강복원시민행동을 시작했다. 이 모임을 제안한 염형철 씨는 올해 초까지 환경연합 사무총장이었으며 지금은 물개혁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강 살리기에 인생을 걸고, 강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가로 20여 년을 살아온 염형철 대표는 4대강 반대를 위해 이포보 위에서 44일을 버틴 사람이다. 환경운동에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는 언제나 물 이슈에 집중해왔다. 그래서 강 살리기가 여생의 염원이고 목표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돈키호테처럼, 그는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겨울 1월 14일부터 3주간에 걸쳐 한강 구간을 전부 걸었다. 총 길이 545 km. 한강 발원지인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하여 김포 한강 하구까지 혼자 걸었다. 그 순례 같은 여정을 통하여 그는 강의 아름다움, 개발로 막힌 강의 슬픔, 강에 깃든 새들과 나무들의 생명력을 보았으며, 반드시 한강을 복원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한강을 걷고, 한강에서 쉬고, 한강에서 생태 문화 공부하고... 한강이 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함을 절감했다.

한강행동 한강복원시민행동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행사 후 복원된 한강 미래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한강행동 한강복원시민행동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행사 후 복원된 한강 미래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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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복원을 꿈꾸는 사람이 염형철 대표만은 아니다. 4대강 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여러 환경단체나 개인들, 겸재 정선의 산수화에 드러난 한강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예술가들, 한강에 사는 물고기가 궁금한 대학생, 두물머리에서, 서강에서, 또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보존 활동을 해온 사람들, 4대강 문제와 자연 복원을 줄기차게 취재해온 남준기 기자, 김규원 기자 같은 언론인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를 위해 시민들에게 경청하러 온 녹색당과 정의당 관계자. 한강복원시민행동 자리에 4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서강에서 시작해서 4대강까지, 또 쓰레기 시멘트 문제, 용인 지역 난개발 문제 등 환경 문제에 온 몸을 던져 싸워온 최병성 목사님. 그가 한강 복원을 위한 청사진 제시를 하며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그는 4대강 복원의 시작은 한강 복원으로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오세훈과 이명박이 망쳐 놓은 한강을 비판하며, 지금 한강의 현실은 죽음의 강이라는 것을 발로 뛰어 취재한 사진들로 보여주었다. 신곡보를 해체하기만 해도 큰 변화가 생길 한강. 지금 밤섬도 보면 모래가 점점 쌓이며 커지고 있다고 한다. 보를 열면 밤섬의 모습이 전체 한강의 모습이 될 거라며 복원을 역설했다. 복원된 독일 이자르 강의 모습을 보면, 한강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병성 목사님의 한강 복원 청사진 강연에 참여자들은 열광했다. 거의 '한강 부흥회' 같은 열기였다.

이어 환경연합 신재은 국장이 발제를 이었다. 그는 대놓고 박원순 시장을 비판했다. 임기 동안 한강 복원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이미 환경연합은 한강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박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로부터 7년 동안 변화는 없고 오히려 나빠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강복원의 핵심은 신곡보 해체. 신곡보는 1988년 지어졌고, 줄기차게 해체 요구를 받지만 아직 박원순 시장은 해체 계획이 없다.

신곡보는 지금 무용지물이라는데, 왜 해체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한강 복원의 걸림돌은 무엇일까. 그런 주제를 놓고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물이 가득 차서 풍부한 한강의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풍요와 발전의 이미지로 자리 잡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결국 몇몇 정치인들에게만 기댈 것이 아니라, 한강 복원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여 한강 복원을 위한 역할을 하기로 하고 자리를 끝맺었다. 언론인은 좋은 기사로, 예술인들은 예술 작품으로, 시민들은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여 알리는 식으로 한강 복원을 위해 시작해보기로 했다.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로 당선될 서울시장이 당장 신곡보 해체하고 한강 복원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도 모른다. 결국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은빛 모래 반짝이는 한강의 아름다움을, 생태적으로 풍부한 한강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 아이들이 가질 부드러운 생명 감수성을,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게 줄 수 있는 자연의 위로를, 콘크리트 덮인 죽음의 한강이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한강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한강에서 이 노래를 부를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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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고 여행하는 삶을 삽니다. 북클럽 문학의 숲을 9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을 잇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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