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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원주시가 전국 최초로 박경리문학공원에 세운 박경리 선생 좌상. 심정수 조각가 작품이다.
 2009년 원주시가 전국 최초로 박경리문학공원에 세운 박경리 선생 좌상. 심정수 조각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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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 매지 봄뜰에 서다'... 강연회·음악회 등 개최

고 박경리(1926~2008) 선생은 1980년 원주에 정착한 뒤 세상을 등지고 철저한 고독 속에 작품 활동에만 매달렸다. '작가는 글로 말하면 그뿐'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그로부터 14년만인 1994년 8월 15일, '토지' 4·5부가 완간되며 원주는 '토지의 고향'으로 불린다.

선생은 토지를 완간한 뒤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원래의 대지, 본질적인 땅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원주(原州)', 그 이름 자체를 사랑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1985년 '원주통신'에서는 "먼 길을 나섰다가도 서원대로에 들어서면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며 원주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선생을 존경하고 흠모한 원주시민들의 마음도 선생이 원주를 사랑한 마음 못지 않았다. 2008년 선생이 타계하자 시내 전역에 선생을 보내는 시민들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으며, 선생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매지리 주민들은 별도의 제수를 준비해 선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준 문학혼과 생명사상은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도 박경리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을 찾는 수많은 사람을 통해, 원주문협, 토지사랑회 등 활발한 모임을 통해, 소설 토지의 날, 소설 토지학교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과 마음으로 전파되고 있다.

(재)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이 선생의 음력 기일을 이틀 앞둔 오는 12일 토지문화관과 토지문화관 앞 매지문화마당에서 '박경리 작가, 매지 봄뜰에 서다'라는 타이틀로 선생 타계 10주기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문학강연과 동상 제막식, 음악회 등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날 공개될 박경리 선생 동상이다(본보 4월 9일자 2면 보도). 2009년 원주시가 전국 최초로 박경리문학공원에 건립한 전신 좌상에 이어 원주에 세워지는 두 번째 선생의 동상이다.

(재)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토지문화관 앞 매지문화마당에 세워질 동상은 브론즈 재질로 대지를 의미하는 높이 50㎝의 책 모양 좌대 위에 책을 두 손으로 펼쳐든 선생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생전 선생의 성품대로 소박하고 아담한 135㎝ 크기의 입상이다.

2015년 통영에 설치된 박경리 선생 동상. 서울대 조소과 권대훈 교수가 제작했으며, 박경리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아 오는 12일 토지문화관 앞 매지문화마당에 같은 작품이 세워진다.
 2015년 통영에 설치된 박경리 선생 동상. 서울대 조소과 권대훈 교수가 제작했으며, 박경리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아 오는 12일 토지문화관 앞 매지문화마당에 같은 작품이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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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시와 소설 토지의 작품 배경지인 하동군이 각각 통영시 산양읍 박경리기념관 앞과 하동군 악양면 박경리문학관 앞에 세운 동상과 같은 디자인이다. 한국과 러시아 민관 산학협의체 한러대화(KRD) 주도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건립이 추진 중인 동상과도 같은 작품이다. 한국인 최초로 '더 잭 골드힐 조각상'을 수상한 서울대 조소과 권대훈 교수가 제작을 맡았다.

다른 점은 책 모양 좌대에 새겨질 문구다. 통영과 하동에는 선생의 유고시집 제목이자 시 '옛날의 그 집' 마지막 시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한글로 새겨져 있지만 토지문화관 앞에 세워질 동상 좌대에는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져 놓여질 예정이다. 선생의 에세이집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에서 따왔다.

같은 제목의 산문에서 선생은 "개발의 소음 속에서 숨을 죽이며 떨고 있는 숲의 나무들처럼, 바로 그런 끔찍스러운 것을 끔찍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내 동기간이며 나는 그들을 가슴 뜨겁게 사랑한다"고 썼다.

토지문화재단 김영주 이사장은 "'토지'를 완성하고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작가의 소망이 담긴 '원주', 한국 작가를 대표해 동상이 설립되는 '러시아', 작가의 고향인 '통영', '토지'의 배경인 '하동' 등 러시아-원주-하동-통영이 같은 형상을 갖춘 작가의 동상으로 하나의 문화적 벨트가 되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았다"며 "토지문화관에 입주한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을 격려하고, 원주를 찾는 탐방객들에게는 박경리 선생의 모습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상을 건립, 원주시에 기증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동상 제막에 앞서 오후2시부터 석영중 고려대 교수의 '박경리 선생과 러시아 문학' 강연이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오후3시30분 동상 제막에 이어 오후4시30분부터 매지문화마당에서는 기념 음악회가 계속된다. 원주시립교향악단 관악 합주로 시작해 고 박경리 선생의 시 '바람' '연민' '가을'에 조가현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김윤경 작곡가가 곡을 붙인 가곡과 연주곡이 연주된다. B to M 앙상블, 소프라노 조현애와 테너 강훈 등 국내 대표 성악가, 원지영 씨가 지휘하는 원주시민청소년오케스트가 함께한다.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토지문화재단 홈페이지(www.tojic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766-5544(토지문화관)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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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원주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박경리, #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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