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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함께 승선하여 먼바다로 큰 파도를 헤치고 떠날 통통배 이름을 공모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광화문 촛불"이 어떨까 싶습니다. 유행가 가사 같기도 합니다.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운영사례 연구"(교육과정평가연구, 2016, vol. 19)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여 오늘의 생각을 시작할까 합니다. 내용 가운데 아래는, 광역시 교육청 한 곳에서 2014년 실시한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추진 일정"입니다.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추진 일정(2014)
▲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추진 일정(2014)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추진 일정(2014)
ⓒ 이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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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교육청이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본 시범학교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쉽사리 찾을 수 있습니다. 공모·선정*은 교육청에서 공문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문을 접수한 일선 학교는 안 그래도 바쁜 학사일정으로 정신이 없을 말단 영어교사 한 명을 영어독서 담당으로 콕 찍겠지요. 누군가 자원해 그 일을 맡겠다고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은. 영어회화전용 강사 아니면 나이가 제일 어린 기간제 교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다음 예산**이 내려오고 담당자가 속한 부서의 부장이 담당부장 연수***를 다녀오며 교육청에서 제작한 팸플릿이나 연수자료를 담당자 책상 위에 던져 놓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면 이제 외부 일정은 일단락됩니다. "영어독서 관련 일은 앞으로 당신이 잘 알아서 하시오. 나는 내 할 바를 다했소!" 하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지요. 사실 담당부장이 통상 교육연구부장일 가능성이 큰데 연구부장이 왜 수도 없이 연수에 동원되는지는 위의 표만 보아도 쉽사리 알 수가 있습니다. 군대식입니다. 본부에서 작전을 짜고 야전사령관에게 하달하는 전형적인 상명하달의 군대식 방식입니다.

그런 다음 한 두어 달 후에 "컨설팅"****이 학교를 방문합니다. 장학사가 중심이 되거나 아니면 일선 학교에서 경험이 많은 교사가 주축이 되는 2~3명의 팀이 사전 예고를 하고 학교를 방문합니다. 이 과정도 재미난 것이 통상 컨설팅이라고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는데 수학교사를 20년 하신 분이 영어 관련 컨설팅을 나오기도 합니다. 하긴 과목이 달라도 기본은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는 오롯이 모든 책임이 담당 교사에게 돌아옵니다. 프로그램을 기안하고 운영해서 그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 모두가 행정실무로 허덕이는 교사에게 말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친절하게도 교육청에서는 공문을 통해 아예 표를 만들어 그 표 안에 들어갈 말만 적을 수 있도록 합니다. 여러 학교 자료를 집계하는 교육청 실무자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편의적 발상입니다. 아무튼, 일선 학교들이 통일되게 움직이도록 지휘 감독하는 곳이 교육청의 본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까요. 다음은 그냥 정해진 코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고서 만들고 정산서 제출하고 우수학교 선발하고 표창하고 사례 일반화시키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자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 위 광역시에서 진행한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추진은 어디가 문제가 있다고 보셨나요. 교육기관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이제 문제점을 우리 통통배 미래 승객들을 위해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문제점 1. 교사·학생·학부형 즉 영어독서 사용자("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를 추진하면서 광역시 교육청에서 교사·학생·학부형이 중심이 되는 수십 수백 명의 교육 소비자들 즉 고객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밟았을까요. 자동차 회사에서는 신차가 설계되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직접 과정에 참여시킵니다. 신차 한 대를 개발하기 위해 100대 정도의 차량이 부서지거나 분해되는 산고의 진통 과정 이후 비로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양산 차가 출시되는 것이지요. 영어독서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우선 고객의 생각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문제점 2. 보고서는 사진 위주로

추진 일정이 마무리되면 무엇 무엇을 하였다는 활동 중심으로 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습니다. 사진이 많을수록 더 현장감이 높아집니다. 정성적 평가야 그렇다지만 정량적 평가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선생님도 계시겠지요. 고민 안 하셔도 됩니다.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결과는 정성적 평가에 한정됩니다. 설문조사 한 번 하는 식과 유사한 결과입니다. 교육청에서 하달한 지시인지라 사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외람됩니다. 교육청은 자율과 창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문제점 3. 예산에 대한 책임 소재가 없다

한 학교당 4백만 원이 투입되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해당 광역시에서는 2015년 1년간 20개 학교가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8천만 원이 투자되었습니다. 기업에서 세후수익 기준으로 8천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려면 매출이 얼마나 되어야 할까요. 넉넉하게 이익률을 20%로 잡아보겠습니다.

매출 x 20% = 8000만 원으로 최소 4억 원어치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8천만 원이 순이익으로 보장됩니다. 그랜져 10대 정도 팔면 될까요. 아님 갤럭시 폰은 한참 더 많이 팔려야겠네요.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8천만 원 이상의 가치가 부가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정량적 결과에 대한 분석은 없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영어독서를 좋아하더라," "교사들의 영어독서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정도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더 있겠으나 세 가지만 짚었습니다. 교사·학생·학부형이 배제된 채 교육청이 작성한 공문이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없음은 모두가 이제 공감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반면 이런 건 어떨까요. 교육청의 예산 지원 없이 학교의 지원·간섭을 배제한 상태에서 실제 고객인 학생을 위해 교사·학생·학부형이 머리를 맞대고 영어독서라는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은요.

우리가 하는 방식 소개

솔직히 말해 저도 아직 학부형 모두를 영어독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참여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우선 시작단계에서 더 촘촘히 살피지 못하고 시작하는 바람에 학부형을 모실 기회를 놓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학부형들이 영어독서를 그리 훌륭한 학습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이 부분이 저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으로 아직도 남아있긴 합니다.

1. 우리가 하는 영어독서 모임 단위

영어독서 모임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사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학원에 등록하여 학원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됩니다. 다음은 학교가 실시하는 독서 모임입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교육청 산하 단위 학교 단위로 할 수도 있고 개별학교에서 동아리 단위로 모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이 우리가 하려는 모임 즉 정규수업으로 영어독서를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통통배 선장인 저는 지난 4년간 중학교에서 영어독서를 했습니다. 일주에 한 번 교실에서 영어독서를 합니다.

2. 우리가 하는 영어도서 선정 방법

- 순전히 자신이 선택하도록 합니다. 근본적인 기준은 자신의 영어 실력(독해력 기준) 대비 95% 수준으로 권유하여 재미 중심으로 읽을 수 있는 도서 선택을 유도합니다.

- 기준은 필요합니다. 렉사일 지수를 별도로 측정하던가 르네상스와 같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독서지수를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교사가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학생 개개인의 독서지수를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 가능한 소설을 선택하도록 권하여 흥미 위주로 속독하며 결과적으로 다독으로 유도하는데 가장 큰 이유로 어휘량 확장과 수능시험 대비를 위한 독해능력 향상을 위해서입니다.

3. 우리가 읽는 영어책 분량 및 독후 활동

- 한 권의 도서를 2주 이상 계속해 읽는 것은 제 경험에 비출 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독서는 모름지기 제한된 시간을 통해 책과의 일대일 상호작용의 압축된 결과입니다. 매 30분 읽고 10분간 휴식같이 하지 않습니다.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몰입하여야 합니다. 45분 내로 읽을 수 없는 경우 집으로 가져가서 읽어오던가 아니면 그다음 주 45분 내로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 독후 활동은 자신이 원하는 독후감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급 대부분 학생은 만화 그리기를 선호하고 상위권 학급의 경우 우리말과 영어 독후감 작성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납니다. 교사는 학생이 독후감 방식 선택이나 독후감 활동 결과로 독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들지 않도록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첨삭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독후감의 경우 첨삭된 내용은 자칫 학생들에게 내용이나 재미 대신 문법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게다가 원어민이 아닌 이상 교사의 영어 실력도, 큰 틀에서 보면,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히 습관적으로 작문을 잘못하지 않는 한 반복되지 않는 문법적 실수 등은 첨삭을 하지 않습니다.

4. 영어독서 지속을 위한 동기 부여 관련

- 도서관에 충분한 도서가 있어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을 때 학생들이 독서를 지속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를 위해 사전에 도서관 사서와 협의하여 우리말 책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를 과학적인 통계기법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어도서의 장르를 굳이 책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전 조사에 근거하여 다양한 도서 구비가 관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포츠, 음악, 영화, 패션 등에 대한 미국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읽는 신문, 잡지도 청소년 문학 수상작처럼 취급되기를 희망합니다.

- 만화부터 시작하여 정전으로 이어지는 영어도서의 단계별, 체계적 확충이 시급합니다. 도서관 장서에서 영어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림잡아 현재는 5% 미만입니다. 영어학습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왜 영어도서가 우리말 도서만큼 아니 그 이상 절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영어독서를 계속하게 하려면 궁극적으로 영어성적이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를 스스로 체득하도록 해주면 됩니다. 수능 문제를 더 빨리 풀고 더 많이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면 됩니다. 이 부분이 동기 유지의 핵심입니다.

5. 영어독서 미시적/거시적 환경 극복에 관하여

- 미시적 환경 극복: 학교생활은 이벤트의 연속입니다. 수련회, 소풍, 체육대회, 과목별 경시대회, 축제, 그리고 중간·기말고사가 연간 2회 있습니다. 마음 놓고 계속하여 책을 읽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최소 2주 전부터는 동아리 활동이 중단됩니다. 각종 이벤트가 영어독서 읽기와 일정이 겹치면 최대 2~3주 이상 동안 영어독서를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교사가 솔선하여 반드시 영어독서는 연말까지 계속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 거시적 환경 극복: 고등학생들은 대학입학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정규수업 외 별도로, 예를 들어 영어독서, 무언가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어독서가 영어 실력 향상에 실질적이고 유일한 방법임을 계속하여 교육하고 증명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은 이 단계에서 대부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입시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진정한 역할이 여기 있습니다. 학생이 교사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독서의 결과를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6. 평가 – 능숙도, 어휘량, 읽기 속도, 이해도 등에서의 향상도 측정/분석/평가

-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학생들은 막연히 영어독서를 우리말 독서의 연장으로 생각합니다. 영어독서를 통해 대학입학시험을 위한 수학능력시험 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어 과목은 실력을 올리는데 영어독서만큼 좋은 방식이 따로 없습니다.

- 따라서, 영어독서 시작 전·후로 나누어 학생들 영어 능숙도, 어휘량, 독해능력 등 정량적 분석이 필수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읽은 책 권수, 책에 담긴 어휘의 총량, 도서의 레벨 등과 영어 능력 향상 간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여 영어학습에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힘들게 기사를 읽어주신 독자들이라면 아마 여러 의문이 남으실 것입니다. 너무 추상적이라든지 아니면 교사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사실 추상적이기도 하고 한 교사의 능력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교사가 수천, 수만 명으로 늘어나기를 희망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교과부에서 기획하여 일괄적으로 하달하는 방식이 아니고 일선 학교에서 풀뿌리들이 모여서 나름대로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과 함께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하나둘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나고 수천, 수만으로 늘어날 때 비로소 모두가 희망하고 염원하는 최적의 공통분모를 찾지 않을까요.


태그:#영어독서, #시범사업, #장학사, #교육청, #정량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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