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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자 <조선일보>
 지난 2일 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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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평화협정땐 미군 주둔 어렵다"

지난 2일자 <조선일보>의 제목이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선 것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보도 뒤 보수 야당이 문 특보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분명히 국민에게 밝히라"(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현 단계에서 어떤 형태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고 공세를 폈다.

문제가 된 문 교수의 글은 지난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에 실린 글이다. 이 글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선언이 나온 경과와 요점을 해설했다. 또 앞으로 열릴 북·미정상회담과 연관지어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전망했다. 또 문 대통령이 이 선언의 이행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전달하고 있다.(포린 어페어스 원문보기)

문 교수는 이 글에서 북·미정상회담의 난관이 비핵화의 세부사항을 합의해야 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계적·동시적' 접근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괄적 '원샷 딜'사이의 타협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협상에서) 북한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 뒤에 이어 문제가 된 주한미군 관련 내용이 나온다. 다음과 같다.

"한국 역시 국내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는가? 평화협정 채택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 한국에 주둔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군의 감축과 철수에 대해 거센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문 대통령에게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의 이행도 보장하기 위해서 국회의 선언 비준을 추진하고 싶겠지만 보수적인 야권이 이행 노력을 가로 막고 비준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평화협정 체결 시엔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으로서의 주한미군 주둔 명분은 사라진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계속 주둔 명분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고, 이 문제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4월 30일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글.
 4월 30일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글.
ⓒ 포린 어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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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문정인 생각 "주한미군 철수 수용 가능성은 제로"

'평화협정 이후의 주한미군'에 대한 문 교수의 생각은 지난 달 13일에 게재된 <시사in> 기고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시사인> 기고문 보기)

"비관론과는 또 다른 차원의 회의론도 있다. 이들은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평양의 농간에 놀아나 오히려 손해나는 협상 결과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평화체제의 대가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연방제' 제안을 수락할 것이다. 셋째, 평양이 소위 분리(decoupling) 전략을 구사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만을 검증·폐기하는 조건으로 주한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오려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다.

이 세 가지 주장 모두 뚜렷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주한 미군 위상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이후의 국내정치적 혼란과 전략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연방제 수용 주장은 아예 '픽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이 아직 실전 배치도 제대로 안 된 북한의 ICBM이 무서워서 그 폐기를 전제로 핵을 용인하고 주한 미군을 철수한다? 문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남북정상회담 논의방향과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남북정상회담 논의방향과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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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없다는 게 문 특보의 예측이다.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문 특보는 "북한이 주한 미군의 철수를 비핵화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은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사석에서도 그는 '항구적 평화체제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평화협정으로 유엔군의 지위를 잃게 될 주한미군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거나 '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이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히 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주한미군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휴전 이후 줄기차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던 북한도 관련 내용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식으로 공세를 펴는 야당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문제제기와 야당의 공세 이후, 문 교수의 기고문은 '주한미군 철수론' '주한미군 철수 기고문' 등으로 명명돼 마치 그가 주한미군 철수론자인 것처럼 들리는 상황이다.

 5월 3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미군철수 주장 복창은 이적행위다' 제목의 글.
 5월 3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미군철수 주장 복창은 이적행위다' 제목의 글.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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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 "미국에선 '그게 왜 문제야?'라는 분위기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등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미국 쪽에서 먼저 나왔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지난 4월 27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물론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고 합의하자 미국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의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말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미군의 해외주둔에 부정적이었다. 한국과의 무역불균형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데 대가로 뭘 받고 있냐'는 식으로 말 해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도 미국은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 뒤엔 누가 제기하든 주한미군의 지위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 교수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기고하면서 그런 측면을 미리 짚은 것에 불과하다.

그는 3일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여야 국회의원, 학자 등과 함께 미국외교협회, 아틀란틱카운슬 등을 방문해 토론회 등을 하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난다. '1.5트랙 외교'라고도 불리는 공공외교의 일환이다.

여기 함께 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하루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곳 전문가들은 문 특보의 기고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것도 한국 문화냐'며 되묻는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적으로서의 북한은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러면 밤낮 북한과의 재래식 전쟁을 준비해 온 주한미군은 뭘 하죠? 할 일이 없어지면 그 역할과 성격은 당연히 재검토하게 되겠죠? 그게 왜 이상하냐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교수가  4월 30일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 (A Real Path to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오랜 세월 분단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남북한 비무장지대의 판문점에서 4월 27일 12시간 동안 예상치 못했던 평화의 기적이 만들어졌다.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했다. 북한의 과거 군사도발, 점증하는 핵무기, 지난 한 해 한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첨예한 위기감을 감안하면, 이러한 국면의 전환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 차례 남북한 정상회담(2000년, 2007년, 2008년)에 모두 참석해본 결과 나는 이번만큼은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고 항구적 평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난관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는 논평이 많지만, 이는 지난주에 거둔 성과의 크기를 간과하는 것이다. 양 정상은 그저 고위급의 약속만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이행을 위한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으며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 효력이 있는 구체적 방안들도 마련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산적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평화 합의가 몇 달은 아니더라도 몇 년 안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한국전쟁의 종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남북관계를 성공적으로 정상화했고, 양 정상이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남북한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8·15 광복절에 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2007년 합의를 토대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제거할 분수령이 되는 합의도 있었다. 남북한 정상은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고 비무장 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 것임을 약속했다. 또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남북한 군사당국자 및 국방부 장관 사이의 활발한 상호협력, 교류, 왕래와 수시 만남을 위한 공동 군사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군사적 대책을 취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판문점 선언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60년 이상 지속되어온 현재의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역사적인 남북한 공동의 약속도 포함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두 정상은 군사적 긴장 해소와 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의 연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는데 동의했다. 그 회담들의 목표는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획기적 사건들

현실적으로 이러한 약속들은 중요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진짜 중요성은 그 너머에 있다. 과거 어떤 합의나 선언에서도 이런 담대한 목표들이 제시된 적이 없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경제우선" 주의에 기반한 기능주의적 입장을 취해온 반면, 북한은 "군사·정치적 문제들을 우선시" 해왔는데, 이번에 양 정상은 이 오랜 간극을 좁히는데 성공했다. 판문점 회담은 남북한이 군사·정치적 문제들에 집중한 첫 남북한 정상회담이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했다는 사실 역시 획기적이다. 과거 북한은 핵문제는 오직 북미 간에 다루어질 문제라고 주장하며, 핵을 남북한 회담의 의제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김 위원장은 핵에 대한 명문화된 약속을 했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공개 보도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아직 가동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들을 폐쇄하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여 그 과정을 사찰 및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담 내내 김 위원장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또는 한미동맹을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또한 문 대통령에게 미국으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밝혔다. 수시적인 만남과 신뢰 구축,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료, 불가침 조약이 그것이다. 만약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이것이 그가 비핵화를 종전 및 평화체제 구축과 결부시키려 하는 이유이다. 판문점 선언이 말해주듯 만약 한국전쟁 종료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 할 것이다.

끝으로 양 정상은 지난 합의들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합의내용에 대한 이행 약속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했다. 이미 5월 중으로 예정된 고위급 회담과 장성급 군사회담을 비롯해 주요 회담과 일정의 날짜가 선언문에 명기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8월 15일에 개최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번 가을 북한을 방문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가시밭길

이런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이번 회담은 김 위원장의 전략적 관여 결정이 없었다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만남을 제의하고 개획한 것도 그였다. 추측컨대 김 위원장은 한국의 경제적 지원도 필요했을 것이고(신년사에서 그는 핵무기를 대가로 치르더라도 경제 발전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을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접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결정만큼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북한 대표단의 방남 때 보여준 문 대통령의 진정성, 열린 자세, 북미 간의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핵심적이었다. (한국은 또한 수차례의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 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문 대통령의 북한 접촉을 독려한 것 역시 남북한 정상의 만남을 견인했다.

그러나 많은 관측통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것은 가시밭길의 시작이다. 판문점 선언이 아무리 포괄적이라 할지라도, 한반도의 뿌리 깊은 갈등상황을 항구적 평화로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긴장을 와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군축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특히 숙적들 간에는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북한의 비핵화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북·미가 비핵화는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폐기(CVID)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한다 해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다르다. 미국의 입장은 "선 CVID, 후 보상"이지만,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및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우선 비핵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약속과 조치를 취하고 선언, 사찰 및 검증 가능한 폐기를 단 시간에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절충적인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핵심은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핵시설, 물질, 폭탄을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제거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회의적인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취하며, 북한이 행하는 모든 조치마다 미국의 호혜적 조치가 따르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과거에 북한은 자신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않으면서 보상을 받아냈었다. 김 위원장의 불확실한 국내 상황은 이런 회의론을 더욱 부채질한다. 북한군이 김 위원장의 무자비한 통치에 많이 길들여졌다 해도, 북한군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도 미국도 단계적 접근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북한이 그 방식을 추구한다면 합의 전체가 결렬되고, 또 다른 위기와 군사적 행동, 심지어는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고 북한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 자신이 핵을 쥐고 있을 때의 가혹함과 비핵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크나큰 이익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므로 북한이 이 낡은 전술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북한의 명시적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한국은 5월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회담의 초석을 다졌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상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선호하는 포괄적인 일괄 타결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 사이에 타협이 필요하다.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하며 창조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 같다.

한국 역시 국내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는가? 평화협정 채택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 한국에 주둔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군의 감축과 철수에 대해 거센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문 대통령에게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의 이행도 보장하기 위해서 국회의 선언 비준을 추진하고 싶겠지만 보수적인 야권이 이행 노력을 가로 막고 비준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롭고 핵 없는 한반도"는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였다. 판문점 회담이 그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역사적 기회를 마련한 것은 맞지만 평화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앞으로의 여정에 놓인 장애물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오랜 목표에 신중하고 끈기 있는 책임감으로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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