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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옥류관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한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 옥류관 평양냉면 먹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옥류관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한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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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날, 동료들과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 실패했다. 30분 일찍 나섰으나 이미 여의도에 하나뿐인 평양냉면집 앞은 사람이 가득했다. 대기표를 받아도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했다. 뭘 먹어야 '냉면'에 밀리지 않을까 고심하다 스파게티를 먹었다. 이탈리아도 반도 국가니까(농담).

의원실 동료 중 한 명은 "정상회담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건지,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기분 더 좋으라고 일부러 금요일에 했나 봐요"라고 했다. "맞아 맞아"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월요일이라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기분이 좋았다. 남북정상이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고, 도보다리에서의 단독회담도 보기 좋았다(도보다리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 색감도 딱 소셜미디어용이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남과 북이 합의한 일정만으로도 올 한 해는 '날마다 축제'다. 예상보다 빠르고, 폭넓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인 만큼 재임 기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리라 기대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합의를 구체적·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국회'가 있다.

국회의 역할 그리고 권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할 당시 모습.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할 당시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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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부터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자면 국가 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동의'는 합의문에 대한 국회 비준 이상의 문제다. 정상간 회담 및 합의문 발표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이뤄지는 것이나 합의의 이행에 있어서는 입법부의 동의, 정당간 합의가 중요하다. 외교와 국내정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관련법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아래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아래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등이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남한과 북한의 기본적인 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기본법적 성격의 법으로, 지금 언급되는 '국회 비준'은 이 법에 근거한다.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조항(제21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는데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국회 비준은 현 단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후에도 연관이 있다.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대통령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데,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안정적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법부가 '권한'으로서 동의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국회 내에 '남북관계개선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개선특별위원회'는 5개 정당 22인으로 구성돼 2016년 7월 6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활동했으나 활동기한 종료 후 현재는 미구성 상태다.

특위는 활동결과보고서에서 "우리 특별위원회의 위원 모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념과 가치의 차이를 뛰어 넘는 '지속가능한 통일정책'을 국회 주도로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차대한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고, 나아가, 통일·대북정책 수행에 대한 근본 원칙도 함께 마련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였음"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정당 간 합의를 지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특위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회의 과제로 첫째, 통일국민협약 체결 등 지속가능한 통일정책 추진을 위한 국회의 지원 강화, 둘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상설화, 셋째, 남북국회회담 추진을 위한 노력 강화를 제시했다. 특위를 재구성해 이에 관한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국회는 이랬어요

 (2000년6월9일)
▲ 남북정상회담 개최지지 결의안 (2000년6월9일)
ⓒ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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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이후 국회는 분주해야 정상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 직후에는 많은 결의안,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남북이산가족의 조속한 상봉을 위한 결의안을 시작으로, 남북사이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 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사이의 상사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이산 가족의 생사 및 주소 확인사업의 광범위한 실시를 촉구하는 결의안, 남북사이 차량의 도로 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사이의 열차 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 체결 동의안, 남북해운합의서 체결 동의안 등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정부가 제안한 여러 건의 동의안과 결의안이 의결됐다. 따라 읽기도 숨차다. 모두 국회가 한 일이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당시와 비교할 때 20대 국회의 움직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는 교섭단체간 합의에 따라 11명의 의원으로 '남북정상회담관련 결의안기초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특위에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지지 결의안'은 6월 9일 원안 가결됐다.

당시라고 여야의 사이가 좋았을리 만무하다. 의석 분포도 한나라당이 133석, 새정치국민회의가 115석, 자유민주연합이 17석으로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국회는 원 구성 직후 정당간 합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국회가 공전하면 입법부는 통치의 적극적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 동반자'에 머물게 된다.

구호지원 집행실적, 통일부, 2017
 구호지원 집행실적, 통일부, 2017
ⓒ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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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법에 따라 편성된 기금도 제대로 집행돼야 할 것이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남북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는데 그간 집행이 원활치 않았다. 특히 남북교류협력기금 전체사업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구호지원 예산의 집행률은 매우 저조하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집행률은 2.7~0.01%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2013년 이후에는 집행 실적이 전혀 없다. 이는 식량·비료 등 인도적 지원 예산이다.

우선 순위를 따져 차근차근 진행해야겠지만, 모자보건사업, 영유아영양개선사업, 의약품 지원 등도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이 시급하다. 말라리아 치료제는 2012년 이후 지원이 중단됐고, 보건의료분야 전체 지원액은 2010년 1716만 달러에서 2016년 234만 불로 감소한 상황이다. 북한은 특히 결핵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조속한 교류협력 관계 복원을 기대한다.

지방정부도 바빠져야 한다

지자체별 남북교류협력기금 보유현황, 통일부, 2017
 지자체별 남북교류협력기금 보유현황, 통일부, 2017
ⓒ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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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도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중앙정부의 남북협력기금과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도 자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1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약 750억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통일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분담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고, 의견교환을 수시로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후보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참여할 방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해묵은 '반북 정서'가 주목받지 않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홍준표 "남북합의 결코 수용못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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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적대적 관계로 형성된 정당 체계의 변화다. 그동안 '냉전반공'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의 영향력은 컸고, 민주화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김성희(2015)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적대적 갈등의 구조는 냉전이 국내정치화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불신과 증오가 보수정당 간 정치경쟁의 핵심적 수단으로 제도화된 것이며, 상호 적대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된다면 적대적 갈등은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상호 적대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되길 기대한다. 해묵은 반북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주요 갈등 의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경제적 문제로 정당의 기반이 이동했으면 좋겠다. 그럴 때에 소외된 계층,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평등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통일부 자료는 2018회계연도 통일부 소관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 예비심사검토보고서(2017.11)에서 재인용한 것입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판문점회담, #남북교류협력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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