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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급성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준이가 급성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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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기는 축복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솜이(가명‧3세)와 준이(가명‧1세) 남매는 축복받지 못했습니다. 보육원 출신 미혼모 숙희(가명·23세)는 쌀과 분유가 떨어지고, 전기요금이 체납되고, 준이가 폐렴에 걸렸는데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픈 준이를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일터에선 잘렸습니다. 간병 때문에 결근하면서 잘린 것입니다. 숙희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울었지만 오래 울진 않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준이 돌잔치를 축하해준 따뜻한 이웃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준이 돌잔치를 축하해준 따뜻한 이웃들.
ⓒ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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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쌀과 분유를 훔치지도 않았고, 단전 조치가 되지도 않았으며, 남매를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준이는 돌잡이에서 청진기를 잡았고 숙희는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쌀과 분유와 전기세를 후원한 이웃, 병원비와 교육비를 후원한 이웃, 전국 각지에서 모여 준이 돌잔치를 축하해준 따뜻한 이웃들이 숙희의 눈물을 닦아준 것입니다.

미혼모의 눈물을 닦아준 이웃들!

저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어게인)이란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5년째 활동 중입니다. 어쩌다 시작한 미혼모 돕기가 분유와 기저귀, 아기 보험료와 의료비 지원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성탄절엔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었습니다. 30여 명의 미혼모‧위기청소년과 함께 백화점으로 우르르 몰려갔는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백화점에는 비싸고 화려한 물건이 많았습니다. 백화점에 쉽게 갈 수도 없고, 선물 살 돈도 없고, 선물 사줄 부모도 없는 소녀·소년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졌습니다. 미혼모들은 자신보다 아기 물품부터 골랐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온전히 너희들을 위한 선물, 슬프고 외로웠던 너희들을 위로하는 선물을 고르라고 부탁했습니다.

그제 서야 미혼모들은 꼭 입고 싶었던 코트와 패딩 등의 옷과 꼭 신고 싶었던 신발을 골랐습니다. 어떤 미혼모는 시설에서 독립하면서 얻은 임대아파트에 놓을 예쁜 책상과 의자와 장식장을 골랐습니다. 자신이 꼭 갖고 싶었던 물건을 골라서인지 모두들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낡은 외투로 겨울을 지내던 소녀 가장은 따뜻한 코트를 선물로 받았다며 행복해했고 고급 패딩을 선물로 받은 소년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지난해 겨울은 참 따뜻했습니다.

돌팔매질을 멈추게 하려고 쓴 <소년의 눈물>

<오마이뉴스>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동시 연재한 <소년의 눈물>(2015년)
 <오마이뉴스>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동시 연재한 <소년의 눈물>(2015년)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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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오마이뉴스>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소년의 눈물>, 2016년 <국민일보>와 스토리펀딩에서 <소년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습니다. 연재 목적은 소년의 아픔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위기청소년들을 나쁜 놈, 인간쓰레기, 양아치라고 비난하며 돌을 던질 뿐 소년들의 아픔은 모른 체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청소년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면 돌팔매질이 가해집니다. 이들 소년의 상당수는 빈곤가정 출신입니다. 비정규직과 노점상 등의 사회적 약자인 부모들은 가난 때문에 싸우고 가정이 해체되면서 소년들은 거리로 내몰립니다. 누구도 손을 잘 잡아주지 않는 거리에서 소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죄를 저지릅니다. 소년의 죄가 소년만의 죄가 아닌데 소년이 죄 전부를 뒤집어씁니다.

돌팔매질을 조금이라도 멈추게 하려고 글을 썼습니다. 무작정 낙인찍는 것은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소년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몸과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슴이 답답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글을 썼고 글을 쓰면서 눈물 흘렸습니다.

펀딩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년들에게 누가 온정을 베풀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년들의 아픈 사연을 읽은 독자들이 후원의 봇물을 터트리면서 <소년의 눈물>을 통해 7천여만 원, <소년이 희망이다>를 통해 1억1천만 원(국민일보+스토리펀딩) 등 모두 1억 8천만 원 가량을 모아주셨습니다.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울고만 있을 순 없어 후원했습니다. 버림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라고 되어주고 싶네요." (후원자 윤원서맘)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네요. 탈선한 아이들, 버림 받은 아이들, 마음이 아픈 아이들, 그 아이들도 남의 아이가 아니에요. 비록 내 손으로 키우지는 않았지만 내 아이들입니다. 그들을 사랑스런 눈으로 보고 응원할게요. 엄마 여기 있으니 부디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꿈을 펼치라고요." (후원자 주절주절)

"4073명이 세운 소년희망공장,
거리 소년 3천명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부천시 중동에 세운 '소년희망공장'이 1년 동안 3천명의 거리소년에게 따뜻한 밥을 주었습니다.
 부천시 중동에 세운 '소년희망공장'이 1년 동안 3천명의 거리소년에게 따뜻한 밥을 주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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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은 부천역 거리 청소년을 위한 '청개구리 식당', 여수의 산동네 아이들로 구성된 '열린챔버앙상블', 인천남동경찰서 위기청소년 유도단 등에 나눠주고 나머지 8천여 만 원으로 2016년 9월 경기도 부천시에 <소년희망공장>을 세웠습니다. 첫해 1년 동안 3000명의 소년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눠주었습니다. 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과 엄벌이 아니라 따뜻한 밥과 위로였습니다.

이 밥은 그냥 밥이 아닙니다. 목사였던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활하는 노 사모님(78)이 보내준 눈물겨운 후원금으로 지은 밥입니다. 적은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보내주는 수녀님의 후원금으로 지은 밥입니다. 위기청소년을 돕는 은퇴 교사가 주신 후원금으로 지은 밥입니다. 옥탑방에 사는 빈민운동가가 주신 후원금으로 지은 밥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열여덟 소년

거리소년들은 누구의 손을 잡아야할까요?
 거리소년들은 누구의 손을 잡아야할까요?
ⓒ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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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 규모의 <소년희망공장>은 음식가게(10평)와 커피가게(10평)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작은 가게에 4~5명이나 되는 위기청소년을 채용한 것은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리스타 견습생 하늘(가명‧18)이는 5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미혼모는 거리에서 만난 소녀입니다. 헤어졌던 여친이 아기를 안고 느닷없이 나타나자 소년은 당황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자신을 닮은 아기가 신기했던 것입니다. 소년은 주머니를 털어 장난감을 선물했습니다. 여자 친구와 아기와 한동안 지냈지만 얼마 못가 헤어졌습니다.

그런 얼마 후 비보를 접했습니다. 아기가 질식사한 것입니다. 영안실에 달려간 소년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습니다. 아기가 한줌의 재로 변한 후에 소년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밤이 되면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죽은 아기도 생각나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살아봐야 희망도 없고…. 그냥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수면제 아니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이 되면 외롭고 두려워서 미치겠어요."

담배꽁초와 술병처럼 버려진 소년들.
 담배꽁초와 술병처럼 버려진 소년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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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목욕탕에 데려갔습니다. 탕 속에 들어가지도, 때를 밀지도 않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던 소년은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소년은 부모가 누군지 모릅니다. 왜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이 가정에서 저 가정으로 위탁됐다 버려지고 버려진 뒤에는 그룹홈과 쉼터 생활을 전전하다 물건을 훔쳤고 소년재판에서 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소년의 등을 밀어주면서 생각했습니다. 하늘이에게도 등을 밀어주는 아빠가 있었다면, 겨울옷을 사주고 따뜻한 밥을 챙겨주는 엄마가 있었다면 과연 죽음을 생각했을까? 왜 하늘이의 삶은 목욕탕처럼 따뜻해지면 안 되는 걸까? 목욕을 마치고 하늘이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하늘이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했지만 불안함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떠나지 말라고, 죽지 말고 같이 살자는 말을 차마 못했습니다. 다만 소년희망공장에서 계속 일하자고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목욕탕에 가자고 했고, 오늘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묵묵히 듣던 하늘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의 희망들을 응원해주세요

소년희망공장의 커피가 희망이 됐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의 커피가 희망이 됐습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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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삶이란 '마지못해 사는 것'에 불과했다."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하는 춘희(가명․19)가 학교 밖 청소년 수기 공모전에 제출한 글의 도입부입니다. 춘희는 너무 일찍 불행을 겪었습니다. 춘희 부모가 사업가인 삼촌에게 연대보증을 섰다가 부도가 나면서 빨간 딱지가 날아든 것입니다. 가족들은 밤 봇짐을 싸야 했고 춘희는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이혼했습니다.

초등 2학년을 끝으로 학업을 중단한 춘희는 독학했습니다. 부모님이 떠나면서 가장이 된 춘희는 남동생(15)과 여동생(7)을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었고 시간 나는 틈틈이 <안네의 일기> 등 문학 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소녀가장의 눈물이 작가 수업에 자양분이 됐습니다.

춘희는 가장 큰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제주도 감귤 초콜릿을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달콤하고 찡했습니다. 춘희는 올해 검정고시에서 고득점(만점 목표)을 올린 뒤에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소년희망공장의 희망인 춘희를 응원해주세요.

폐업 직전의 '소년희망공장'
방송 도움으로 체인지업 성공


JTBC <나도 CEO?> 10호점에 선정된 소년희망공장.
 JTBC <나도 CEO?> 10호점에 선정된 소년희망공장.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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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희망공장'은 1년도 못돼 폐업 위기에 처했습니다. 월세(160만 원)를 비롯해 소년들과 상근자 인건비를 마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이 망하는 엄혹한 현실에서 장사 경험이 전혀 없이 시작한 어설픈 장사는 점점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캄캄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문을 닫는 것도 캄캄했지만 일하던 소년들은 어디로 가나? 거리 소년들에게 누가 밥을 줄까? 생각하다 눈물 흘렸습니다. 그렇게 캄캄하던 지난해 5월 큰 후원금이 입금됐습니다. 제가 쓴 <소년의 눈물>을 읽은 어떤 변호사가 3천만 원을 후원한 것입니다.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계기도 찾아왔습니다. 자영업자를 성공시키는 JTBC <나도 CEO>에 응모했는데 '소년희망공장'이 채택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가게의 문제를 진단하고 매칭 기업은 6천여만 원을 지원하면서 폐업 기로에 섰던 소년희망공장 반쪽이 커피 전문점으로 거듭났습니다. 아메리카노가 한 잔에 1500원으로 값이 싼 데다 양이 많아서인지 매출이 쭉쭉 오르고 있습니다.

소년 바리스타들이 커피와 희망을 함께 뽑고 있습니다. 커피가 희망이 되면서 장사가 안 돼 채용하지 못했던 소년들을 다시 불렀습니다. 소년희망공장 커피가 잘 팔리면 거리 소년들에게 주는 밥과 위기청소년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연 봄이 찾아왔지만 '소년희망공장'의 봄은 화창합니다. 소년, 희망의 봄입니다.


소년, 희망의 봄입니다.
 소년, 희망의 봄입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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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
1천km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

소년 희망의 봄에 위기청소년을 위한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을 진행합니다. 오는 5월 19~22일까지 문경, 경주, 창원, 구례, 전주, 천안, 오산 등 전국을 일주하는 3박4일간의 대장정입니다.

위기청소년을 가슴에 품고 달리게 될 라이딩들은 임형욱(출판사 대표), 강대호(파라다이스그룹 전 임원), 최종환(컴퓨터 프로그래머), 이권혁(컴퓨터 프로그래머), 김형태(영상공학 박사과정), 김철한(회사원), 김영채(회사원) 등 4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7명입니다.

후원 방법은 1Km에 100원씩 10Km 후원은 1,000원, 100Km 후원은 10,000원, 300Km 후원은 30,000원, 500Km 후원은 50,000원, 1000Km 후원은 100,000원입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전국을 일주하는 라이딩들의 안전과 건강을 빌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후원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소년을 응원하는 시 한 편 올립니다.

소년들아!
희망들아!
저 봄꽃 세상 좀 봐봐.
분분히 날리며 휘 날리며
봄꽃들 저것들 하는 수작 좀 봐봐.
얼마나 황홀하니 아름다우니
너희들의 수작도 분분히 날리며
휘날리고 싶었을 뿐인데 너희는 찍혔구나.
그러므로 너희에게 미안한 라이딩 어른들이
위기청소년을 품에 안고 달린단다.
소년들아 희망들아
너희들이 잘못은 했지만
너희들의 잘못만은 아니야
꽃과 바람이 춤추는 이 봄에는
소년 희망도 낙인도 난분분해야 해
봄꽃처럼 고개 들고 활짝 피어야 해
어깨 펴고 휘날리는 봄꽃처럼 달려가야 해
 
(조호진 시인의 1천km 전국일주 라이딩에 부치는 시 '봄꽃처럼')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 포스터.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 포스터.
ⓒ 임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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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소년희망공장,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소년희망센터, #울트라 라이딩, #위기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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