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말 실점위기 막은 주권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 kt 투수 주권이 KIA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3.25

▲ 3회말 실점위기 막은 주권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 kt 투수 주권이 KIA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kt가 KIA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중위권 경쟁에서 이탈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위즈는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9-2로 승리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시리즈 전적 1승1패, 시즌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춘 kt는 5위로 내려 앉은 KIA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14승16패).

리그에서 단 2명밖에 없는 '4할 타자' 유한준은 3회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최근 부진으로 타순이 7번까지 내려간 멜 로하스 주니어도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kt가 올 시즌 토종 선발 투수로 기대했던 선수가 4월이 가기 전 시즌 첫 승을 챙기며 홈팬들을 기쁘게 했다. 바로 2년 전부터 kt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주권이 그 주인공이다.

역대 최초로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달성한 투수

주권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중국교포 출신이다. 11살이던 2005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2006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청주고에 입학하면서 기량이 급상승한 주권은 고교 3년 동안 통산 54경기에 등판해 23승15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프로구단이 주목하는 우완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주권의 잠재력을 파악한 kt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구단 우선 지명권을 사용해 주권을 영입했다.

하지만 주권은2 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 도중 어깨에 통증을 느껴 조기 귀국했고 완전하지 못한 몸 상태로 시즌을 맞았다. 입단 첫 해 15경기에 출전한 주권은 2패 평균자책점 8.51의 초라한 성적으로 루키 시즌을 마쳤다. 3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특급 유망주의 성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2016 시즌에도 초반부터 꾸준히 선발 투수로 출전한 주권은 6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다가 5월 27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야구계를 놀라게 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주권은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넥센을 상대로 9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넥센 타자들에게 하나의 득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권이 이날 3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기록한 선수는 더러 있었지만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으로 장식한 선수는 주권이 역대 최초였다. 주권의 완봉승은 kt의 창단 후 첫 완봉기록이기도 했다.

주권은 2016년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134이닝을 던지며 6승 8패 5.10의 성적으로 8승을 따낸 김재윤에 이어 kt 토종 선수로는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렸다. 그 해 팀 타율 최하위(.276)였던 타선의 빈약한 지원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투구내용이었다. 주권의 활약은 중국야구협회까지 전해졌고 주권은 작년 3월 구단의 허락을 받아 중국 대표로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주권의 WBC 참가는 오히려 독으로 다가왔다. 작년 시즌 풀타임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린 주권은 39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1세이브 3홀드 ERA 6.61로 부진했다. 시즌 중반엔 불펜 투수로 변신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6년의 활약에 국제대회 경험까지 쌓은 주권이 kt의 에이스로 활약해줄 거라 믿었지만 계산착오였던 셈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 최소화한 주권의 영리한 투구

지난 2년 동안 눈부신 성장과 슬럼프를 오갔던 주권은 2018년 재도약이 절실하다. 2018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해주지 못한다면 차세대 에이스에서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권은 오프 시즌 동안 주무기인 투심과 포크볼 외에도 각이 큰 슬로우 커브를 연마하며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주권은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9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어렵지 않게 kt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주권은 시범경기에서의 위력적인 구위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3월 25일 KIA와의 첫 등판에서 3이닝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주권은 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4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2경기 평균자책점 19.29에 피안타율은 무려 .474로 도저히 1군 선수의 성적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지난 1일 주권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주권은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려 노력했다. 주권은 첫 2경기에서는 6이닝 4실점과 5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찾았다. 그리고 주권은 28일 만에 돌아온 1군 복귀전에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상대는 시즌 첫 등판에서 주권에게 3이닝 7실점 패전의 아픔을 안겼던 KIA. 1회 최형우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준 주권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KIA타선을 8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 1자책으로 묶었다. 7회까지 86개의 공만 던졌을 정도로 투구수도 경제적이었다. 특히 0-1로 뒤진 3회 1사 만루 위기에서 1회 선취 타점을 기록한 KIA의 4번타자 최형우에게 병살을 유도하며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이날 7이닝 1자책의 호투를 펼쳤지만 여전히 주권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0.29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영표가 최근 2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권마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믿음직한 투구를 펼친다면 kt도 꽤 안정적인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비록 과정이 다소 험했지만 kt가 토종에이스로 점 찍은 주권이 뒤늦은 첫 승을 챙기며 김진욱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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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주권 유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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