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취재단 유성애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정상이 앉을 회담 테이블은 딱딱한 사각형이 아닌 둥그런 형태입니다. '휴전선'이라는 물리적 경계와 '분단 65년'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남북이 함께 둘러앉아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이틀 뒤 열릴 4·27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위원장 임종석)가 회담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 주요 공간을 재정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양 정상이 개별적으로 입장했던 과거 정상회담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회담장 정문 입구를 통해 동시에 입장하게 된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공식브리핑을 통해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이라는 주제를 구현했다. (배치된) 가구 하나, 그림 하나에도 이야기와 정성을 담았다"라며 "무릎이 닿을 만큼 (가깝게) 함께 할 남북 정상에게 상징적 공간이 소리 없이 말을 걸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준비위는 특히 1층 정상 환담장, 2층 회담장, 3층 연회장 등으로 구성된 공간에 전체적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는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안 '평화의집', 즉 남측 지역에서 열린다는 데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고 부대변인은 "1층 정상 환담장은 백의민족 정신을 담고 있다. 절제미를 담고자 한지·모시를 소재로 사용해 온화한 환영 풍경을 조성했다"라며 "한지 창호문으로 둘러싸인 안방에서 따뜻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담장에서 양측 정상이 앉을 테이블(탁자) 폭은 정확히 2018mm다. 두 정상이 2018mm(201.8cm) 거리를 두고 마주 앉게 되는데, 이는 역사적 회담이 열리는 2018년을 뜻한다는 게 고 부대변인 설명이다.

준비위가 배포한 사진에 따르면 탁자를 마주 보고 왼쪽으로 의자 7개, 오른쪽에 의자 7개 총 14개가 놓여있다. 옅은 노란색 의자 중 정상들이 마주 앉을 의자만 흰색이며 등받이 쿠션이 놓여있다. 이는 "백의민족 정신을 담고 있다"는 설명으로, 정상들 의자에는 남북의 하나 됨을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새겨 넣었다.

"회담장 실내, 한국 고유 '한옥' 느낌 나도록 조성"

준비위는 회담 장소에 놓일 정상용 의자(소파) 등 가구와 목재, 벽지 색깔과 전시미술품 등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회담이 진행될 2층 회담장에는 밝음·평화의 의미로 바닥을 파란 카펫으로 깔고, 한지 창호문을 설치해 "'사랑방(손님을 접대하는 곳)'에서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조성했다"고 한다. "3층 연회장은 함께 남북이 손잡고 평화롭게 하나 됨을 표현하기 위해, 하얀 벽지 바탕에 청색 카펫·커튼을 달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준비위는 회담 장소에 걸릴 미술품들의 주제 역시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으로 정했다고 한다.

2층 회담장 정면에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신장식 작가)을 그림을 전시했고, 3층 연회장에는 <두무진에서 장산곶>(신태수 작가)을 배치해 뜻을 더했다는 것. 고 부대변인은 "분쟁의 상징이었던 서해를 '평화'의 보금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선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준비위는 '금강산' 그림을 회담장 안에 건 것에 대해서는 "2008년 이후 다시 가지 못하는 금강산은 우리 민족 누구나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명산"이라며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 이번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알렸다.

준비위는 꽃장식에도 의미를 더했다. 고 부대변인은 "꽃을 담을 화기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달항아리'고, 여기엔 환영의 의미를 지닌 작약(모란)과 우정의 의미를 지닌 박태기나무, DMZ(비무장지대) 일대에 자생하는 야생화, 제주 유채꽃 등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2018 남북정상회담 표어에 맞춰 "삭막하고 추운 겨울을 극복한 한반도의 봄을 상징한다"라는 설명이다. 준비위는 회담장 실내 장식 모티브로 한국 고유의 집형태인 '한옥'을 정해 전반적으로 한옥 내부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참고자료를 통해 "양쪽 벽면에 못이나 접착제 사용 없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돼 뒤틀림 없이 아름답게 오랜 세월을 견디는 전통창호를 설치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견고한 남과 북의 신뢰 관계가 전통창호처럼 오래도록 이어지길 희망하는 의미"라고 알렸다.

고 부대변인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며 회담을 향한 국민적 관심·성원을 부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일정 없이 정상회담 준비를 마무리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가급적 일정을 잡지 않고, 남북회담에만 집중하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