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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두 번째 '만남의 구역'(Begegnungszone)이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베르그만 거리(Bergmannstraße)에 완공됐다(관련 기사: 베를린 최초 보행자 우선거리, 기능 'Yes' 보기엔'음...')

만남의 구역은 차량과 자전거의 속도를 억제한 채 보행자가 우선이 되는 구역을 의미한다. 베를린에선 2011년 처음 제안됐고, 2016년에는 베를린 쇠네베르크(Schöneberg)의 마쎈 거리(Maaßenstraße)에 처음 만남의 구역이 조성됐다. 이번 두 번째 만남의 구역은 베를린 시가 다시 한번 도시의 보행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베르그만 거리는 마쎈 거리만큼이나 베를린의 대표적인 거리 중 하나다. 베르그만 거리 내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 음식점, 상점뿐만 아니라, 베를린에 세 곳 밖에 남지 않은 마켓홀 중 하나인 마르하이네케 마켓홀(Marheineke Markthalle)과 바로 옆 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은 지역 거주민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특히, 지역 인근에 베를린의 주요 공원들이 밀집해 있어서, 공원에 나들이를 갔다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두 번째 만남의 구역 사업은 2015년 9월부터 조성 준비가 시작됐다. 1년여간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전문가들의 디자인을 거쳐 2018년 3월에 시범 사업으로 첫 설치물을 배치했다. 앞으로 18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마쎈 거리의 첫 번째 만남의 구역 조성 사업이 주민 의견 수렴은 있었지만, 단 한 번의 디자인으로 사업이 완료가 됐다. 그 이후 피드백이 없었다는 점으로 인한 주민의 원성을 샀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단계적으로 기간을 두고 디자인을 적용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동시에 테스트 기간 동안 이용을 한 사람들은 시 담당부서에 이메일 등을 통한 평가 및 조언을 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평가단이 이용객들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이 시범 사업 기간 이후 그 의견을 반영해 만남의 구역 최종 디자인에 반영하는 구조다. 참고로, 마쎈 거리 사업은 지난해 베를린 시장 미하엘 뮬러가 성공적이지 못한 프로젝트였다고 직접 언급한 바가 있다.

베르그만 거리에 설치된 파크렛
 베르그만 거리에 설치된 파크렛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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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범 단계에선 작은 변화만 생기게 된다. 그 변화는 바로 파크렛(Parklet)이다. 파크렛은 주차공간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여가 공간이나 공원 등으로 변경시키는 디자인 유형이다. 특히, 새로운 공공 공간 확보가 어려운 번화한 도심 지역에서 보행자 친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디자인 방식으로 이번 베르그만 거리의 만남의 구역 디자인에 처음 도입됐다.

이번 시범 사업의 첫 번째 단계로 약 5만 유로의 비용이 들어간 주차장 2개 규모의 파크렛이 베르그만 거리 11번지와 99번지에 총 2개 설치됐고, 한 달 뒤부터 이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이 시작된다.

베르그만 거리 시범 사업 디자인으로 설치된 파크렛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설문 담당자들의 모습.
 베르그만 거리 시범 사업 디자인으로 설치된 파크렛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설문 담당자들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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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활발한 주민 참여를 통해 준비를 거친 프로젝트임에도, 여전히 주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주민 참여가 활발한 것이 꼭 주민 모두가 찬성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업 자체를 바라지 않는 주민이 적지 않다.

마쎈 거리 때와 마찬가지로 상점이나 음식점 주인은 주차공간이 줄어들며 손님도 줄게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주민들은 이런 사업을 거치며 지역이 더 관광지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미 만남이 잘 이뤄지는 장소에 굳이 이런 사업을 하기 보다는, 이런 투자와 디자인이 더 필요한 다른 장소가 있다고 지적하는 주민도 있었다.

베를린은 흔한 유럽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도시 전반적으로 차량 친화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도시의 주요 구역에 4차선 이상의 도로에서 차량이 50km/h내외의 속도로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얼마 전에야 처음으로 베를린의 도심 주요 도로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 거리를 차량 최대 운행 속도 30km/h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관련 기사: 베를린 주요 도로에서 등장한 시속 30km 표지판).

실제 통계상으로도 베를린은 보행자를 위한 도시가 아니다. 전세계 도시에서 보행 문화와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베를린의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교통사고(14만3424건)는 2016년에 비해 1.6% 증가한 수치다. 반면 최근 자전거주민투표 운동 등을 거치며 자전거 정책과 투자가 강화되고 있는 베를린 시의 자전거 사고건 수는 2016년 7495건에서 2017년 7069건으로 줄어들었다.

거리는 두 목적지를 연결하는 직선 통로인 것만이 아니다. 거리는 불특정 다수가 다양한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공공 공간이자, 때로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거니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로는 누군가의 무대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휴식처가 될 수 도 있다.

베르그만 거리 그리고 마쎈 거리의 만남의 구역은 디자인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가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보행자 우선 구역의 도입은 그동안 베를린의 거리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과 보행자에 앞서 차량이 더 우선시 되는 장소라는 인식에서, 보행자가 우선이 되는 장소여야 한다는 인식 전환의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태그:#독일, #베를린, #도시, #공공공간, #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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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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