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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어머니가 운영하던 목포솜집에서 13년째 솜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종현씨가 시침하기 위하여 솜을 펴고 있는 모습
 45년간 어머니가 운영하던 목포솜집에서 13년째 솜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종현씨가 시침하기 위하여 솜을 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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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어머니는 결혼할 딸의 혼수이불을 만들기 위해 오일장을 다니시면서 직접 목화솜을 구입하고 옥양목 몇 필을 삶아 손질하고 푸새와 다듬이질 과정을 거치는 정성으로 이불 홑청을 준비하셨습니다. 빛깔 고운 연두색 비단에 화려한 모란꽃과 나비가 앉아 있는 무늬를 비단실로 수놓은 손자수 이불, 여름철 인조이불, 겨울철 아랫목에 펴놓는 이불 등 철 따라 쓸 수 있도록 이불과 요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오래된 솜이불을 새로 타기 위하여 찾아 온 할머니께 설명을 하고 있는 김종현씨
 오래된 솜이불을 새로 타기 위하여 찾아 온 할머니께 설명을 하고 있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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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불이야말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이불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 문화가 바뀌면서 무겁고 두꺼운 목화솜 이불은 장롱에서 나올 기회가 점점 더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가볍고 보드라운 오리털 이불을 선호합니다. 세탁기 물세탁도 가능해 항상 산뜻하고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한몫했습니다.

솜을 타기 위하여 첫번째 공정에 헌 솜을 넣고 있는 모습
 솜을 타기 위하여 첫번째 공정에 헌 솜을 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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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공정을 살펴보고 있는 김종현씨
 첫번째 공정을 살펴보고 있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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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침대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편리함과 더불어 인공재료로 만든 이불 사용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 등 환경의 역습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사용할 기회 없이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목화솜 이불을 기억해냈습니다. 다시 친환경 소재인 목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목화는 그 어느 섬유보다 공기의 통기성과 땀의 흡수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공정에서 솜을 걷어내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김종현씨
 세번째 공정에서 솜을 걷어내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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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공정에서 솜을 말고 있는 김종현씨
 세번째 공정에서 솜을 말고 있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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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은 본래 상태로 회복되는 성질이 뛰어난 천연소재라서 숨이 죽을 때마다 새롭게 솜을 틀어주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천변에서 45년 전통의 목포솜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하님씨는 "쓰던 이불솜을 가져와서 새로 틀어서 쓰면 훨씬 더 따뜻하고 덮을 때 포근함을 주고 새 솜이 되면서 새로 사는 이불보다 훨씬 더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번째 공정으로 가기 위하여 솜을 옮기는 김종현씨
 네번째 공정으로 가기 위하여 솜을 옮기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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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의 일광소독과 솜 틀기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수면 중에 많은 양의 땀을 흘리게 되는데 그 땀으로 인해 눅눅해지거나 무겁게 되며 솜끼리 달라붙게 됩니다. 일광을 통해 습기를 없애주게 되면 원래 상태로 가볍고 포근하게 복원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자주 일광소독을 해주면 소독도 되고 포근하고 뽀송한 상태를 유지해주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아서 옮긴 솜을 접기 위하여 펴고 있는 모습
 말아서 옮긴 솜을 접기 위하여 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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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 틀기는 오랜 세월 동안 뭉치고 다져진 솜 입자 하나하나를 기계를 통해 분리해주고 각종 먼지나 오염물질을 제거해주게 되며 두께나 사이즈도 원하는 대로 조정을 하여 새로 이불을 만드는 것처럼 하는 작업입니다. 대체로 두껍고 무거운 것을 침대생활에 맞게 가볍고 포근하게 고쳐 쓰신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기에 새로 세련된 커버로 맞춰주시면 침실분위기도 살아나고 기분전환에도 만점입니다.

옮긴 솜을 차곡차곡 개고 있는 김종현씨
 옮긴 솜을 차곡차곡 개고 있는 김종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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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고향을 찾아오는 가족들에게 깔끔하게 손질해 솜이불을 덮게 해 주시던 할머니의 정성을 잊을 수 없습니다. 홑청을 푹 삶아 하얗게 햇빛에 살짝 말려 빳빳하게 풀을 먹여 약간의 물기가 있을 때 양쪽에서 끝을 잡고 잡아당기며 아귀를 맞추어 잘 갠 후, 너무 말랐다 싶을 때면 물 한 모금 입에 물어 푸푸 풍기며 꼭꼭 밟아서는 다듬이질을 하셨습니다.

마지막 공정인 시침을 하기 위하여 솜을 펴고있는 김종현씨 모친이신 박하님씨
 마지막 공정인 시침을 하기 위하여 솜을 펴고있는 김종현씨 모친이신 박하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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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쪽진 할머니가 다림질해 놓은 것보다 더 반질반질한 홑청을 넓은 대청에 펴 놓고 앉아 시침질을 하셨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옛날의 옥양목, 광목 홑청을 쉽게 찾아볼 수도 없지만 한겨울 솜이불의 묵직함이 가족의 끈끈한 정과 사랑을 보듬어 주던 추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와서 산뜻하고 상큼했던 맛이 그립기만 한 것을 보면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할 만큼 나이를 먹은 것일까? 예전의 솜이불을 선호하는 건 나만의 고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박하님씨가 시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김종현씨이며 목포솜집은 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 472번지에 있습니다.
 어머니 박하님씨가 시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김종현씨이며 목포솜집은 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 472번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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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솜이불, #목포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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