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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판타지, 추리, 휴먼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흡인력있는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생계형 3인조 좀도둑 쇼타와 고헤이, 아쓰야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중 사람없이 버려진 낡은 건물로 숨어든다. 하룻밤만 숨어있을 요량으로 들어간 이들은 믿기 힘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밤중에 잡화점 우체통에 툭하고 떨어진 편지 한 통. 누가 넣었는지도 모르는 고민 상담 편지를 받은 3인조는 우편이 과거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도망자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3인조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 기묘한 편지에 답장을 하기로 한다. 누구든 고민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답장으로 상담을 해 주던 '나미야 잡화점'의 부활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표지 .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표지 .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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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민 상담 하면 '전문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작가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이나 '루저'들을 고민 상담자로 등장시킨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과거의 시간 속에서는 나미야 할아버지가, 현재의 시간 속에서는 3인조 좀도둑이 고민을 상담해준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고민 상담은 놀이처럼 시작됐지만 이내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가 멀리서도 일부러 나미야 할아버지의 충고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난다. 할아버지는 '그냥 대충대충 하라'는 아들의 푸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민의 크기와 경중에 상관없이 정성스러운 답변을 해 준다. 상담자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고 그 어떤 고민이라도 존중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성의를 다한다.

반면 3인조의 고민 상담은 직설적이다.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빈집털이로 하루하루를 살아온 이들의 '돌직구' 충고가 오히려 충격요법이 되어 내담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인생을 바꾼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고민의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서로가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각자의 인생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의 삶을 떠받쳐왔음을 알게 된다.

연결고리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작가는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연결되고 교차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생에서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자신의 고민 상담 내용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람들의 인생에 괜히 끼어들어 안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걱정한다.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상담한 이들 모두가 할아버지의 충고를 따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에 백점 맞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한 아이의 장난스런 질문에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선생님께 부탁해서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세요.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 답이 반드시 정답입니다.'(161쪽)라고 답한다. 이 답변을 받은 아이는 훗날 시험 점수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인격과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괜찮은 교사로 성장한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결국 고민을 해결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문제를 해결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의뢰한 마지막 상담자는 현재의 3인조 좀도둑들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백지를 잡화점의 우편함에 넣는다. 잠시 뒤, 과거의 나미야 할아버지로부터 거짓말처럼 답장이 온다. 답장을 읽은 3인조는 자수를 결심하고 새 인생을 살 것을 다짐한다.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백지에 대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변. 어쩌면 3인조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은 바로 너 자신에게 있다는, 진정한 고민 상담이란 바로 자기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라는 것을 말이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잇는 위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447쪽)

덧붙이는 글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현대문학 펴냄 / 2012.12 / 14,8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00만 부 기념 특별 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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