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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맞은편에서 반전평화를 위한 서각기도를 하기 앞서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맞은편에서 반전평화를 위한 서각기도를 하기 앞서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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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3월 26일 오후 2시 50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희망버스' 시위를 함께 했던 문정현 신부가 교도소에서 노역을 살고 있다. 문 신부는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 관할 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된 뒤 제주교도소에 수감됐다.

문 신부는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부터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까지 한국 사회의 인권과 생명, 평화 운동에 헌신해 '길 위의 신부'로 불린다.

앞서 문 신부는 지난 2011년 차 희망버스 시위에 참여해 한진중공업에 무단 침입한 혐의(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됐고, 지난해 2월 부산지방법원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다. 문 신부는 '연대는 죄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벌금을 미뤄왔으며 최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가자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노역을 선택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에게 해고자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평택 쌍용차공장 앞 천막에서 26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2015년 쌍용차 노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130명 해고자 가운데 37명만 복직이 이뤄졌다.

문 신부와 함께 활동하는 한선남 평화바람 활동가는 "김득중 지부장이 단식하고 있는데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벌금을 내고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김 지부장이 계속 싸우고 있는데 본인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서민들은 통상 노역장 유치 1일당 10만 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문 신부는 앞으로 8일 동안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문 신부는 노역에 들어가기 전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저는 오늘 희망버스 벌금 노역에 들어갑니다.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농성 중이던 김진숙을 지원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에 저도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함께 지키자는 연대가 죄가 될 수 없기에 벌금을 내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전직 두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 어린 외침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은 네 번째 단식을 하며 회사의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키라고 위태롭게 하루를 버티며 오늘 25일째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부활을 앞둔 오늘. 쌍용자동차 김득중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입니다.

제주도 남쪽은 부쩍 따뜻해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길

2018년 3월 25일 문정현 신부



태그:#문정현, #노역, #교도소, #김득중,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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