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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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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월 23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한 일식당에서 한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 선대식
"최저임금이 오른 뒤에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시애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위니(Winnie)의 말이다. 그는 232㎡ 크기의 식당을 15년째 운영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15~2018년 3년 동안 시애틀 최저임금은 9.47달러에서 15달러로 58.4% 올랐다.

분명 인건비가 증가했을 것이다. 지난 6일 위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에게 직원을 줄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왔다.

"오히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은 커졌지만, 시애틀 경기 호황으로 큰 타격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사업이 성장하고 있고, 시애틀 교외 지역에 창고를 살 계획도 밝혔다.

위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소비도 많이 하게 되니 경제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다만 "인건비 상승으로 물가도 올랐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올랐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시애틀 월링포드 지역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9)씨를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물었더니,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규모는 82㎡로, 직원은 4명이다. 박씨와 같은 소상공인 사업장의 최저임금은 현재 14달러다. 다만 박씨의 식당은 팁을 받기 때문에 11.5달러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박씨는 직원들에게 최대 15달러의 임금을 주고 있다.

"인근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 다행히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아니어서,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직원을 잘라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은 없다. 다만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은 분명 부담이 될 거다."


지난 2014년 최저임금을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시애틀 시의회 조례안을 둘러싸고 큰 격론이 벌어졌다.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빠지고 많은 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시애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우려처럼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현아 소수민족상공회의소협회 부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가겠다는 소상공인도 있고, 음식 값을 올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전반적으로는 시애틀 경기가 좋아 그 부담을 견디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애틀 최저임금 활동가·노동자·고용주 연쇄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한 마이클 맥케인 워싱턴대학교 해리브리지스 노동연구센터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하늘이 무너진다고 말한 고용주들이 있었지만 정책이 통과되고 나서 다들 괜찮아 한다,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노스게이트 지역에 있는 가전제품 판매점 '베스트 바이' 입구에 구인 광고가 붙어있다. ⓒ 선대식
시애틀은 어떻게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최소화했나?

시애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작은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적용한 정책이 꼽힌다.

최저임금 15달러 조례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 때 소상공인이나 중소영세기업들은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시애틀 시청 최저임금 담당 부서인 노동기준국 정책관리자인 카리나 불(Karina Bull)은 "관련 단체 미팅이나 공청회 때 고용주, 노동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고 각 기업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의 경우 2018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렸다. 다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1년 빠른 2017년에 15달러의 최저임금을 적용받았다.

시애틀 시는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하기 어려운 중소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사업장의 최저임금을 2019년에 15달러로 인상되도록 조정했다. 다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팁과 같은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2021년까지 15달러로 오른다. 또한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되면, 이듬해부터는 물가인상에 비례해 최저임금이 오른다.

2018년 시애틀 최저임금 ⓒ 고정미
시애틀 시는 최저임금 인상을 좋은 정책으로 자평하고 있다. 카리나 불은 "시애틀은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가장 앞서가는 도시로, 이를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다"면서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워싱턴 주의 최저임금도 올랐다. 이는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감소가 있다거나 물가가 인상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애틀 경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시애틀로 들어오는 상황으로, 고용 감소는 없다"면서 "또한 최저임금 때문에 주거비나 물가가 인상됐다는 데이터 역시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카리나 불은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삶을 좋게 변화시키는 건 맞지만, 최저임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생활비가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볼 수 없고,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대중교통 시스템 완비, 주거비 안정 등이 필요하고, 시청의 다양한 부서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올린다고 노동자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 기획 - 두 도시 이야기]
[서울 ⑤] "최저임금 높다고? 당신네들이 한번 살아보라"

    후원      
    총괄 김종철 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데이터 기획 이종호 디자인 고정미 개발 박준규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된 시애틀 최저임금은 사업장의 규모나 건강보험 제공 여부 등에 따라 나눈 4가지 유형 가운데, 전 세계 501인 이상 고용사업장,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 기준입니다.

태그:#두 도시 이야기, #시애틀,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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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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