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3.19

▲ 환호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3.19 ⓒ 연합뉴스


25%룰.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이 지난 5일 한국배구연맹(아래 KOVO) 이사회에서 V리그 출범 사상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그리고 이 규정은 '여자 선수'에게만 적용된다(관련기사 : 여선수 연봉차별에, 김연경 탄식 "여자배구 인기 좋은데...").

여자배구 선수는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하고 소속팀과 V리그 흥행에 큰 기여를 해도, 여자부 '샐러리캡'(각 팀이 선수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연봉 총액의 상한선) 14억 원의 25%인 '3억5천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결정이 알려진 뒤 배구팬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차별 규정'이라며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25%룰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KOVO 측은 선수 한 명에게 연봉이 편중되는 걸 막고, 다른 선수에게도 균형 있게 분산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여자 프로배구단의 샐러리캡 현실을 살펴보면, 그런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여자부 6개 구단 중 '샐러리캡 소진율'(샐러리캡 한도 대비 실제 선수들에게 지급한 연봉 총액의 비율)이 90~100%에 달하는 4개 구단은 사실상 해당 사항이 없다. 샐러리캡 전체 한도를 높이지 않는 한, 이미 이들 구단은 한도가 꽉 차서 다른 선수에게 더 분배할 여력 자체가 없다.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 1~2명 연봉을 인상하면, 샐러리캡 잔여 한도는 사실상 제로(0)가 된다.

결국 '25%룰'이 효과를 거두려면, 샐러리캡 전체 한도를 높이거나 소진율이 70%대인 2개 구단이 25%룰 도입을 의식해서 기존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해야 그나마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2개 구단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해당 구단 관계자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예상대로 부정적이었다. 예컨대 현재 기량과 팀 기여도 등에 따라 7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에게 소진율 100%를 채우기 위해 갑자기 1억 2천만 원을 주는 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설사 소진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25%룰 때문이 아니라 실력과 성과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 결과라는 뜻이다.

사실 25%룰이 연봉 균형 배분 효과를 현재 수준보다 끌어올리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도입의 실질적인 이유가 특급 선수들의 연봉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는 데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 구단들이 균형 배분 의지가 강했다면, 1인 연봉 최고액을 제한할 게 아니라 '1인 최저 연봉' 기준을 더 올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야 신인과 후보 선수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인데, '자유'가 없다

25%룰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먼저, 기량이 뛰어나고 팀 기여도가 높은 스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강제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 리그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린다.

사실 프로배구는 '프로'라는 옷에 걸맞지 않게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지나치게 많다. 프로에 진출하는 신인 선수라면 누구나 부딪혀야 할 신인 드레프트 제도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이 자신이 가고 싶은 팀에 좋은 대우를 받고 갈 수가 없다. 그리고 무려 5년(고졸 신인은 6년) 동안 특정 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불이익을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FA(자유계약선수) 때다. 그러나 그마저도 수많은 족쇄가 채워져 있다.

FA가 되면, 선수가 모든 팀과 동시에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차 교섭 기간'이라는 규정 때문에 우선적으로 원소속 구단과 협상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다른 구단과 일체의 접촉도 할 수 없다. 때문에 FA 시장에 나가고 싶어도 다른 팀의 의중을 알지 못하면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또한 기량이 뛰어난 고연봉 선수가 FA 이적을 하게 되면, 영입 구단은 보상 선수까지 내줘야 한다. 이 또한 FA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이다. 선수의 연봉에 팀 연봉 총액 상한제인 샐러리캡도 모자라, 이제는 '1인 연봉 최고액'마저 제한하는 족쇄를 채웠다. 여기서도 뛰어난 선수가 또다시 불이익을 받고, FA 이동도 어렵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FA를 취득하려면 9시즌 동안 일정 타석 이상 또는 일정 이닝 이상을 채워야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 제도를 폐지했다. 또 K리그에는 우선협상 제도는 있지만 드래프트 및 보상선수 제도는 없다. 배구처럼 많은 제한을 둔 리그는 흔하지 않다.

FA 제도 유명무실, 유소년 배구 외면 '부작용'

또 25%룰은 FA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여자배구 최고 연봉 선수인 양효진(현대건설), 김희진(IBK기업은행)의 경우 연봉이 3억 원이다. 이 선수들은 FA 때 다른 구단으로 옮겨도 25%룰 때문에 3억 5천만 원 이상을 받을 수가 없다. 5천만 원 더 받자고 타 구단으로 옮기는 모험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군다나 소속팀에서 부담 없이 5천만 원을 인상해줄 경우, 다른 구단으로 갈 이유마저 사라진다. 

25%룰이 특급 선수들의 FA 이동을 막는 장치로 작동할 경우, 선수 본인은 물론 V리그 흥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KOVO가 그동안 추구해 왔던 방향과도 역행한다. 여자배구가 올 시즌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크게 상승한 이유 중 하나는 FA·트레이드를 통해 각 팀별로 스타급 선수가 고르게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상위팀과 하위팀 간의 경기에서도 볼거리가 생기면서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다.

이외에도 긍정적 효과는 없고 부작용 우려가 큰 제도를 여자 선수에게만 적용하면서 '차별 논란'을 자초했다. 여자 선수 샐러리캡을 향후 2년간 동결하면서 남녀 연봉 격차를 더욱 키운 것도 모자라, 25% 룰까지 도입해 '이중 족쇄'를 채운 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방침이 유소년 배구선수 육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25%룰, 왜 도입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희진 '손끝을 노린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공격을 하고 있다. 2018.3.19

▲ 김희진 '손끝을 노린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공격을 하고 있다. 2018.3.19 ⓒ 연합뉴스


25%룰과 관련해, 남자 프로배구 샐러리캡 제도 실무위원회에 참여했던 A구단 관계자의 지적은 경청할 만했다. 그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번 샐러리캡 제도 개선과 관련해 사실은 남녀 구단이 각각 따로 실무위원회를 열어 별개로 논의했다"며 "여자 프로구단들의 결정 사항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25% 룰 도입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남자 프로구단 실무위원회에서는 25% 룰은 아예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고 상상도 못했다"며 "나도 KOVO 이사회 결과 발표를 보고 나서 여자 구단들이 그런 제도를 도입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 룰은 왜 도입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미도 없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논란과 비난이 커지자) 이제 와서 일부 여자 구단들이 자기들도 25% 룰은 하기 싫었다고 말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25%룰은 캡(Cap) 안에 또 캡을 씌워놓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그렇게 되면 FA 제도만 유명무실해지고, 구단들이 과연 최고 연봉 선수를 묶어놓은 만큼 다른 선수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로 리그이기 때문에 각 팀의 대표적인 선수 1~2명은 연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유소년들이 배구 선수를 한다. 리그 톱급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자체가 유소년과 학부모들을 설득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보다 효과가 큰 유소년 정책은 없다"며 "어린이들이 양효진을 보고 배구 선수의 꿈을 키워야 하는데, 25% 룰이 그 꿈을 제한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연경 선수가 SNS를 통해서 밝힌 대로 "제도가 더 좋게 바뀌지 않고, 안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지적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그런 정책들로 후배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남자 프로 구단들이 샐러리캡을 매년 인상하고, 25% 룰도 도입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만큼 프로배구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선수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인기 올려 놓으니 '족쇄 폭탄'

반면 여자 프로 구단들의 '샐러리캡 2년 동결과 25% 룰 도입'은 여자배구가 V리그 흥행에 큰 기여를 한 시점에 '퇴행적 제도'를 도입했기에 더욱 비판의 표적이 됐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V리그 흥행 유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KOVO 집계에 따르면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보다 시청률은 9.8%, 관중 수는 16.8% 급증했다.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남자배구 0.87%, 여자배구 0.78%로 최종 집계됐다.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거의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 0.78%는 V리그 출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을 넘긴 경기 수도 급증했다. 여자배구가 취약 시간대인 평일 오후 5시에 경기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들이다. 남녀 합계 V리그 전체 관중 수는 평창올림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남자배구 관중은 감소했지만 여자배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형의 수익 가치인 광고·홍보 효과 부문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KOVO가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단 운영에 따른 광고·홍보 효과가 구단별로 최저 156억 원에서 최고 349억 원에 달했다. 1년 구단 운영비(30~50억 원)보다 4배~8배나 된다. 올 시즌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여자배구의 올 시즌 V리그 흥행 기여도를 반영한다면, 남녀 샐러리캡 격차를 대폭 좁혀야 한다. 구단 운영상 당장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더라도, 남녀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히는 노력을 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샐러리캡 2년 동결이라는 V리그 사상 최초의 조치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25%룰은 남자배구와 여자배구를 떠나 탄생하지 말았으면 좋을 뻔했다. 더 잘 나갈 수 있는 흐름에 여자 구단들이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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