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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의 일부(1차)가 공개됐다.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을 헌법 전문에 넣고,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민발안·소환제를 도입하고, 생명권과 안전권, 주거권, 국민건강권, 정보기본권 등을 신설하고,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등 논쟁적이지만 '국민개헌'에 부응하는 내용이 꽤 많다.

20일 오전 11시 '전문과 기본권, 국민주권 강화와 관련한 대통령 개헌안' 발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행했다. 15분에 걸친 조 수석의 공식 발표가 끝난 뒤 조 수석과 김형연 법무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출입기자들의 질의에 응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몇 가지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관련기사 : 기본권 주체 '국민'에서 '사람'으로, 헌정사 최초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쟁점1] 왜 '촛불시민혁명'은 빠졌나?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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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에는 기존에 적시된 '3.1운동'과 '4.19혁명' 이외에도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이 들어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배경이었던 '촛불시민혁명'은 빠졌다. 애초 국민헌법자문위원회에서는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고, 이날 청와대는 "현재진행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조국 수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건이 6.10항쟁인데 그 정도가 되어야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고, 헌법에 들어갈 수 있다"라며 "촛불시민혁명 정신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바탕에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 정신을 구현하고 책임을 완수하는 과정인 만큼 '역사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과 '현재진행중'이라는 말이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쟁점2]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하면 형소법은 위헌?

현행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청구의 주체를 검사로 적시한 것인데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된다. 이럴 경우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한 현행 형사소송법이 위헌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조국 수석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형사소송법은 합헌이다"라며 "앞으로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의 몫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불가능하지만 삭제하면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가능하다"라며 "그 전까지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은 유효하다"라고 강조했다.

[쟁점3] '노동자가 단체행동권 갖는다' 명시는 무슨 뜻?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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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에는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이 명시된다. 현행 헌법 제33조 1항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3권의 보장 조건으로는 "근로조건의 향상"만 기술돼 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현행 헌법에서 근로자가 노동3권을 행사하는 목적은 근로조건의 향상뿐이다"라며 "하지만 근로조건은 어떤 지역에 국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업적인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현행 헌법보다 '목적의 범위'를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로 확대했다"라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은 "현행 판례에 따르면 임금인상을 위한 단체행동은 문제가 없지만 정리해고를 위한 행동은 불법이 될 수도 있다"라며 "그런데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생존에 관한 것이라 단체행동의 범위를 일정부분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쟁점4] 국민발안·국민소환제 요건과 절차는?

국민이 직접 법률을 발의하고,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발안·국민소환제가 신설되는데 이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입법자'와 '권력감시자'의 권한을 국민에게 부여한 것이다. 1954년 헌법에서는 '헌법'에 한해서만 국민이 직접 발의할 수 있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대폭 확대하는 제도인데 문제는 '요건'과 '절차'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민소환과 국민발안 등 직접 민주주의 조항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라며 "국민소환과 국민발안의 구체적 조건은 국회가 논의해서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전했다.

진 비서관은 "이것은 국민이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스스로 '이런 정도라면 따를 수 있겠다, 수용할 수 있겠다'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라며 "국민발안도 입법부인 국회가 가진 법률안 발의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의 국민'이 모여 요구할 때 국민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지 국회에서 판단하고 법률로 정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그 수(국민소환과 국민발안의 요건)를 낮게 하면 의회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높게 하면 실현불가능한 제도가 된다"라며 "그래서 그것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쟁점5]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은 충돌?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생명권과 안전권, 거주권, 국민건강권, 정보기본권 등이 신설된다. 특히 정보기본권을 위해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하는 의무를 국가에 부여한다. 하지만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이 모순적이어서 상호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연 비서관은 "알 권리와 자기정보접근통제권은 흔히 정보기본권이란 범주에 들어가 있는 권리다"라며 "헌재에서 인정한 것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알 권리는 바깥정보를 내가 알 권리이고, 자기정보통제권은 내 정보를 내가 쥐고, 내 의사에 반하지 않게 통제할 권리다"라며 "이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법률에 맡겨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쟁점6] 이주노동자 권익보호는 충분한가?

대통령 개헌안 중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가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은 그 주체를 '사람'으로 하고,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은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의 권리가 재산과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충분하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국 수석은 "'국민'은 국적있는 사람이고, 대한민국의 국적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무국적자, 망명자를 포함하는 것이 '사람'이다"라며 "여전히 (기본권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할 경우 국가가 돈을 써서 국민에게는 사회보장, 사회권 등을 보장해주는데 국민이 아닌 경우라면 (이러한 보장이) 곤란하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적이 있는지 없는지 관계없이 외국인이든 망명자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은 국가의 돈이 안드는 것이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든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국가 이전에 하늘이 준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에서 그 주체는 마땅이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외국의 헌법 입법례에서도 'we people'이라고 표현한다, 국민과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틀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연 비서관은 '교육이나 의료 등의 권리를 사회권적 기본권으로 규정해서 이주노동자나 불법체류자에게는 적용 안되게 했다'는 지적에 "어떤 기본권을 '사람'으로 하고, 어떤 기본권을 '국민'으로 할지 많이 고민했다"라며 "헌재에서 인간의 권리로 인정된 것을 사람의 권리로 바꿨을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김 비서관은 "(헌법에서) 주체는 국민이라고 돼 있어도 헌재에 의해서 사람의 권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법률로 외국인의 권익을 보호할 장치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쟁점7] 낙태도 생명권 논쟁에 포함되나?

신설되는 기본권에는 생명권이 포함돼 있다. 생명권은 안전권과도 연결돼 있는 기본권이다.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한 배경과 관련,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생명권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이고, 어떤 것까지 포함하는가? 낙태도 생명권 논쟁에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형연 비서관은 "생명권도 현행 헌법상 명문화되어 있지 않지만 헌재에서 여러 기본권을 종합한 것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다"라며 "생명권과 낙태의 연계는 법원이나 헌재의 판례를 통해 더 구체적인 의미로 확정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조국 수석은 "생명권 문제가 헌법에 포함됐다고 자동적으로 낙태가 위헌이거나 합헌이 아니다"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어느 범위에서 어떻게 할지는 법률에 맡겨야 해서 향후 헌재와 국회에서 마무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쟁점8] 기본권 규정방식 바꿔 기본권 강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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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 가운데 가장 난해했던 부분은 '기본권 규정방식 변경을 통한 기본권 강화'였다. 청와대는 "선거권, 공무담임권, 참정권에 대해서는 규정형식을 변경해 법률에 따른 기본권 형성 범위를 축소해 해당 기본권의 보장을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규정형식', '기본권 형성 범위' 등의 용어가 내용 이해를 어렵게 만들었다. 조국 수석은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워 일반 법률 용어를 썼다"라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헌행 헌법 제24조와 제25조 등을 보면 각각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것을 각각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갖는다.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모든 국민은 공무담임권 갖는다.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바꾼다는 것이다.

김형연 비서관은 "현행 헌법 제24조와 제25조 등은 국회에 기본권을 어떻게 형성할지를  백지위임한 것인데 개정된 헌법은 백지위임이 아니라 한정위임을 한 것이다"라며 "그래서 국회의 입법제정권을 축소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비서관은 "우리 헌법 제116조는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 데 이것을 '누구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법률로 정할 수 있다'로 고치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하면) 국민 참정권을 획기적으로 신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법관'이 아니라 '법원'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로 수정

한편 이날 공식 발표되지 않은 개헌안에는 ▲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대상을 형사피고인에서 형사피의자로 확대하고 ▲ 비상계엄 아래에서도 일반 국민은 군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고 ▲ 의무교육 대상에 자녀뿐만 아니라 보호하고 있는 아동까지 포함하고 ▲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법원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법원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로 수정한 것을 미국식 배심원제로 가는 중간다리를 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연 비서관은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경우 배심원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었는데 이렇게 수정한 것은 미국식 배심원제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법원 안에 사법기능을 갖는 보통시민이 들어가는 것을 헌법화하는 것이다"라며 "국민참여재판이 있지만 배심원 결정이 귀속적이지 않고 권고적 효력만 갖는데 미국식 배심제나 독일식 참심제 등처럼 (배심원인 국민이) 강한 힘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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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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