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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 다니다가 길을 잃고 신앙을 떠나서 결국 격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약성서 '디모데전서' 6장 10절에 기록된 구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고 검찰은 수사 5일만인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네 번째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구속이 임박한 이 전 대통령을 보면 위에 적은 디모데전서의 구절이 자꾸만 떠오른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하면서 11억 원대 뇌물 수수 등 10여 개 혐의를 제기했는데, 혐의 중 대부분이 '돈'과 얽혀 있어서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삼성전자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60억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 원) ▲김소남 전 의원·대보그룹·ABC 상사(11억 원) ▲불교대학 설립편의(3억 원) 등이다.

19일 능인선원 지광 스님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3억을 건넸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19일 능인선원 지광 스님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3억을 건넸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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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다스 소송비 대납이나 이팔성 전 회장의 인사청탁 뇌물 등은 이미 논란이 된 사안이다. 여기에 '불교대학 설립 편의 3억 원'이란 항목이 추가 됐는데, 이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1>, JTBC <뉴스룸>, MBC <뉴스데스크> 등이 관련 혐의를 보도했고, 일부 누리꾼은 이에 대해 '장로와 스님의 종교 간 화합', '장로가 스님을 갈취했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2월 대선이 1주일 임박한 시점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능인선원에 보내 돈을 요구했다. 마침 지광 스님은 불교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었고, 이에 당선이 유력한 이 전 대통령 측에게 현찰 3억을 건넸다.

이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해당 혐의를 추가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곧 관련 혐의의 사실 여부는 드러날 것으로 본다.

만약 지광 스님이 3억을 건넨 정황이 사실로 입증 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돈만 받아 챙기고 지광 스님의 민원(?)은 모른 체한 셈이다.

더구나 이 전 대통령이 지광 스님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한 말은 기가 막힌다. JTBC <뉴스룸> 19일 자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지광 스님에게 "자금이 바닥나 사정이 어렵다. 기독교계(개신교)에서도 다 돈을 줬는데, 능인선원이 불교계를 대표해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에게 돈 건넨 개신교 인사는 누구?

지광 스님이 정말로 이 전 대통령에게 3억을 건넸는지 여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일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더 밝혀야 할 사실이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개신교계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줬다고 했다. 이 발언 하나만 두고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유난히 돈을 '밝혔다'는 사실과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볼 때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개신교 쪽 누가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넸을까?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개신교계에서도 다 돈을 줬다"는 김 전 기획관의 말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사뭇 심각하다.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성도들을 선동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까지 건넨 셈이 되니까 말이다.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던 시점부터 줄곧 개신교계의 회개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개신교계에서 회개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3.1절 구국 기도회란 명목으로 대북 적대감을 조장하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가 하면, 대통령 면전에서 적폐청산에 어깃장을 놓았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1844일 만인 지난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어도 개신교계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이 나왔다.

아직은 의심단계다. 그러나 적어도 예수를 따른다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 불거져 나온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부자 되세요'의 유혹, 결국 파멸로 귀결 

신약성서 디모데전서 6장 9절엔 이런 구절이 기록돼 있다.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사람은 유혹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리고 어리석고도 해로운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서 파멸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 구절을 음미하면 할수록 이 전 대통령의 처지가 겹쳐진다. 또 '부자 되세요'라는 말에 현혹돼 이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2007년 대선 당시 상황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개신교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개신교계는 그간 물질적인 성공과 번영이 하느님의 축복이란 교의를 설파해 왔다. 이런 개신교계의 시선에서 볼 때 이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파멸의 구렁텅이'임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는 중이다.

앞서 적었듯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지광 스님으로부터 3억을 받은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이 혐의를 수사하면서 개신교계 가운데 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는지도 밝혀서 모든 국민에게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신교계는 이제껏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반성을 모르는 개신교계의 각성을 끌어내려면 이들이 이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음을 밝히는 방법 말고는 없어 보인다. 더 나아가 검찰이 목사, 스님, 신부 할 것 없이 이참에 이 전 대통령과 결탁한 종교인들 모두를 낱낱이 밝혀주기 바란다. 돈과 얽힌 종교는 사회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돈과 결탁한 종교인의 존재는 알릴 필요가 있다.

검찰에게 바라는 점은 또 있다.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대부분 뇌물 혐의다. 그러나 그가 재임 중 역점을 뒀던 4대강과 자원외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우리 사회와 자연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음에도 이 점을 간과하는 건 반쪽짜리 정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면서 비리의 본류인 4대강과 자원외교를 반드시 건드려 주기 바란다. 또 이 과정에서 종교인들이 관련됐다면 이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태그:#능인선원, #불교대학, #지광 스님, #이명박 전 대통령,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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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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