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의 팬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웬만한 강연은 주제별로 검색해 찾아서 본다. 주제가 다양하고 짧은 시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리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좋더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강연임에도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세바시> 녹화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무려 400명이다. 이들 중 다수는 자신을 '세바시 팬'이라고 밝혔다. 평소 <세바시> 강연을 즐겨보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세바시> 강연을 공유하며 오프라인 강연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방청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방청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방청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방청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월 <세바시> 강연 현장을 찾은 박수정씨 역시 마찬가지다. '세바시 팬'을 자처한 그는 <세바시>를 두고 "동기부여가 되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대학생 임갑기씨는 "짧은 시간에 강연자의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평했다. 

<세바시> 오프라인 강연을 여러 번 들으러 왔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여러 차례 녹화장을 찾은 김한미씨는 "현장감이 느껴진다"면서 <세바시>의 강점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짧은 시간 동안 볼 수 있어 즐겨본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제각기 스마트폰을 꺼내 현장 사진과 함께 #세바시 해시태그를 개인 SNS 계정에 올리며 이날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날 목동 녹화장을 찾은 참석자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별로 다양했다. "평소 유튜브를 통해 <세바시>를 자주 접한다"던 이은아씨는 이날 딸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세바시 팬질'을 하는 방법은 단순히 동영상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강연을 직접 자기가 할 줄 아는 언어로 번역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열린번역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세바시> 팬들은 자기가 감명 깊게 본 영상의 번역을 자처한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사람들은 왜 <세바시>에 열광하는 걸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강연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 <세바시> 녹화장을 찾았다. 스태프들은 녹화 준비로 분주했다.

단순히 15분짜리 강연이 아닌 '경험'

시청자들이 유튜브나 기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세바시>의 강연 영상을 볼 때는 15분 내외의 강연이 <세바시>의 전부인 것 같지만 사실 이는 강연자와 <세바시>의 기획을 통해 정교하게 기획된 결과물에 가깝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먼저 강연의 큰 주제가 정해지면 이에 맞춰 <세바시> 사람들은 강연자 섭외에 들어간다. <세바시>가 강연 주제를 정할 때도 있지만 정부 기관을 비롯해 다른 기관을 통해 강연 주제에 맞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금연'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금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담배 피지 마세요 여러분'이라는 메시지로만 15분 동안 강연을 할 수는 없다. 애매하다. 금연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다. 금연? 건강 행복 습관 결심… 이렇게 키워드가 나오면 그때부터 강연자를 찾아 나선다. 정신과 전문의를 섭외해 '(금연을 하려는) 결심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이 결심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거다. 그럼 그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거지. 그러면 담배를 피는 사람이든 아니든 그 영상은 보게 돼있다. 금연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볼 거고. 그 안에 '금연'이라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세바시스럽게' 만드는 거다." (구범준 <세바시> 대표)

강연자는 리허설 무대에 먼저 오른다. <세바시>가 준비한 간단한 사전 인터뷰에 응한 뒤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된다. 리허설에서는 강연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다. 서론만 간단하게 보여주고 나머지는 실전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구범준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구범준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인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인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스태프들이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 이정민


<세바시> 스태프는 이들의 성공적인 강연을 위한 판을 깔아준다. 실전은 오롯이 강연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 강연을 수용하는 관객의 몫이다.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기 때문에 NG는 없다. 그 현장감을 살려 동영상으로 담기 때문에 생생함이 확보되고 동영상 온라인 업로드가 목적이 아니기에 오프라인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세바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오프라인 강연을 오는 관객들은 단순히 강연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자리는 또 다른 '팬 서비스'의 현장이 된다. 강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강연자의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는 등 '인증'을 남긴다. 이 역시 개인 SNS를 통해 유통된다. <세바시>라는 브랜드는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홍보된다.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대중 강연'이 자연스럽게 뉴미디어와 만나는 순간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선택한 <세바시>

2011년 CBS TV 소속의 콘텐츠팀에서 시작한 <세바시>는 6년만인 지난 2017년 4월 CBS의 자회사로 떨어져 나와 주식회사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세바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50여 명의 '시청자 주주'를 모았다.

"2012년 1월 이후로 <세바시> 강연장은 매번 만석이다. 세바시 강연회가 가진 독자적인 상품성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거 말고 현장이 가진 가치다. 강연에 와서 강연만 듣고 가는 게 아니라 강연자와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관객이 직접 나서서 1.5분 스피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사진 찍고 사인도 받고 현장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스몰 네트워킹(small networking)'을 한다. 관객 경험이 되게 좋다. 그 경험을 우리가 살려주는 거다." (구범준 대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구범준 대표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구범준 대표 ⓒ 이정민


구범준 <세바시> 대표는 CBS TV PD로 재직하던 2011년 <세바시>의 모델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다. <세바시>의 시작은 종편 출범 때문에 심화된 CBS TV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구범준 대표는 종편이 출범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CBS TV의 경쟁자는 기독교 채널이 아니라 종편이고 지상파다. 기독교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기독교 채널을 보지 않는다. 그 결과로 종편이 자리잡고 CBS TV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다"고 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세바시>의 핵심인 '회원 가입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짧은 강연 콘텐츠'라는 아이디어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얼마 전 유엔 안토니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한국 외교부의 추천을 받아 <세바시> 무대에 섰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 최초로 현직 사무총장이 강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고 구범준 대표는 말했다. 고무된 표정이었으나 그는 이내 "유엔 사무총장보다 <세바시>에 더 필요한 사람은 잘 알려지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이다"라고 언급했다.

"섭외하고 싶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름을 댈 순 없다. 아직 모르니까. '대박'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숨어 있는 사람. 발굴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 이국종 교수의 세바시 강연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이국종 교수의 강연을 본 사람들이 세바시의 팬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갖고 <세바시>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해야 <세바시>의 브랜드 가치가 더 올라갈 거다. 그런 것이 '세바시스러운' 것이고 <세바시>가 원하는 것이다. 정말 세상을 바꿀 거라는 믿음, 그게 '세바시스러운 것'이다. 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고 우리 모두가 잘 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세바시>의 최종 메시지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스태프들이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현장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스태프들이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리허설 6일 오후 서울 목동KT 체임버홀에서 진행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공개강연회에서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MBC PD와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017년 11월 <세바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강동희씨를 섭외해 성소수자 강연을 진행했지만 기독교계의 반발로 인해 강연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가 재공개하는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구범준 대표는 "앞으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바시>가 CBS 자회사이고 CBS가 <세바시>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겪었던 일이고 앞으로 그 관계를 슬기롭게 잘 설정하면 될 일이다. 우리가 내야할 소리를 감추는 일은 없을 거다.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항이 컸고 이는 <세바시>가 주는 믿음에 대한 실패였다고 본다. 이는 회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올리자고 판단했다.

강연자가 강연을 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내리는 수밖에 없다. 강연을 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을 때 플랫폼 자체가 욕을 먹는다. 그렇게 욕을 먹는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세바시의 팬들이 먼저 <세바시>에 '이 사람 사고 쳤으니 영상 내리라'고 알려준다. 한국에 그런 프로그램이 몇 개나 될까. <세바시>는 분명 그런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있고 <세바시>를 지켜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세바시 구범준 대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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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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