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오연서는 홍설 역을 맡았다. ⓒ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배우는 선택받는 존재다. 그런 면에서 오연서와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인연은 묘하다고 할 수 있다. 인기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드라마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팬들 사이에선 극 중 홍설 역으로 오연서가 거론됐다. 당시 오연서는 이미 다른 드라마를 찍던 터였고, 드라마는 다른 배우를 섭외해 잘 마무리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2018년 극장에서 관객이 만나게 된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홍설 역이 바로 오연서다. 자칫 원작과 드라마로 비교될 여지가 컸지만 그는 과감히 선택했다. "당연히 부담은 컸지만 영화 작업이 일단 하고 싶었고,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청춘 로맨스"라는 점도 한몫했다.

평범한 20대의 고민들

"드라마에 제가 참여했더라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팬분들이 상상하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으니. 근데 이렇게 다시 홍설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웃음). 게다가 전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라 외적으로 어려 보여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배우들마다 연기론이 다르겠지만 전 지나간 시간을 연기하는 걸 좀 더 편하게 여긴다. 특히 홍설 역을 하면서 제가 보낸 시간들, 20대에 했던 고민을 떠올리며 그때 감정을 생각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아무래도 매체가 다르니 표현하는 것도 다른 것 같다. 분량이 많으니 드라마가 좀 더 친절할 수 있겠고, 영화는 좀 더 상징적이고 심플하게 보여줘야 했다. 드라마든 영화든 이 작품에선 인물들이 서로 감정을 쌓아가고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그런 데서 오는 설렘이 있더라. 또 영화에선 스릴러 요소가 있고, 사회적 메시지도 있어서 나름 그런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연서가 언급한 '스릴러 요소'는 극 중 홍설과 그의 친구 장보라(산다라 박 분)가 위기에 처하는 과정에 담겼다. '빨간벽돌'로 불리는 괴한이 여대생을 급습하는 설정은 자칫 여성혐오 범죄를 떠올리게 해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오연서 역시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게 느끼실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범죄는 여성에 국한한 게 아닌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찍는 배우 입장에서도 힘들었다. 역할에 따라 배우는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현장에서 많이 대화했다. 약자에 대한 폭력, 차별은 당연히 나쁜 일이다. 여성뿐 아니라 아이, 노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분명 없어져야 한다.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지. 복지도 더 나아졌으면 하는데 이건 개인적 생각이고..."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오연서의 캠퍼스 생활 "그땐 즐기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가면..."

앞서 말한 요소 외에 <치즈 인 더 트랩>은 대학가에서 생길 법한 청춘들의 고민과 낭만이 담긴 작품이다. 오연서 역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나름 대학생활을 꾸준히 해 온 경우다. 신인 배우로 한창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오연서는 대학에서 연극 작품에도 참여했고, 엠티도 참석하며 캠퍼스를 활보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오연서는 이 영화를 볼 청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이었다.

"오티는 못 갔고, 엠티를 다녀오긴 했는데 대학생활을 다 즐기진 못했다. 절반만 즐긴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도 있다. 유명한 배우가 아니어서 힘들지 않게 다녔는데(웃음).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한 번은 받아볼 걸 하는 후회가 있긴 하다. 연극도 꾸준히 해서 주요 배역으로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신인 때라 제가 어떤 작품에 참여하게 될지 몰라 돌발 상황이 안 생기도록 했는데 좀 아쉽다.

그땐 가장 신나고 재밌으면서도 고민이 많은 시기이지 않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취업 걱정, 전공에 대한 걱정 등 생각이 많은 시기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지는 나이인데 그냥 고민만 하기보단 경험하면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제가 그랬다. 이런저런 고민 하느라 20대를 즐기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경험을 쌓는 것에도 소극적이었다. 도전해서 실패해도 어린 나이니까. 물론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제가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많이 경험하려 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오연서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 지난해 드라마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는 30대 들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을 하는 이유, 사는 이유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아닌지"라고 그가 되물었다.

"제 나이에선 행복이란 게 결혼일 수도 아이일 수도, 혹은 배우로서 성공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모르겠다. 일하는 제 모습에 행복하다가도 어떨 땐 너무 싫을 때도 있다.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다가도 어떨 땐 더 욕심이 나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그 고민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쓴다.

결혼?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 서른두 살 때까진 하고 싶다고 한 적 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다(웃음). 지금이 서른둘이니 서른넷 정도엔 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다 열어놓고 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겠지만 굳이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생각도 한다."

 배우 오연서.

배우 오연서 ⓒ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상황과 이유가 어찌 됐든 오연서는 보다 현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해 보였다. 당장 <치즈 인 더 트랩> 홍보 일정이 끝난 후 "알람을 꺼놓고 마음껏 자고 싶다"는 바람부터 "밀렸던 책과 그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고 싶다"며 여러 계획을 털어놨다.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저도 친구들과 차 마시거나 얘기하면서 풀기도 하고, 집에서 예능 프로를 보면서 지낸다. 여행도 가고 싶은데, 우리나라 예쁜 곳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연기적으로는 좀 더 영글기 위해 노력해야지.

드라마 <미스티> 속 김남주 선배를 보면서 그런 전문직을 훌륭히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만큼 준비해서 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제 의외의 매력 발견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참 좋은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그 장면 좋았다', '그 캐릭터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다.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연기를 쭉 하고 싶은데 욕심이 생기면서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보고, 오연서는?

최근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오연서 마음이 남다를 것 같았다.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다룬 <국가대표2>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면서) 얼음판에서 훈련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며 그는 "승패에 상관없이 뿌듯했다"고 당시 소회를 전했다.

"아쉬운 것은 여자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까 평소엔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제가 드라마 촬영 중일 때도 경기는 챙겨보려고 했다. 컬링도 워낙 유명해지지 않았나. 영화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선수들 관계가 재밌잖나. 사람 사는 일이 어떻게 보면 그런 드라마 같은 순간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런 상상도 해봤다. 제게 영미 역할을 시켜주실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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