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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여성의날대구여성대회조직위는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수성구의회와 대구수성경찰서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했다.
 3.8세계여성의날대구여성대회조직위는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수성구의회와 대구수성경찰서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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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대구 수성구의회 연수기간 중 A구의원은 B구의원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고 숙소에까지 찾아가 추태를 벌이다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수성구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A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상정했지만 그해 11월 8일 열린 '원포인트' 본회의에서 전체 19명의 구의원 중 찬성 8명, 반대 8명, 무효 1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2. 지난 1월 초 데이트폭력 신고를 위해 대구수성경찰서를 찾았던 30대 여성 C씨는 상담을 하던 중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했지만 상담실에는 경찰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동의도 없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수사를 담당한 D수사관은 또 C씨를 향해 "목소리가 작아서 고소할 수 있겠느냐"며 "젊은데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등 인권침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경찰서 밖으로 뛰쳐나온 C씨는 인권단체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성폭력 걸림돌상' 완강히 거부한 대구수성구의회

3.8세계여성의날대구여성대회조직위는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수성구의회와 대구수성경찰서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했다.
 3.8세계여성의날대구여성대회조직위는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수성구의회와 대구수성경찰서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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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단체들이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의회를 찾아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려 했으나 수성구의회는 수상을 거절했다.
 대구여성단체들이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의회를 찾아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려 했으나 수성구의회는 수상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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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8일 30여개 대구경북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5회 대구여성대회조직위원회'는 동료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 의원의 제명안에 반대표를 던진 대구수성구의회 의원 8명과 성폭력 상담을 하러 온 여성에게 모욕적인 발언 등 2차 가해를 한 수성경찰서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했다.

여성대회조직위는 12일 오후 대구수성구의회와 수성경찰서를 찾아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며 사회 각 영역으로 번져가는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을 방관하고 피해자를 고립시켜 온 사회를 고발하려 했다.

하지만 수성구의회는 직원들을 동원해 입구에서부터 여성단체들의 출입을 막았다. 수성구의회는 여성대회조직위가 걸림돌상을 전달하고 가겠다는 뜻을 전했는데도 완강하게 출입을 제지하며 상을 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실랑이를 벌이다 의장실 입구까지 간 회원들은 8명의 의원을 대표해 의장에게 걸림돌상을 전달하려 했지만 김숙자 의장(자유한국당)은 자리를 비웠고 비서실 직원들은 끝내 대리수상을 거부했다.

결국 강혜숙 여성대회조직위 위원장은 "구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평등문화를 조성하기보다 가해자의 편에 섬으로써 성평등 사회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었음으로 이 불명예스러운 상을 수여한다"는 내용의 성평등 걸림돌상을 의장실 입구에 놓고 돌아서야 했다.

류영만 수성경찰서장 "국민이 주는 회초리, 최선 다하겠다"

대구여성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수성경찰서 앞에서 '성폭력 가해자 수성경찰서 OUT'라고 쓴 종이를 찢고 있다.
 대구여성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수성경찰서 앞에서 '성폭력 가해자 수성경찰서 OUT'라고 쓴 종이를 찢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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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회조직위 회원들은 이어 수성경찰서로 향했다. 이들은 수성경찰서 입구에서 '성폭력 2차가해자 수성경찰서'라고 쓴 팻말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경찰서로 들어가 류영만 서장에게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했다.

이들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와 인권침해를 하였고 시민단체들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가해자 징계와 재발방지를 요구하였으나 도리어 솜방망이 징계와 은폐시도를 하는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하는 행태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류영만 서장은 여성단체가 수여한 상을 받은 뒤 "이 상을 국민이 주는 회초리라 생각하고 따끔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수성경찰서가 대구에서 가장 성평등, 성폭력 예방, 성관련 수사에 가장 모범적인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8세계여성의날기념 대구여성대회조직위 회원들이 12일 오후 수성경찰서를 찾아 류영만 수성경찰서장에게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하고 있다.
 3.8세계여성의날기념 대구여성대회조직위 회원들이 12일 오후 수성경찰서를 찾아 류영만 수성경찰서장에게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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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의 다른 행태에 대해 참가자들은 "많은 시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성추행을 방조하고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수성구의회 8인은 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다가오는 6.13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여성들은 성폭력을 포함한 강력범죄의 최대 규모의 희생자"라며 "미투 운동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입을 닫게 했던 수성경찰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미투, #성평등 걸림돌상, #수성구의회, #수성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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