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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편집자말]
3.16kg의 무게로(지금 생각해보니 솜털 같던) 태어나 엄마 아빠에게 가벼운 운동을 선사했던 천사 같은 아기가 모유, 분유를 꿀꺽꿀꺽 마시고 이유식을 한입 두입 잘도 먹더니 어느새 태어난 지 300일이 되어 10kg의 거구(?)가 되었습니다. 아기가 무럭무럭 아프지 않고 잘 크는 건 정말 기쁘고 축복받은 일이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아내의 손목으로는 아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나 봅니다. 

"여보, 아기 안을 때마다 손목이 너무 아파. 어쩌지?"

본인의 손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아기를 정성스레 안아주던 아내가 이제는 정말 못 참을 지경이 되었나 봅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지요.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더니 손목통증의 원인을 X-RAY상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어, 결국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임신 전에도 왼쪽 손목 연골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요. 출산 후에 급격하게 뼈마디가 약해진 상태에서 힘들게 아기를 안아 모유수유를 하고, 씻기고 재우고, 아기가 잘 때는 온갖 집안일을 쉼 없이 하더니 결국 손목에 무리가 가서 수술 받을 지경이 된 것이지요.

아내의 수술과 병원 입원으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독박 육아를 하게 된 육아빠. 아기와 함깨 아내의 병문안도 가야하고, 장도 보고, 함께 놀러 나가기도 해야 합니다. 드디어 지금까지 갈고 닦은 '아기와 단둘이 외출하기' 필살기를 사용할 때가 왔나 봅니다.

아빠 좀 씻게 해줘ㅠㅠ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의 외출 준비는 아빠의 영혼도 함께 외출시킵니다. 아주 혼이 빠질 지경이지요, 먼저, 아빠가 씻고 아기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 편하겠지요?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갑니다. 아! 근데, 아기가 허락하지 않는군요. 최근에 분리불안이 극도로 심해져 있는 아기, 더군다나 엄마도 없으니 잠시라도 제가 안 보이면 화장실 문을 박박 긁으면서 서글프게 울어대니 차마 문을 닫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를 놀이기구에 잠시 태워 두고, 문을 연 상태로 씻기를 시작합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온전히 씻기에 집중하며 안 된다는 점입니다. 면도를 하다가도 "아들, 까꿍!"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칠하다가도 "아들, 까꿍!" 해줘야 아기의 눈물샘을 조금이나마 잡아둘 수 있습니다.
화장실 문을 닫고 씻으면 안 돼요
 화장실 문을 닫고 씻으면 안 돼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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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씻고 나온 아빠. 머리는 대충 수건으로 탈탈 털어서 말리고, 스킨, 로션, 선크림을 순식간에 비벼서 대충 발라줍니다. 이쯤 되면 아기가 엄청나게 지루해하겠죠? '머리쿵 보호헬멧'을 차고 아빠를 졸졸 쫓아다니는 귀여운 아기와 함께 본격적인 아기 짐 싸기를 시작해 봅니다.

외출시간과 장소, 아기의 식사패턴을 이해하자

아기 짐 싸기 할 때 육아빠가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는 외출하는 시간과 장소이고, 둘째는 아기의 식사패턴입니다. 우리가 혼자 외출을 하거나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는 어디 갈지를 미리 정하고 특별히 돌아올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뭐든지 즉흥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기와 하는 외출은 어디를 가고, 몇 시에 나가서 몇 시에 돌아오는 지 어느 정도 계획을 짜두어야 합니다. 또, 아기가 하루에 분유와 이유식을 몇 시간에 한 번씩 어느 정도 양을 몇 번 먹는지와 주로 대변은 언제 보는 지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해서 아기 외출 시 짐의 총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기랑 백화점에 갔다가 카페에서 아기 간식도 주고 책을 조금이라도 펼쳐보고 오는 게 목표입니다.

대략 5시간 정도 나갔다 올 건데요. 짐을 줄이기 위해 오전 이유식을 먹이고 출발하고 나가서는 분유 한 번 이유식 한 번 주고 올 생각입니다. 이제 아기 짐을 본격적으로 싸 볼까요?

아기짐이 한가득
 아기짐이 한가득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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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의생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기저귀지요? 저는 넉넉하게 5개 이상을 준비합니다. 아무래도 밖에 나가면 자주 갈기가 어려우니 천기저귀보다는 흡수력이 좋은 종이기저귀를 챙겨가야 합니다. 또, 급하게 기저귀를 갈고 어디 가게에 기저귀를 툭 버리고 가면 빠충(?)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니 기저귀와 각종 쓰레기를 버릴 여분의 비닐봉지도 함께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아기가 밖에 나가서 분유나 이유식을 먹으면서 음식물을 옷에 묻히거나 옷이 젖어버릴 수가 있겠죠? 아니면 대변을 보면서 옷에 묻어 갈아입혀야 할 수 있으니 여분의 옷 한 벌 정도는 꼭 챙겨 가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날씨에는 어쩔 수 없이 짐이 늘어나는데요. 아기가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담요, 목도리, 모자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마세요.

아기의 식생활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아기의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분유와 이유식, 간식의 세 가지겠지요? 먼저, 분유 한번 먹을 양을 담은 젖병과 대략 60도 정도 온도의 물을 담은 보온병을 준비합니다. 아무래도 나가면 따뜻하게 끓인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 이유식을 챙기는데요. 아무래도 외출하면 이유식을 데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휴대용 이유식을 챙기거나 따뜻한 채로 싸가서 좀 빨리 이유식을 먹이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식을 챙겨가야 하는데요. 카페에 가서 아주 약간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꼭 지퍼백에 아기 떡뻥(쌀과자)도 10개 정도 넣어 아기 지루할 때 먹여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집에 맛난 귤이 있어서 작게 잘라서 반찬 통에도 챙겨갑니다. 먹는 것만 챙겨 가면 빼먹는 것이 생기겠죠? 아기가 분유나 간식을 먹으며 흘릴 수 있으니 턱받이용으로 손수건을 챙기고 아기 물티슈도 잊지 마세요.

아기의 주생활

아기의 주생활은 아기가 잠을 잘 때 필요한 것, 놀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아마 외출해서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아기가 갑자기 졸려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때는 그냥 아기를 맨몸으로 안아서 다니면 아기를 재우기가 힘들지요.

이때는 아기의 빨기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공갈꼭지를 물리고 유모차를 태우거나 아기띠를 하고 있으면 잘 잡니다. 외출 장소가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인지 알아봐서 유모차를 빌릴 수 없는 곳에 간다면 휴대용 유모차를 차에 챙겨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기와 둘이 차를 타다 보면 가장 걱정 되는 게 혼자 아기가 카시트를 타는 것이죠? 그 때는 아기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함께 넣어줍니다. 아빠가 안 보여서 울거나 지루할 때를 대비해야겠지요. 아기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육아빠가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추위를 대비한 유모차
 추위를 대비한 유모차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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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기가 단 둘이 외출하기 좋은 세상

짐을 다 싸고 겨우겨우 아기의 옷을 입혀 밖으로 출발합니다. 아기를 아기띠로 안고 양손에 한가득 짐을 드니 이제야 외출하는 게 실감납니다. 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백화점으로 출발!

가만히 장난감 가지고 잘 놀던 아기가 갑자기 울기 시작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차가 멈췄기 때문이죠. 다시 차가 출발하면 울음이 그치네요. 차가 움직여야 편안함을 느끼나 봅니다. 으악! 오늘따라 왜 이리 신호가 자꾸 걸리고 차가 막히나요. 전전긍긍하며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힘들게 아기와 외출한 만큼 신나게 아기와 놀다 들어가야겠습니다.

카시트에서 잘 자는 아기
 카시트에서 잘 자는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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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외출하고 가장 힘들고 당황했던 그 날이 떠오릅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이었는데요. 아기와 함께 카페도 가고 식사를 하려고 한 건물에 모든 것이 가능한 쇼핑타워로 향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안에 있는 4개의 카페에 모두 아기 의자가 없더군요. 결국엔 밖에 나가 길 건너에 있는 카페에 가야만 했습니다.

아기의자가 있는 곳으로 외출하자
 아기의자가 있는 곳으로 외출하자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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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들었던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아기와 쌀국수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예상하셨듯이 응가를 한 것입니다. 식사를 급하게 마치고 대형마트 아기휴게실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오늘이 한 달에 두 번 쉰다는 그 일요일이네요. 미리 좀 알아보고 갔어야 했는데 실수입니다.

어쩔 수 없이 건물에 다른 곳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지 찾아 헤맵니다. 식당도 5~6개 있고, 카페도 4개나 있는 큰 상가의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무거운 아기를 들고 10분을 넘게 헤매다 근처의 키즈파크가 있어서 잠시만 기저귀 교환대를 쓰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힘들게 아기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었습니다. 기저귀 교환대에서 옆에 있는 여성분께서 걱정스레 말씀하시더군요.

"아이구야, 엄마는 어디가고 아빠 혼자 그럴까?"
"아기 씻기고 기저귀 가는 건 아빠가 훨씬 잘 해요!"

우리나라에는 아직은 아빠 혼자 외출하기가 그리 쉬운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엄마는 어디가고 아빠 혼자 왔을까?'라는 걱정 어린 시선들이 남아 있고, 식당과 카페에는 아기 의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면 아기 휴게실과 기저귀 교환대를 찾기가 어렵고, 심지어 있더라도 여자 화장실에는 있지만 남자 화장실에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죠(저는 한 예식장에 갔는데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아기 휴게실 앞에는 '아빠는 밖에서 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이 떡하니 붙어 있어서 육아빠 초보 때는 당황했던 적이 많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육아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육아빠가 아기랑 걱정 없이 외출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태그:#육아빠, #아기와 외출하기, #아기휴게실, #기저귀교환대, #주간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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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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