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움음 우는 낙동강의 잉어가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피움음 우는 낙동강의 잉어가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온몸에 심각한 출혈 증상을 보이며 강가에 밀려나온 잉어 한 마리. 5일 낮 낙동강에서 만난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다. 마치 피멍이 든 듯 온몸에 붉은 색 울혈자국이 선명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물에 걸린 건가? 몽둥이로 두둘겨 맞은 것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널브러진 잉어였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죽은 게 아니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이지만 입을 감빡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피울음 흘리며 죽어가는 낙동강 잉어

헐떡이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미세한 아가미 움직임과 느릿느릿 입을 감빡이고 있었다. 마치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임종을 앞둔 노인의 모습처럼 말이다. 
▲ 피울음 우는 낙동강 잉어 고령 다산면의 낙동강가에서 만난 잉어 한 마리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죽어가고 있다. 낙동강이 죽어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잉어! 4대강의 저주인가? 사실 낙동강에서 만난 물고기의 죽음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숱한 물고기들이 낙동강에서 죽어갔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물고기 떼죽음 현상은 저주에 가까운 4대강사업의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기자가 목격한 바로 그 일대의 낙동강에서도 거의 매년 많은 물고기가 죽어나갔다. 그 사실을 기자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부근의 낙동강에서는 강준치에서부터 잉어, 붕어 같은 비교적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사는 녀석들마저 죽어난 것을 목격해온 것이다.

2012년 가을에는 구미 동락공원 일대의 낙동강에서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떼죽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열흘 동안 매일 같이 헤아릴 수조차 없는 물고기들이 떠올랐던 그 모습을 지금도 생생이 기억한다. 이렇듯 4대강사업 이후의 낙동강에서 만난 물고기 죽음은 너무 흔해서 새로운 뉴스거리도 못될 정도다.  

4대강 보가 완공되고 물을 가둔 바로 그해 가을인 2012년 낙동강 구미 동락공원 일대에서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4대강사업의 저주다.
 4대강 보가 완공되고 물을 가둔 바로 그해 가을인 2012년 낙동강 구미 동락공원 일대에서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4대강사업의 저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럼에도 이날 만난 잉어의 모습은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다. 심각한 출혈 증상을 보이면서 온몸에 피멍이 든 듯한 모습으로 마치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려달라고 강이 죽어간다고 우리의 서식처가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다고 어서 강을 강답게 만들어 달라고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었다. 나는 살고 싶다고 말이다.

낙동강 잉어의 피울움, "나는 살고 싶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는 병든 잉어 한 마리. 잉어가 죽어간다. 그것은 바로 낙동강이 죽어가는 모습과 다름이 아닌 것이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에서 만난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죽어가는 잉어 한 마리가 널부러져 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에서 만난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죽어가는 잉어 한 마리가 널부러져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왜 이렇게 죽어가는 것일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어민 전상기씨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물고기가 죽어나는 것은 사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4대강사업 후 죽은 물고기들이 올라오는 것은 수시로 목격된다. 강이 죽어가고 있는 거다. 강을 버려놓은 것이다. 수질 상태를 봐라. 지금이면 강이 깨끗해야 한다. 이렇게 탁한 물인데 어떻게 고기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겠나" 

그에 따르면 낙동강에 이런 붕어나 잉어도 이제 거의 없다고 한다. 호수가 된 낙동강에서 주종을 이루는 것은 베스와 블루길, 강준치 같은 외래종뿐이다. 낙동강 고유의 토종물고기들이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붕어나 메기, 동자개, 쏘가리 같은 이른바 토종어종이자 경제성 있는 어종은 거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낙동강에서만 500명이 넘는 어민들의 생계가 지금 나락에 떨어져버렸다는 것이 낙동강 어민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낙동강 어민 전상기 씨가 지난 밤 쳐둔 자망을 걷어올리고 있다. 이날 자망 넉장에 잡은 물고기는 강준치 2마리가 전부였다.
 낙동강 어민 전상기 씨가 지난 밤 쳐둔 자망을 걷어올리고 있다. 이날 자망 넉장에 잡은 물고기는 강준치 2마리가 전부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분명한 원인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곳이 인간도 살 수 없다. 더군다나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지 않는가.

뭇생명들이 제 명을 다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희망해본다. 4대강 재자연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피울음을 토하며 죽어가는 잉어의 마지막 외침이다. "나는 살고 싶다", "우리의 서식처 낙동강을 살려내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0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아직 4대강 보로 막혀 강이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물고기 떼죽음 같은 4대강사업의 부작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태그:#낙동강, #물고기떼죽음, #잉어 , #4대강 재자연화, #낙동강 어민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