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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를 가로막거나, 미투 이후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것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폭로에 참여했던 피해자들 중엔 명예훼손 고소를 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 싸움을 했던 이들이 많았다.

형법 307조 1항에 '사실적시 명예 훼손' 조항이 있으므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성폭력 가해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 명예훼손 고소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협상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 미투 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명예훼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황 뒤바꾸는 '명예훼손 역고소'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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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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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은 적시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 사실이라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인이나 공공에 알릴 때 상대는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허위사실이 아니므로 가해자가 소송을 걸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한다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위축되어 성폭력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는 명예훼손죄가 피해자 입을 막는 용도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1월 펴낸 <성폭력 역고소 지원을 위한 안내서>를 보면 가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어 여성의전화는 "명예훼손 고소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황을 뒤바꾼다. 성폭력 사건이 '억울한' 가해자의 감정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피해자는 죄인이 되고 가해자는 불쌍한 사람이 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며 "성폭력 입증까지도 피의자가 된 피해자에게 넘기게 되니 (가해자로서는)'밑져야 본전'인 싸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안내서에 나온 사례에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입을 막으려고 고소를 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거나 정신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 나는 당연히 '성폭력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조사실에 들어가면 '꽃뱀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게 힘들다"며 명예훼손 역고소로 조사받는 상황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법 조항 폐지를 통해 명예훼손 역고소를 막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폐지될 경우 가해자가 고소하면 '무고'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지금은 사실을 말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하는데, 폐지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형사법으로 다루는 나라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2016년, 금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금 의원은 "법무부와 법원이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고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반대해서 통과가 쉽지 않다. 앞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설득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필요해"

 다섯 명의 여성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이야기 도중 A가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았다. B가 말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C가 말했다. "나도" D가 말했다.
 성폭력을 고발했거나, 고발하려는 여성들에게 명예훼손죄가 족쇄가 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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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와 관련, 김재희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공익적 목적이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위법성 조각 사유를 조금 더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은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명예훼손 사실은 입증하기가 쉽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를 선택하는 이유에는 피해를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데, 고발하면 명예훼손 고소를 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시작해서 사건의 쟁점이 뒤틀린다. 요즘은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피소가 된 이후에 성폭력으로 고소한 사건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피해자로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방어한다는 점이 힘들고, 수사 기관에서도 명예훼손을 먼저 당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위법성 조각 사유 확대나 이와 관련한 성폭력 특별법 제정 등 성폭력 사건 역고소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도 문제지만 민사소송이 걸렸을 때 유명인의 경우 손해배상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폭로는 개인의 용기로 할 수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함께 해주기 어렵다. 결국 사회적 분위기가 미투 운동을 따라가며 변화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5년 11월, UN 자유권위원회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사실을 말해도 고소당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3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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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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