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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교수 연구실에서
 윤순진 교수 연구실에서
ⓒ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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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국제환경에 관심 많던 필자가 꼭 만나 뵙고 싶던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재계 1위, 삼성전자 심장부인 사장단회의에서도 "서울소재 대기업 사옥 중 전력 소비량이 가장 높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삼성부터 사회적 책무를 다해 달라 촉구하던 '행동하는 지식인', 윤순진 교수입니다. <2014년 피스 앤 그린보트> 게스트란 광고를 보고 (대학원 지원 전) 강의 듣고 인사 드려볼 요량으로 자원봉사자에 지원했습니다. 아쉽게도 공사다망한 선생님의 일정 변경으로 필자가 고대하던 만남은 불발됐으나 시간이 흘러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았고, 마침내 올해 4월, 환경재단 <그린보트>의 직원으로서 4년 전 못 이룬 선상에서 재회하게 됐습니다. "선생님, 이 정도면 필연이지요?  


환경에너지정책 전공자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현재 한국환경사회학회 최초 여성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의 실행위원회 위원장이자, 최근 국내 환경문제에 경종을 울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 '미세먼지 대책 위원회' 위원으로서 민관학 가교 역할을 수행중이다.

윤순진 교수는 방학 중에도 연구실에 나와 글을 쓰고, 제자 논문 지도는 물론,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의 면담 요청에도 흔쾌히 시간을 할애한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는 여러 정부위원회 활동으로 몸이 두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할 때란다. 몸은 점점 야위어 가는 게 눈에 밟히니 제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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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보다 더 바빠진 것 같다.
"정부위원회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직 여성 풀이 많지 않아 각종 위원회 활동에 많은 요청을 받는데다 워낙 환경에너지 문제가 대두되다보니 전공 특성상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중장기 전략위원회 위원, 부담금운영심의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심의회 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 위원 등이 있다."

- 정권이 교체됐다. 위원회 활동하며 변화를 실감하는가?
"기본적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나와 철학이 맞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도 성장도 아니었다. 녹색성장을 얘기하면서 4대강 사업, 원자력 발전 확대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었기에 당시 녹색성장위원회 참여 요청도 거절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없앴던 참여정부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되살아났다. 여기서 현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가 잘 이행되는지 검토하고 제안을 하는데 그간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이번 정부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탈원전, 탈석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책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시민단체도 이끈 분이 환경부 장관(김은경)으로 임명됐다. 참여정부 시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비서관이셨다. 과거 정부와 달리 환경부 존재 의미를 부각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최근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많이 발생한다. 산업화 추진에는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대표적 미세먼지 배출창구인 석탄화력발전소가 국내 전력생산의 40%를 차지한다. 공장,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민에게 각종 환경 피해를 끼친다. 그 외에도 인구 1/4이 밀집한 수도권, 특히 서울은 경유ㆍ휘발유 승용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우리 삶의 공간 내 배출되어 축적되는 만큼 호흡하는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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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먼저 사업장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경우 봄철 미세먼지가 심한 기간에는 가동 중단이 되고 있다. 경제적 유인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세금 비율이 경유가 86이고 휘발유가 100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소비하기 쉬워진다. 상대적으로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경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선 세금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 경유는 생계유지형 차량에 많이 쓰이는데.
"우리는 복지와 환경문제를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업이 걸려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하나, 기본 전제는 그 누구도 환경을 파괴할 권리도, 남의 건강을 해칠 권리도 없다는 거다. 이분들이 영세한 경우에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지 경유세를 낮춰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 세금을 부과해도 트럭운전자의 경우 유가보조금지원제도가 있어서 경유의 가격을 높이는 것도 소비를 줄이는 데 전혀 영향을 못 준다. 복지와 환경이 얽힌 이슈인 만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제도와 시민실천이 꼭 함께 가야 한다" 
   
- 이번 <그린보트>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번이 3번째 탑승인데 그간 항해하며 다양한 시민을 만나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있어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런 정책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체는 시민이다. 시민 스스로 전력소비나 경유ㆍ휘발유 차량 운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내가 누릴 것 다 누리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경유세나 전기요금 인상안 관련하여 많은 시민과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또, 국제인권문제와 기후변화를 함께 다룰 예정이다. 시리아 난민 문제의 경우 흔히 정치, 종교 문제로 인식하지만, 그 한 꺼풀을 벗겨보면 7년간 비가 오지 않는 기후변화로 야기된 문제다. 인권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지만 환경 파괴는 살고 싶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침해한다. 최근 난민은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경향을 띠어 기후난민이라 불리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기후변화와 인권을 다뤄볼 예정이다."

 - <그린보트>는 알게 된 경위는?
"90년대 중반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수학했었다. 최근 모 방송에서 <마음껏 숨 쉬고 싶다, 내일도>란 주제로 강의하신 환경운동가 최열 선생님(환경재단 이사장)이 이곳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에 답사를 왔다. 그 인연이 이어져 지금의 <그린보트>, 과거 <피스 & 그린보트>의 게스트에 매년 초대받아왔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환경재단이 하니깐 좋을 것 같아 탔는데 완전 반해버렸다."

윤순진 교수와 최열 이사장
 윤순진 교수와 최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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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가?     
"그린보트는 그 자체가 학교, 놀이터, 마을이다. 먼저 다채로운 게스트의 강연과 일반승객들의 자주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교양과 지식을 넓힐 수 있으니 그 자체가 학교다. 저녁엔 재밌는 공연과 즐길 거리가 많아 놀이터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마을이라 생각을 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들과 우리 지구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린보트>다."

 - 이번 여정에서 기대하는 바는?     
"바다 한가운데에선 인터넷이 잘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을 끼고 무수히 많은 정보를 주워 담으며 바쁘게 살고 있다. 나 역시도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그 가운데 나를 잊지는 않았는지 반추하는 시간이 종종 있었다. 이번 여정에선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혼자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아. 내 친언니도 함께 가는데 오랜만에 자매간의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설렌다. 망망대해에서 매일 보는 일출은 <그린보트>의 또 다른 별미다. 4월의 항해가 기다려진다."

2018 그린보트(4.12 ~ 4.18)
 2018 그린보트(4.12 ~ 4.18)
ⓒ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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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주영 환경재단 선임PD가 쓴 글입니다. 사진은 김륜환 그린보트 그린크루가 촬영했습니다. 그린보트 홈페이지 http://www.greenboat.org/ 문의: 02-2011-4339, 4365



태그:#그린보트, #환경재단, #윤순진, #최열,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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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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