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자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빙속의 현재 그리고 미래들이 뭉쳐 일군 기적은 위대했다. 이승훈과 아이들이 이번에도 역사를 써내며 올림픽 2회 연속 팀추월 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던진 메시지였다.

'빙속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과 김민석(19·성남시청), 정재원(17·동북고)은 21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3분38초5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이 아니었기에 이들은 경기 직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레이스는 메달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맏형과 동생들이 뭉쳐 하나 된 단결력 아래 스피드를 유지하며 경기를 펼쳤다. 이들이 보여준 팀워크는 많은 울림을 남겨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빙속의 기둥'과 성장하는 '새싹'이 함께하다

남자 팀추월은 다른 어떤 종목보다 값진 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에서 빙속 장거리 신화를 쓴 이승훈과 그를 바라보고 새롭게 성장하는 김민석과 정재원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밴쿠버에서 시작해 소치와 평창까지 세 번의 올림픽에서 장거리 분야를 책임져왔다. 2010년의 이승훈은 곧 한국 빙속 장거리의 역사의 큰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메달로 어느덧 올림픽 메달 네 개를 확보했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민석과 정재원은 이승훈에 이어 한국 빙속을 책임질 인재다. 김민석은 이미 1500m에서 가능성을 봤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15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미 지난 시즌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열렸던 2017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5위로 선전하며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림픽 포디움에도 서며 이승훈 외에 또 다른 원석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시상대 오른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올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시상대 오른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올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남자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 남자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 이희훈


정재원은 올 시즌 국가대표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국내 선발전에서 김민석을 제치고 매스스타트 대표로 발탁되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이제 막 시니어 무대로 올라온 정재원에게 평창은 첫 도약의 발판이 됐다.


세 명의 합심은 대단했다. 맏형 이승훈은 8바퀴 중 4바퀴를 선두에서 책임졌다. 공기저항을 상당히 세게 받는 선두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배 이상의 체력이 소모될 정도로 상당히 버겁고 힘들다. 그러나 이승훈은 소치에 이어 평창에서도 이 같은 부담을 짊어지고 기둥으로 든든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김민석과 정재원은 2바퀴씩 함께 나눠타며 맏형을 받쳐줬다. 서로 속력이 떨어질 때는 손으로 받쳐주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곡선 주로에서 마치 하나가 된 듯이 왼발과 오른발이 같은 박자에 똑같이 움직이며 나오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선전으로 한국 장거리 빙속은 이승훈에서 대가 끊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어질 밝은 미래가 있다고 얘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자 팀추월이 보여준 메시지 '이것이 팀워크다'

경기장 떠나는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순위결정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경기장 떠나는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순위결정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공교롭게도 이날 남자 팀추월과 여자 팀추월 본선 경기가 동시에 열리면서 본의 아니게 한국의 두 대표팀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말았다. 남자 대표팀은 예선전이었던 8강전부터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결승에 올라 메달까지 획득했지만, 여자 대표팀은 '팀'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단합력이 붕괴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열린 8강전에서 따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두 바퀴를 앞두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기록 단축을 위해 스피드를 올렸고 노선영은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점차 격차가 벌어졌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피드를 붙여 달렸고 결국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노선영이 홀로 결승선에 통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경기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 태도 논란까지 더해져 비난은 극에 달했다. 이후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여자 팀추월은 이날 7~8위 순위결정전을 치렀다. 이들은 순위결정전에서야 셋이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레이스 중간에는 서로를 밀어주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사건이 터지고 갈등 양상이 심각해진 이후였기에 문제를 완전히 봉합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무거운 분위기 팀추월 선수와 감독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순위결정전을 앞둔 박승희, 노선영, 박지우, 김보름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백철기 감독.

▲ 무거운 분위기 팀추월 선수와 감독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순위결정전을 앞둔 박승희, 노선영, 박지우, 김보름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백철기 감독. ⓒ 이희훈


남자 팀추월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예선부터 결승까지 이들은 소치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메달권에 진입한 것도 컸지만, 무엇보다 속도에서부터 선두 교체 과정 그리고 마지막 스퍼트까지 일심동체가 돼 세 명이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함께 레이스를 마쳤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이 팀추월의 기본이자 선수로서 대표팀 선수가 해내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 팀추월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모습조차 지켜지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졌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같은 대표팀인데도 불구하고 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렇게 온도차가 심한 경기력을 보인 것이다.

이미 전날 쇼트트랙 여자 계주에서 네 명의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 올림픽 2연패를 해낸 데 이어, 여자 컬링 대표팀이 '갈릭 걸스'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사상 최초로 올림픽 4강 진출을 써내 여자 팀추월은 더욱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기에 같은 남자 대표팀마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더욱 뼈아팠다.

남자 팀추월에서 우리는 팀워크라는 것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맏형의 헌신, 동생들의 끈기가 뭉쳐진 그 힘에 우리는 더욱 환호하고 메달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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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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