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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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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운영위원장 : "임종석 실장. 발언대에 서보세요. 발언대에 서세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 "여기서도 발언이 가능한데 따로 서야 합니까."

김성태 위원장 : "서세요!"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다그침에 국회 정론관에서는 때아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이 21일 오후 속개된 운영위 회의장에서 청와대의 자료 제출 미비와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임종석 실장을 일으켜 세워 '꾸중'한 장면에서다.

김 위원장은 애당초 청와대 관계자가 자신의 말에 웃었다며 이 관계자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는 "저 뒤에서 앉아서 웃으신 분 일어서보라. 하얀 와이셔츠 입으신 분 말이다"라면서 "청와대 직원이 위원장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비꼬는 데 이게 청와대 입장이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웃지 않았다"라고 반박하자 김 위원장은 "국회 CCTV에서 웃는 모습이 나오면 어떡할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위원회 격을 떨어뜨리나"라면서 "이게 독재고 독선 아니냐"라고 항의했지만 김 위원장의 고압적 자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박홍근 민주당 간사 또한 "말씀을 가려서 하시라"면서 "죄 짓고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위원들을 향해 "발언 그만해라! 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게 집권당 행패지 뭐냐"라면서 임 실장을 재차 발언대로 불러 세웠다.

임종석 "날 왜 저기 불렀는지 모르겠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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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발언대에 선 임 실장이 촉박한 자료 제출 요구 시점을 들어 항변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납득하지 않았다.

임 실장은 "위원장 말에 웃었을 리가 있느냐"라면서 "오전에 이미 답변 드렸기로,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월요일부터 오기 시작해 정리를 마치지 못한 부분이 있고 규정상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어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드릴 테니 시간을 주십사하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제출 요구한 자료가 복잡하고 힘든 자료가 아니다"라면서 "운영위에 대한 청와대의 자세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원칙대로 하겠다"라고 고집했다. 이에 임 실장은 "왜 화를 나한테 푸는지 모르겠는데, (오전에) 충분히 설명 드렸다"라면서 "주말까지도 운영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고, 자료 요구를 받은 바 없다. 그마저도 시간을 못준다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을 불러 세운 행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임 실장은 "위원장님이 내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전 내내 성실히 답변하고 있다"라면서 "위원장 명이라 나가긴 했지만 저를 왜 저기 불렀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변은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그는 "자료 요청에 성실하지 못했고 실장을 비롯한 출석 인사들이 위원장 발언에 대한 협조가 없어 항의 입장으로 발언대에 세웠다"라면서 "오후 질의가 시작되기 전에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뭔가 특권 의식이 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실장에게 환기시킨 것이다"라고 답했다.

박용진 "김성태, 예전에도 '불러세우기'로 희화화... 유감"

회의는 속개 20여 분이 지나도록 '청와대 태도 지적'으로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결국 정회를 선언한 뒤, 첫 질의를 시작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아이고" 소리와 함께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0년 10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 당시에도 당시 문화재청장(이건무)을 불러 세워 '구태 국회'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시 청장에게 '무식한 사람아, 어디서 그런 답변을 하고 있나. 답변대에 서라'라고 막말해 국회가 희화화 되고 욕을 먹은 적이 있다"라면서 "오늘도 또 이렇게 돼 유감스럽다. 청와대에 물어볼 게 산더미인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소속 위원인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의 방어도 이어졌다. 성 의원은 "옛날 발언까지 끌고와 위원장을 공격하느냐"라면서 "나도 위원장 발언에 웃는 (관계자) 모습을 봤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발언대에 간 것을 봉변이라고 하니 좀 그렇다"라면서 "여당은 조금 달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요즈음 초등학생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면 범죄라고 한다"라면서 "운영위원장직을 빌미로 마땅한 이유 없이 임 실장에게 발언대에 오라가라 하는 것은 갑질을 넘어 국민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임종석, #김성태, #운영위원회,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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