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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연휴, 편치 않았습니다. 문화계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가 또 터졌습니다. 연극계의 대부, 유명한 연극배우. 특히 '연극계의 대부'로 호명되던 이가 30여 년간 문화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피해가 컸습니다. 성범죄 수법과 추함은 놀라웠습니다. 증언자들에 따르면, 그는 오랜 기간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성폭력을 행했습니다.

노벨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원로시인의 성추행 논란, 현직 여성 검사의 폭로. 이 사건만으로도 놀랐던 사람들은 매일 또다른 성범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한국 사회 곳곳에 고름처럼 고여있던 것들입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숨죽이고 가해자가 당당한 잘못된 형태가 오랫동안 되풀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년 전 어느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사건을 되짚어봅니다.

 여성 노인 성폭행이 늘고 있습니다
 여성 노인 성폭행이 늘고 있습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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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임에도 '꽃뱀'으로 몰린 할머니

2012년, 한 할머니(당시 62세)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간호조무사는 그 할머니를 꽃뱀으로 몰았고, 결국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경기도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는 30대 남성 간호조무사 원아무개씨였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씨는 범행 직후 범죄를 시인하고 '할머니를 성폭행했다'는 자인서도 썼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딸의 혼사를 한 달 앞두고 소문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는 사이, 원씨는 이틀만에 말을 바꿉니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자술서도 강압에 의해 억지로 썼다'고 주장한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네에 거짓 소문이 퍼졌습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원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할머니를 꽃뱀으로 몰고 가면서도 인터넷에서 '강간합의금'을 검색했습니다. 할머니는 2차, 3차 가해 속에 악몽의 시간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성폭행에 의문을 제시한 경찰과 검찰 

보도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은 '3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왜 60대 여성은 성폭행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이는 명백히 피해자 중심이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할머니는 사건 이후  한 달 간 6번이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2012년 당시 법원은 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할머니의 신고, 고발, 출석 조사... 이 모든 게 헛된 일이 되고, 당신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결국 할머니는 "내가 젊은 여자였다면 가해자가 구속됐을 것"이라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건 이후 3년이 지나, 대법원에서 가해자 원아무개씨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됐습니다.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신상정보공개 5년입니다(관련 기사 : [판결] 60대 환자 성폭행하고 꽃뱀으로 몰아…).

숨죽이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한 언론은 지난 2008년 성폭행 당하는 할머니가 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관련 기사 : 성폭행 당하는 할머니 늘고 있다) 홀로 사는 여성 노인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노린 성범죄도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성범죄는 치마가 짦아서, 화장이 짙어서, 밤길을 걸어가서 일어나는 범죄가 아닙니다. 성범죄는 사회적 약자를 향해 휘둘러지는 폭력입니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성폭행 피해를 입고도 기존의 문화와 관습 때문에 신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성적 대상화가 수시로 일어납니다. 또 여성에 대한 희롱과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법원이 아이, 장애인, 노인, 여성이 피해자인 판결 앞에서 관대한 태도를 보이진 않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날 창창한 젊은 남성'을 위해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돌보지 않는 것은 성범죄를 키우는 데 일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연휴 기간 SNS에선 연극 연출가들, 연극 배우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피해 고백이 이어졌습니다. 10년 전, 15년 전 당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는 처절했습니다. 한국의  #미투는 이제 시작입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자책하며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팠던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2차 가해로 인한 고통 끝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합니다. 그들 대신, 외침을 이어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에 대해 기록 남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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