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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관련 소송을 다룰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제3차 심리가 13일 열린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 반대 단체들은 이날 오전 심리가 열리는 회의실 벽면에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게시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관련 소송을 다룰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제3차 심리가 13일 열린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 반대 단체들은 이날 오전 심리가 열리는 회의실 벽면에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게시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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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소송을 다루는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결론을 미루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예장통합 교단 신학교인 장로교신학대학교 동문과 신학생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고 판결 지연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장신대 동문들과 신학생들이 낸 성명 중 주요 대목을 아래 인용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02학번 동문들은 이번 총회재판국의 판결지연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합니다. 대형교회의 세습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습니다. 교회를 향한 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세습에 대한 신앙적 원칙과 장로교단의 헌법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 장신대 02학번 동문 21명 

재판국장 이만규 목사님과 재판국을 구성하는 여러 목사님들, 장로님들! 왜 계속 재판이 지연되는 것입니까? 서울동남노회에 문제가 있다는 소장이 접수된 지 벌써 60일이 지났고, 또 30일을 연장하여 헌법에 명시된 90일이 넘었는데, 왜 이에 대한 판결을 다음으로 연기하는 것입니까?" - 장신대 04학번 동문 19명 

"2018년 1월 16일에 이어, 2월 13일에도 '서울동남노회 선거무효'소송 건의 판결이 지연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90일이 아니면,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입니까! 우리가 기다린 90일은 즐거움의 시간이 아니라 아픔과 눈물의 시간입니다. 총회재판국원들에게는 이번 명성교회 세습 사태로 인해 아파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 장신대 05학번 동문 23명 

"서울동남노회 선거무효소송의 판결을 연기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두 사건은 현재 병합된 것입니까? 아니면 심리만 같이 하는 것입니까? 사건 병합이 아니라면 왜 선거무효소송 판결을 내리지 않습니까? 총회재판국이 재판절차법을 지키지 않는데 어떻게 그 재판이 공정하다 할 수 있습니까? 세습사태, 그리고 이번 사태의 중심배경인 선거무효소송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입니다. 왜 재판국은 신속한 판결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명성교회측의 지연의도에 휘둘리는 것입니까? 아니면 재판국 내에 세습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입니까?" - 장신대 신학생 일동 

각 교단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신학생들은 소속 교단 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교단 내 어른들(?)에게 밉보이면 졸업 후 목회사역을 하려고 해도 임지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예장통합 교단은 명성교회의 입김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예장통합 교단에서 목회자로 헌신할 신학생들이 재판국에 조속한 결론을 촉구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공개재판, 교회 법정에선 왜 안되나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관련 소송을 다룰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제3차 심리가 13일 열리는 가운데 재판국장인 이만규 목사가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 재판국장은 재판과 관련,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관련 소송을 다룰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제3차 심리가 13일 열리는 가운데 재판국장인 이만규 목사가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 재판국장은 재판과 관련,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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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대목은 또 있다. 재판국에 방청 허용 및 재판기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명성교회 세습문제는 교단의 명운이 걸렸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재판이 보다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재판의 방청은 물론, 재판 속기록을 공개해야합니다. 또한 그 판결문은 사회법정의 관례를 참고해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을 정확히 기록하고, 해당 의견을 개진한 재판국원의 실명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총회재판국원들의 결정을 감당해야할 통합교단 전체 목회자를 고려하면 마땅히 이번 재판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 장신대 02학번 동문 21명 

"공정한 재판이 진행되었는지를 누구나가 확인할 수 있도록 재판에서 오가는 내용을 녹화하여 공개하고, 속기록을 작성하여 공개하십시오! 또한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라면 누구나 방청할 수 있도록 조치하십시오!" - 장신대 04학번 동문 19명

"저희는 알아야겠습니다. 누가 교단의 원칙과 신앙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습니다. 역사의 심판을 위해 기억과 증언, 기록과 문서를 남겨야겠습니다. 명성교회 세습재판에 대한 방청을 허용해주십시오. 그리고 재판의 속기록을 공개하십시오.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결정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장신대 신학생 일동 

신학생들의 재판과정 공개 요구는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사회 법정의 경우, 재판의 공정을 기하고 재판 결과의 신뢰를 높이고자 공개재판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나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재판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재판도 모두 공개재판으로 진행돼 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판을 TV로 생중계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회로 눈을 돌려보면 사회법정에 한참 못 미친다. 각 교단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논란의 무게와 상관없이 재판국 심리는 비공개로 열리는 게 보통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 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에 심각할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기독교계 언론 매체는 물론 JTBC 등 일반 언론도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총회재판국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 또 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재판 과정 공개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학생들이 투명한 재판과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목소리를 낸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총회재판국에 바란다. 명성교회 세습 관련 소송이 산더미 같이 쌓인 사건 중 하나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송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논란의 물줄기가 뒤바뀔 수 있다. 한국 교회 전반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심각하다. 이런 이유로 재판국은 더욱 엄중하게 사건을 심리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더 이상 지체 말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 혼란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또 소송이 가진 의미를 감안해 재판 방청 및 관련 기록 공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제 선배 목회자들이 후배 신학생들의 외침에 응답할 때다. 신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재판국으로 옮겨갈 것이다.



태그:#명성교회, #총회재판국, #장신대, #예장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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