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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 기자 말



 
"체르노빌 원전에서 나온 가장 위험한 물질은 세슘도, 플루토늄도 아닌 '거짓말'이었어요. 1986년의 거짓말. 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이렇게 부릅니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이 2006년 방영한 다큐멘터리 <체르노빌의 전투>에서 구소련의 알라 야로신스카야(65·여) 전 최고 소비에트(입법기구) 위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당국이 은폐했던 600쪽가량의 체르노빌 보고서를 1991년 소련이 무너졌을 때 입수, 1994년 <체르노빌, 감춰진 진실>을 펴낸 사람이다. 프랑스 다큐 감독 토마스 존슨(63)이 사고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체르노빌의 전투>는 야로신스카야의 책과 미공개 기록영상, 당시 피해자·사진기자·사고수습요원 등과의 광범위한 인터뷰를 토대로 했다.




방사능 피폭 사망자 수·기형아 출생 등 철저히 숨겨




야로신스카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 당국은 방사능 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철저히 숨겼다. 사고가 난 1986년 4월 26일로부터 2주 남짓 지난 5월 12일에 작성된 보고서는 이미 1만198명이 원전 사고로 입원했고 이 중 345명이 '방사성 병변'을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소련 정부는 방사선의 인체 흡수 기준치를 갑자기 5배 올리는 식으로 환자 수를 줄였다. 야로신스카야는 인터뷰에서 "기준치를 올리자 갑자기 사람들이 기적처럼 나았다(병원을 나가야 했다)"며 "그건 명백한 범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우크라이나 등에서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났지만 인체 피해에 대한 정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우크라이나 등에서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났지만 인체 피해에 대한 정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디스커버리 채널 <체르노빌의 전투>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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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정부가 사건 발생을 이틀 동안 감추다 인정한 것도 자의가 아니라 떠밀려서였다. 사고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1200km 떨어진 스웨덴의 포스마크 원전 등에서 평소보다 6배 많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북유럽 국가들이 소련 당국에 해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5년 후인 1991년 4월 2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때까지 소련 정부가 대외적으로 인정한 체르노빌 사고 사망자 수는 원전직원 2명, 소방대원 29명 등 31명뿐이었다.




그러나 <체르노빌의 전투>에 나온 당사자, 목격자들의 증언은 완전히 다르다.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 30여 명이 즉사, 혹은 수개월 내 목숨을 잃었고 헬기에서 원자로에 모래, 붕산가루, 납 등을 투하했던 조종사 중 600여 명이 방사능 피폭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녹아내리는 핵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원자로 지하에 냉각장치를 설치하려고 동원했던 광부 1만여 명 중 2500여 명이 40세가 되기 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 등에 동원된 예비군 등 '해체작업자(liquidator)' 50만 명 중 2만 명이 숨지고 20만 명이 장애인이 됐으며 나머지도 심장, 위, 간, 콩팥, 신경계 등에 이상이 생겨 반복적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큐는 "그런데도 이런 희생자들과 원전 피해 이주민 13만여 명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1986년 체르노빌원전 4호기 폭발 후 구소련 정부는 방사성물질 누출을 막고자 50만 명을 동원해 원자로를 덮는 콘크리트 석관을 만들었다(왼쪽). 당시 만든 구조물이 점점 부식되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주도로 40개국이 약 17억 유로(한화 약 2조3천억 원)을 모금, 그 위를 덮는 강철 돔을 2016년 완공했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일대에서는 아직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으며 원자로 내부에 남은 핵연료 플루토늄 100킬로그램(kg)을 제거하는 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1986년 체르노빌원전 4호기 폭발 후 구소련 정부는 방사성물질 누출을 막고자 50만 명을 동원해 원자로를 덮는 콘크리트 석관을 만들었다(왼쪽). 당시 만든 구조물이 점점 부식되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주도로 40개국이 약 17억 유로(한화 약 2조3천억 원)을 모금, 그 위를 덮는 강철 돔을 2016년 완공했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일대에서는 아직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으며 원자로 내부에 남은 핵연료 플루토늄 100킬로그램(kg)을 제거하는 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 IAEA, EB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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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가 추정한 체르노빌 사망자는 수십만 명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 발간한 <체르노빌 사고의 건강 영향과 특별 건강관리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1986년부터 95년까지 사고 수습에 투입됐던 인력과 원전 인근 30km 내 주민 등 직접적 영향을 받은 60만 명 중 4000명이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직접영향권은 아니지만 사고 지역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일부 지역의 주민 6백만 명 중 5000여 명도 방사능 피폭으로 이 기간 중 사망했을 것으로 봤다.




반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06년 <체르노빌 재앙: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주요 피해 3개국에서 약 20만 명이 추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발간 당시의 최신 연구자료를 집대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암과 백혈병이 급증했으며, 원전 인근 30km 이내에 거주한 임산부 중 절반 이상이 빈혈에 시달리거나 태반 형성에 실패하는 등 합병증으로 고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 변형 등 유전적 결함이 보고된 사례도 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일반 지역의 3배, 러시아 피폭 지역은 4배 가량 많았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체르노빌 사고 이후 피폭지역에서 심혈관계, 호흡계, 소화계, 내분비계, 근육, 피부, 생식, 면역, 신경기능 등 인체의 거의 모든 계통에서 질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체르노빌 재앙: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체르노빌 사고 2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 보고서는 사고 지역 주변의 건강피해에 대한 당시 최신 연구자료들을 집대성했다.
 2006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체르노빌 재앙: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체르노빌 사고 2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 보고서는 사고 지역 주변의 건강피해에 대한 당시 최신 연구자료들을 집대성했다.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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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어린이 암환자 급증, 당국은 원전 관련성 부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루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구소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 후 7년이 흐른 지금도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수백 톤(t)씩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한 2013년 9월 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에 지난해 12월 원전 재가동 허가를 내줬고, 2020년 도쿄올림픽 일부 종목을 후쿠시마에서 개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이 2016년 6월 공표한 현민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원전사고 후 2016년 3월까지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 갑상선암에 걸렸거나 걸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모두 191명이었다. 소아갑상선암은 100만 명 중 2~3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조사 대상인 후쿠시마 어린이 및 청소년 약 37만여 명을 100만 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환자·의심자 수는 516.2명이나 되는 셈이다. 2012년 국내환경운동가들이 창간한 <탈핵신문>의 오하라 츠나키(42) 편집위원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원전 사고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소아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는데도 방사능 영향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3월 7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 주관 동일본대지진 5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호시 호쿠토 후쿠시마현 건강조사 검토위원장.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소아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는데도 방사능 영향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3월 7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 주관 동일본대지진 5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호시 호쿠토 후쿠시마현 건강조사 검토위원장.
ⓒ 일본외국특파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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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원전의 방사성물질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호시 호쿠토 후쿠시마현 건강조사 검토위원장은 2016년 3월 소아갑상선암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제환경역학회(ISEE)의 서한에 "(후쿠시마현에서) 소아갑상선암 환자가 통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원전사고 이후 배출된 방사선량이나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방사능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시 위원장은 다만 "방사능 피폭이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며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후 현립 의과대학의 질환별 환자 수 추이. 사고가 일어난 2011년을 기점으로 모든 질환 환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후 현립 의과대학의 질환별 환자 수 추이. 사고가 일어난 2011년을 기점으로 모든 질환 환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 나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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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의료계에서 나오는 통계는 원전사고가 주민 건강에 이미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한일 국제심포지엄-원전과 건강>에 참가한 후세 사치히코(63)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원장은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의 통계를 인용해 암환자 등의 증가 추이를 설명했다. 원전 사고 직전인 2010년과 비교해 사고 이듬해인 2012년 소장암은 4배(13명→52명), 전립선암(77→231명)과 뇌출혈(13→39명)은 각각 3배, 대장암은 2.97배(31→92명), 백내장은 2.27배(150→340명)로 환자 수가 늘었다.




2014년 독일 과학자 하겐 셔브가 발표한 <후쿠시마의 영향, 일본에서의 사산과 유아사망> 연구에 따르면 사고 원전 인근인 후쿠시마, 이바라키, 미야기, 이와테 등 4개 현의 2012년도 자연사산율이 원전사고 전보다 12.9% 높아졌다. 김익중(58) 동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22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발생한 암이나 유전병 사례가 이미 다 나와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일본이든 한국이든 정부 차원의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현재진행형인 방사능 피해를 적극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 정책은 탈핵"



 
"가장 안전한 핵 정책은 탈핵이라고 확신합니다. 국토의 절반이 폐허가 되고 국민의 절반이 피난생활을 하게 만드는 위험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래의 국제사회와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풍력, 태양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믿습니다.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2013년 3월 헬렌 칼디코트 재단 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의학적·생태학적 결과' 심포지움에 비디오 영상으로 등장한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말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총리였던 그는 일본의 기술력으로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사고를 겪은 후 원자력이라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탈원전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2013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의학적·생태학적 결과’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낸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후쿠시마 사고를 수습했던 그는 “위험한 원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의학적·생태학적 결과’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낸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후쿠시마 사고를 수습했던 그는 “위험한 원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헬렌 칼디코트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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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같은 해 독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의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거짓말>에도 출연해 원전사고 배후에 있는 일본의 '원자력 패거리'를 고발했다.



 
"지난 10~20년간, 원자력의 위험을 알리는 사람들에 대해 온갖 형태의 압력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대학의 연구자가 원전에 위험이 따른다고 말하면 출세의 찬스는 절대로 오지 않습니다. 정치가는 온갖 원조를 전력회사 등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원전의 위험성 따위를 문제 삼는다면 그런 원조는 바로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원전을 추진한다면 많은 종류의 헌금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문화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스포츠나 매스컴도 포함됩니다. 이런 식으로 끈이 밀접하게 빙 둘러쳐져 있어서 원전에 대한 비판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는 "원자력 패거리는 중요한 결정 사안에서 총리까지 배제시킬 정도로 폐쇄적인 집단"이라며 "원전 사고 보도가 있고 1시간 이상 지나서도, 도쿄전력으로부터 무엇이 원인이고 어떤 폭발이 있었던 것인지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나오토 총리의 이런 각성에 힘입어 2012년 9월 당시 일본 집권 민주당은 '2030년 원전 제로'를 명기한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석 달 뒤 선거에서 아베 신조의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아베 정권은 민주당의 탈핵 선언을 철회하고 2014년 4월 "원자력은 에너지수급구조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저부하 전원"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두부 위의 나라' 일본, 한국이 따라가선 안 돼



 
"일본 정부가 원전을 다시 운영하고 싶은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일본 사람들이 원전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궁극적으로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원전 기술은 미성숙하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그것을 압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이자 <핵을 넘다>의 저자인 이케우치 사토루(74)는 지난해 9월 8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베 정부의 원전회귀 정책을 비판하며 결국 일본도 탈핵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탈핵을 천명한) 문재인 정권의 의지가 절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경제성을 따지는 가치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가치는 길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11월 일본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교에서 열린 ‘세계평화를 요구하는 7인위원회’ 강연회에 나선 이케우치 사토루 교수.
 2014년 11월 일본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교에서 열린 ‘세계평화를 요구하는 7인위원회’ 강연회에 나선 이케우치 사토루 교수.
ⓒ 세계평화를 요구하는 7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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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서에서 지진과 지진해일이 빈번한 일본을 '두부 위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런데도 일본이 50개가 넘는 원전을 운영한 이유는 '원전이익공동체 펜타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인, 관료, 전력업계, 언론, 원자력 전문가 등 5자가 결탁해 원전의 '안전신화'를 널리 퍼뜨리고 사람들이 이를 믿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원전 안전신화’를 만들고 유지한 5자 체제. 사토루는 이외 다른 많은 직종의 사람들도 원전이익공동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원전의 위험성을 알면서 발언하지 않은 정치인과 다른 분야 학자들 역시 모두 같은 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원전 안전신화’를 만들고 유지한 5자 체제. 사토루는 이외 다른 많은 직종의 사람들도 원전이익공동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원전의 위험성을 알면서 발언하지 않은 정치인과 다른 분야 학자들 역시 모두 같은 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 윤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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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이 원전으로 회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원전의 가동 규모와 재생에너지의 성장 속도 면에서 현실적으로 한국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7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5기로 후쿠시마 사고 이전의 54기에 비해 미미하다. 그린피스 장다울(40) 선임활동가는 "정치권과 산업계가 원전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재가동을 둘러싼 소송도 걸려 있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며 "최종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원전은 10~15기 사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24기이며 문재인 정부의 탈핵 로드맵이 그대로 추진돼도 원전을 다 닫는 데는 앞으로 60여 년이 더 걸린다. 그는 "동시에 일본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2030년에도 국내 발전량 1위는 석탄, 2위는 원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통해 에너지구조 전환 청사진을 밝혔다. 핵심은 환경보호와 안전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미세먼지와 재난의 우려가 큰 석탄화력, 원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량을 기준으로 볼 때 2030년에도 석탄의 비중은 36.1%, 원전은 23.9%로 두 발전원이 여전히 60% 가량을 차지한다.



 
2017년과 2030년의 전원구성 비교. 설비용량 비중과 발전량 비중이 다른 것은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 발전비용이 싼 전원을 우선 활용하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30년의 전원구성 비교. 설비용량 비중과 발전량 비중이 다른 것은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 발전비용이 싼 전원을 우선 활용하기 때문이다.
ⓒ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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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너지위원장을 지낸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김창섭(55) 교수는 지난달 12일 <단비뉴스> 와의 인터뷰에서 발전 비용이 싼 에너지원을 우선하는 경제 급전에서 환경 영향을 중시하는 환경 급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급전 우선순위를 바꿔야 하는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급전 순서와 관련해 시장 제도를 바꾸겠다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다"며 "에너지를 전환하자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37) 에너지국장은 지난 2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너지전환이 획기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소수 관료가 결정권을 갖는 중앙집중식, 하향식 계획 대신 지역과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시민, 에너지 전환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고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법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에너지,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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