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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유 – 준호, 제임스, 구스베

준호와 제임스와 구스베는 사랑할 수밖에 없고, 사랑한다고 믿고 있고, 사랑해야만 하는 국제적인 친구다. 전혀 알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이들은 사랑하는 사이로 보여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준호네 집에 큰 잔치가 벌어졌다. 몇 십 년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 한 성대한 잔치다. 다른 집들이 그렇게 이런 잔치를 벌이려 해도 허락되지 않는 국제적인 잔치다. 준호는 이 잔치야말로 온 세계인의 평화 축제로 치르고 싶다. 국내의 친구들은 물론 외국의 친구들까지 초청했다. 당연히 외국 친구인 제임스와 구스베도 축하하기 위해 준호네 잔치에 참석했다.

준호네 잔치가 워낙 유명한 잔치라 평소에 소식이 궁금했지만 소식이 감감했던 또 다른 친구가 자신도 참석해 잔치를 빛내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당연히 준호는 그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응수했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결국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제임스와 구스베도 알고 있다.

이 친구는 실은 준호네 집안사람이다. 같은 집안이지만 원수처럼 지낼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쌍수를 들고 준호네 잔치를 잘 치를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해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제임스하고 이 친구하고는 사이가 아주 안 좋다. 둘 다 자신들이 만든 무기가 제일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제임스가 먼저 만든 무기를 준호네 집안 친구가 만들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게 제임스로서는 여간 비위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들의 무기 자랑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제임스는 잔치에 참석하기 전부터 그 친구가 참석해도 모른 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만든 무기를 없애기 전에는 전쟁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말해 왔었다. 심지어는 이 무기 말고도 그 친구의 악한 점을 부각시키며 연일 매스컴을 통하여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제임스는 실은 준호네 잔치에 오는 길에 구스베의 나라로 가서 그를 먼저 만났다. 둘은 소위 '쿵짝'이 여간 잘 맞는 게 아니다. 제임스도 구스베도 준호의 집안 친구를 달갑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둘이는 의기투합해 준호의 잔치에 참석해서 축하하는 것보다 먼저 준호 집안 친구의 악한 점, 약점, 비리 등을 들추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잔칫날이 되었다. 준호네 집안 친구는 혼자만 온 것이 아니고 노래하는 사람, 악기를 다루는 사람, 각종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대로 다 동원하고 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를 최상으로 띄웠다. 자기 집안에도 잔치가 있지만 제임스나 준호에게 누가 될까 봐 축소해서 치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제임스와 구스베는 이 친구가 만든 무기가 맘에 안 든다고 준호의 저녁 만찬에 늦게 참석했다. 제임스는 참석과 동시에 자리 배치가 안 좋다는 트집을 잡아 앉기를 거부하고 줄행랑을 쳤다. 잔치자리에는 찬바람이 일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가 그런다고 잔치를 못 치를 준호는 아니다. 그러나 즐거운 평화 잔치에 와서 전쟁 이야기만 하는 제임스로 인해 속상하긴 했다.

#사실 – 문재인, 마이크 펜스,  아베 신조

 '평창 외교전' 돌입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두번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앞줄 맨 오른쪽)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평창 외교전' 돌입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두번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앞줄 맨 오른쪽)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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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실은 집안잔치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스포츠 대전 이야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온 두 인사,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빗대어 지어 본 이야기다. 물론 비유이기에 사실을 빗댄 것이지 사실과 딱 맞는 건 아니다.

세계인의 눈이 집중된 평창 동계올림픽,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 한다. 이 평화 분위기가 남북 간의 대화는 물론 미국과 북한의 대화로도 연결되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잔치는 뭐니 뭐니 해도 찬물을 끼얹는 맛이지"


아무래도 일본의 아베는 물론 펜스는 더더욱, 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베는 오기 전부터 오느니 안 오느니 하며 우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쩔 수 없이 오긴 했는데 여전히 고자세다. 잔치 분위기 띄우기보다는 찬물 끼얹기에 여념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미국이다.

뉴스를 따라 펜스 부통령의 족적을 그대로 밟아 보면 답은 나온다. 그가 우리나라에 온 것은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오기 전에 일본부터 갔다. 일본의 아베 총리를 만나 한목소리로 북에 대한 강공을 퍼부었다. 핵무기를 없애기 전에는 대화는커녕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다. 평화 올림픽에 전쟁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런 후에 우리나라에 온 펜스는 북한의 인사들과 동선을 달리해 달라고 주문하더니 김영남과의 만남이 불편했던지 문재인 대통령이 베푸는 리셉션에 지각까지 했다. 그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애써 정부는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막식에도 늦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늦기는 아베도 마찬 가지였다. 둘이 약속이라도 한 모양새다. 이는 국제적인 결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펜스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와 함께 방한했다. 펜스에게 묻고 싶다.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건지 찬물을 끼얹으라 온 건지에 대해 말이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참석 전에 탈북자들과 면담을 가지고,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전시관도 둘러보는 등, 일정 자체가 평화올림픽은 염두에 없다. 이번 올림픽 무대를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는 장으로만 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라지만 정치와는 무관한 국제 스포츠 잔치가 아닌가. 이건 뭐 잔치를 축하하러 온 게 아니고 어떻게 하든지 잔치에 초를 들이붓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 들 정도다. 북한과의 핵문제는 다른 때 풀면 된다. 굳이 평화 올림픽을 치르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우리나라의 동계 올림픽을 그 무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2008) 포스터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2008)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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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과 일본의 이번 동계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2008)이다. <황야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세르조 레오네, 1966)의 오마주로, 만주 웨스턴 장르의 코미디 영화다.

오마주는 영화에서 특정 작품의 장면이나 대사를 따와 그 영화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북한, 미국, 일본의 인사들을 보며 오마주가 아니라 이 영화가 아우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누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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