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각 종목의 다양한 상식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동계올림픽을 보다 빠르고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 기자 말

동계스포츠에는 속도 싸움을 벌이는 종목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안전'이 강조된다. 그리고 선수들의 생명을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 '헬멧'이다.

우리나라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24·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썰매,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스키 종목까지 헬멧을 쓰지 않는 종목을 찾기가 더 쉬울 정도다. 헬멧은 종목에 따라 모양새도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도 다양하다.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 떠나보자.

종목에 따라 헬멧 종류도 천차만별

익살 표정 짓는 러시아 선수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이 3일 오전 강릉 영동대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러시아 참가가 불허되면서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러시아' 대신 'OAR'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s from Russia)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

▲ 익살 표정 짓는 러시아 선수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이 3일 오전 강릉 영동대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러시아 참가가 불허되면서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러시아' 대신 'OAR'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s from Russia)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매스스타트 종목을 살펴보면 선수들 대부분이 눈썹 위까지 덮어주는 헬멧을 쓰고 있다. 이 종목의 공통점은 트랙 안에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링크를 돌기 때문에 부딪히거나 넘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쉼 없이 곡선주로를 돌아야 하는 경기 특성상 선수들은 원심력의 힘을 반드시 이겨내야만 하는데, 이때 그렇지 못할 경우 중심을 잃고 링크 외곽으로 튕겨 나가 펜스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쇼트트랙은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중국 여자 대표팀 선수 중 장이제가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부상을 입었다.

헬멧에는 조그맣게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 숫자는 세계 랭킹을 가리킨다. 올 시즌 대회의 경우 이승훈(30·대한항공)이 매스스타트 월드컵 종목에서 줄곧 1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월드컵 대회에서도 숫자 '1'이 적혀있는 헬멧을 썼다. 헬멧 디자인은 국제빙상연맹(ISU)이 2016-2017시즌부터 '각 선수 취향을 헬멧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더욱 다양해졌다. 올 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은 붉은 호랑이 문양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있다.

쇼트트랙의 경우 헬멧과 별도로 선수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을 착용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헬멧에 눈 부위를 보호하는 특수 유리막이 더해진 제품도 여럿 보인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팀이 이를 주로 사용하는데, 서이라(26·화성시청)도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서이라는 지난해 3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이 쓰는 것을 보고 편할 것 같아서 제품을 바꿨다"고 말했다.

빙상 종목 중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종목인 아이스하키의 헬멧은 얼굴 부위의 철조망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특성상 퍽(고무 소재로 만든 아이스하키 종목의 공)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자칫 선수의 얼굴 부위로 날아와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달았다.

'최고속도' 썰매-스키... 키워드는 공기 저항, 가벼움, 충격

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썰매와 스키 종목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썰매나 스키는 모두 시속이 세 자릿수를 찍는 종목들이다. 예를 들어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의 주 종목인 알파인 스키는 최고 시속이 160km에 육박한다. 윤성빈이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켈레톤은 146km 가량을 찍는다. 다른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도 140~150km에 육박한다. 심지어 루지는 역대 동계올림픽 기간 중 사망사고도 두 차례나 났을 정도로 매우 빠르면서 위험한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썰매 종목 헬멧의 특징은 다른 종목의 헬멧보다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레이스를 할 때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지 않게 하고 안전을 위해 머리와 얼굴 부위 전체를 감싸기 위해서 크게 만들어진다. 헬멧 크기는 커지지만 밀폐형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화했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종목 특성상 눈 부위에 투명 덮개가 오고 뒤통수가 납작한 헬멧을 착용한다. 헬멧에는 윤성빈의 별명인 '아이언 맨'이 그려져 있다. 이와 반대되는 종목이 루지다. 루지는 뒤통수가 튀어나와 있는데, 루지 선수들이 주행하기 위해 누웠을 때 트랙의 시야를 더욱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봅슬레이 종목은 선수들의 역할에 따라 헬멧도 조금씩 다르다. 드라이버 역할을 맡은 선수는 썰매의 가장 앞쪽에 탑승해 주행 방향을 확인해야 하므로 눈을 보호하는 투명 덮개가 달린 헬멧을 쓴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덮개가 없는 것을 착용한다.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헬멧은 기본적으로 머리 전체를 감싸지만, 얼굴은 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드러난다. 선수에 따라 헬멧만을 착용하기도 하고, 추가로 고글을 끼는 경우도 있다. 이 종목 특성상 빠르면서 동시에 턴 전환에 따른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하므로 '가벼운 제품'을 착용한다.

알파인 스키보다 더 많은 회전과 움직임을 갖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과 같은 헬멧은 경기 도중 자칫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가 있어 '충격 흡수'에 좋은 헬멧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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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헬멧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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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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