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오랜만이다. 강혜정을 예능이 아닌 드라마에서 본 것은.

배우 강혜정은 KBS 2TV <저글러스>에서 결혼한 이후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로 살다가 다시 한 회사에 '비서'로 입사하게 된 왕정애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어떻게 보자면 이 왕정애라는 역할은 현재 배우로서 강혜정의 상황과 무척 유사했다. 가수 타블로와 결혼해 딸인 하루를 낳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던 강혜정. 그는 <저글러스>로 다시 연기 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배우 강혜정을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강혜정은 "진짜 아쉽다. 보통 3개월 가까이 밤을 새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끝나지 않았으면 했고 헤어지는 것도 싫었다"는 말로 <저글러스>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털어놓았다.

"매 순간 신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느낀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신나는 기분? 원래 일하러 가는 순간이 휴가고 집에 있으면 곧 (아이를 보니) 업무가 되지 않나.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러 나온 것도 휴가 나온 기분이다. 일을 하면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나에 대해 뭔가 분출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오는 신선함도 있고 <저글러스>는 아주 좋은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평상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규칙적으로 잠들고 깨던 생활 패턴이 드라마 현장에서 하는 촬영 탓에 다 깨져 고생했다면서도 강혜정의 표정은 밝았다. 강혜정은 "경력이 단절되면 일할 준비가 되어있든 아니든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 키우는 주부들 같은 경우 인터넷으로 레몬차라도 담가 팔까 생각을 한다고 한다"면서 "나 또한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밝혔다.

"부업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콩나물밥 식당을 할까 생각도 해봤다. (웃음) 콩나물은 원자재가 많이 안 드니까. 백종원 선생님께서 늘 단가를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한 콩나물밥은 크게 물리지도 않고 삼겹살 같은 것과 같이 먹으면 맛있더라."

가족들은 대본 연습에 매진한 강혜정의 상대 역할이 돼주기도 했다. 강혜정은 다시 일을 시작한 데에는 "가정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사실 가족의 응원이 없으면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일을 할 때 타블로씨가 육아를 담당해줄 수 있는 환경이어야지 가능한 거니까. 앞으로도 바통터치가 가능한 선에서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직업 비서 없어지지 말았으면"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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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은 <저글러스>에서 맡은 비서 왕정애 역할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같이 드라마에 출연한 백진희와 비서가 되기 위해 실제로 비서 수업을 받았다는 강혜정은 "비서란 단순히 누군가를 서포트(support)하는 일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는 일이더라"라며 비서를 '멀티플레이어'로 평했다.

이어 "드라마에서는 비서가 '보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직업'이라고 위트 있게 말했지만 내가 보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이나 지금 보스가 겪고 있는 고뇌들을 먼저 나아가 보완하고 준비하는 것이 비서"라면서 "멋있는 직업이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래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으로 비서가 꼽힌다는 것에 대해 강혜정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밥을 같이 먹어줄 사람이 있고 없고는 사실 평생 숙제지 않나? 친구나 동료는 인공지능이 대체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실제 비서로 일하시는 분께 들어보니 보스가 '일 끝나고 뭐 할거야? 저녁 먹었니?' 물어보면 '같이 밥 먹자는 이야기구나'라고 알아듣고 식사를 해주신다는 거다. 그 비서 분께서는 '그렇게 높은 자리에서 누릴 거 다 누리고 있어도 밥 같이 먹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외로워 하는구나'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건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텐데 싶기도 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이 바로 비서인 것 같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혜정은 쫓기고 달리고 넘어지고 다치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평에 대해 "이미 전 작품들에서 스펙터클한 걸 많이 했기 때문에 이건 애교에 가까웠다"면서 "차라리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가 좀 더 연기하기에 쉽다"고 말하며 웃었다. 오히려 연기하기 힘든 건 혼자서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는 장면들이라고.

"앞으로 밑도 끝도 없이 희한한 '생또라이' 같은 역할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웃음) 따뜻하고 가족 냄새 나는 작품들도 끌린다. 물론 하루가 좋아했던 작품들에 대한 애착은 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나 내가 더빙으로 참여했던 <빨간 모자의 진실> 같은 건 하루도 정말 좋아하더라. <저글러스>에서도 인상적인 장면들을 따라하면서 다니더라. 하루는 내게 있어서 '잘 보이고 싶은 친구'다."

30대가 되면서 좀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졌다는 강혜정. 현장에서는 이제 어느덧 훌쩍 후배가 많아진 배우가 돼버렸다. "나로 인해 상대방의 연기가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조언을 해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 강혜정의 다음 작품은 지금보다 좀 더 일찍 시청자들을 찾아왔으면 한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할을 맡은 배우 강혜정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혜정 저글러스 비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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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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