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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연못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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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 연못이라지만
다시 어항 속으로야 가겠는가
-디카시 <고향집 금붕어>


겨울 방학이라 고성 고향집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 16일 정주에서 칭다오로 경유하여 17일 고성에 왔으니 벌써 2주가 됐다. 2주 동안 거의 매일 디카시연구소에 나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중국 정주에서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주로 북카페에서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던 습관이 몸에 익어 고성 와서도 커피숍에서 글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고성읍인데도 읍내 곳곳에 커피숍이 산재해 있다.

커피숍에는 낮 시간대에도 손님들이 많아서 혼자 오래 글을 쓰며 있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옛날에는 고성읍 같은 경우도 티켓다방이라고 해서 건전하지 못한 다방문화였는데,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커피숍 문화공간이 생겨났다.

고성 읍내의 한 커피숍. 점심 후 도충홍 고성문화원장, 정호용 전 고성군의원(좌로부터) 등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고성 읍내의 한 커피숍. 점심 후 도충홍 고성문화원장, 정호용 전 고성군의원(좌로부터) 등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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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 와서 자주 찾는 COFFEE NOL
 고성에 와서 자주 찾는 COFFEE N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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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소읍에도 커피숍은 문화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 낮 시간대나 밤 시간대에 잠시 커피숍에서 지인들끼리 모여 담론을 나누는 문화가 고성읍내에도 일상화된 것이다.

아직 고성읍내에는 북카페가 없는 것이 좀 아쉽다. 고성에도 제법 규모를 갖춘 서점이 세 개 있었는데, 최근에는 한 곳이 폐업을 하고 두 개의 서점이 영업을 한다.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을 한다. 그나마 규모 있는 도시에는 대형서점이 포진하고 있으니 동네서점이 더욱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꽁꽁 언 고향집 겨울 연못 속의 금붕어 같은 현실이 동네서점이 처한 혹독한 환경이다.

수면도 낮은 꽁꽁 온 연못에서도 겨울을 견뎌 내는 금붕어
 수면도 낮은 꽁꽁 온 연못에서도 겨울을 견뎌 내는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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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도 책방이 생기는 뉴트렌드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적 욕구의 다변화에 따라 1인 출판사가 생겨나고 산골에도 헌책방이 들어서는 등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토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성읍내에도 커피숍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북카페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동네서점을 북카페 형식으로 전환하여 품격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번 겨울 방학 때 꼭 찾고 싶은 곳이 단양의 명물 헌책방 '새한서점'이다. 영화 <내부자>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새한서점은 이금석 대표가 1979년 서울 고려대학교 앞에서 25년간 헌책방을 운영하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단양면 적성면 현곡리 시골 산골에 연 헌책방이다. 새한서점을 가려면 계곡을 따라 200미터를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새한서점에는 벽처럼 이어진 책장들이 땅바닥에 서 있고 천장은 천막으로 덮여 있는데 보관된 장서만도 13만권으로 마치 거대한 박물관 같고 하니 더욱 가 보고 싶어진다. 주말에는 200명이 찾는 문화 광광명소다.

모던한 공간에서 음악과 함께 커피도 마시며 느긋하게 글을 쓸 수 있고 가끔은 북콘서트로 열리는 북카페가 고성에도 생겼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동네서점,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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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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