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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처음 문을 연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올 해로 7번째 생일을 맞는다. 생일상은 1월 26일~27일 양일에 걸쳐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 차려진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작업장 위험요소에 노출된 모든 직업인 안전보건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제약된 콘텐츠와 공간, 시간 등의 문제로 매년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이라고 판단되는 안전보건 이슈를 모았다.

연인원 200여 명, 노동자, 전문연구자, 사업장의 보건 및 안전관리자, 학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찾고 있다. 고용안정이나 임금만큼 중요한,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안전할 권리. 안전할 권리에 대한 인식을 사회 저변으로 확장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문재인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노동자 안전보건과 관련한 많은 개선 과제를 적시했다. 노동기본권 영역에서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 기업의 공동사용주 책임 부과', 비정규직 차별해소 영역에서 '감정노동자보호법',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정착 및 비정규직 규모 감축', 노동시간단축 영역에서 '노동시간 특례업종과 제외업종 축소', '연차휴가 사용의무화와 공휴일 민간기업 확대적용', '출퇴근 시간 의무기록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 종합점검 추진단 구성, 국가 차원의 계획 수립', 노동행정 영역에서 '근로감독관 2,000명으로 증원' 등이 그것이다. 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프로그램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분명 파격이다.

그러나 이 파격에 만족하고 멈출 수 없는 것은, 이 의제들이 벌써 20년을 넘게 문제시되어 왔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얼마나 개선되었나? 유감스럽게 양극화만 심해졌을 뿐이다. 게다가 아예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못한 문제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우리가 포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문제를 던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슬로건은 '노동안전보건 부정의(不正義)에 응답하라!'다. 소년 문송면의 수은중독 사망과 원진레이온 노동자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집단 사망에 대한 투쟁이 시작된 지 30년이 되는 올 해, 갈수록 양극화되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앞으로의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올 포럼에는 총 10개의 세션이 준비되었다.

여는 세션과 전체 세션

전체세션은 슬로건과 같다. '노동안전보건 부정의(不正義)에 응답하라!'다. 지난 30년간 노동자 안전보건 상황이 어떻게 '양극화'되었으며 어떻게 나빠졌는지 분석이 진행된다. 양극화의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경험을 공유한다. 알바노조 조합원,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서울교통공사 안전업무직 노동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설명할 것이다. 다행히 후자의 두 사업장은 최근 고용관계의 전략적 변화를 맞으면서 기분 좋은 얘기를 해 줄 것이다.

여는 세션이라니, 낯설다. 여는 세션은 신나는 세션이다. 짧게 30분 동안만. 이 세션은 '즐거운 변명'을 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핵심적인 이슈였던 '화학물질 알권리' 세션이 올 해에는 빠졌다. 지난 2년간 '화학물질관리법'이 제·개정되면서 지역주민의 알권리가 지자체 조례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제품 안전관리특별법'의 제정,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개정되었다. 큰 성과이다.

이주노동자 세션 VS 산재판례 세션

이주노동자는 '을 중의 을'이다. 내국인 노동자들보다 산업재해 발생률도 6배나 높다. 한국 내에 있는 가장 열악한 노동집단이지만 문제는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어떤 대책이 있을까? 해당분야 노장 활동가들로부터 들어보자.

산재판례 세션은 고정 세션이다. 노동자들이 가장 관심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매년 판례는 바뀐다, 아주 서서히. 최근 산재인정 기준이 여러 분야에서 개선되다. 특히 기업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왔던 유해성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할 것을 주문하는 등 눈에 띄는 사례들이 보인다. 무엇이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어 갈까? 오셔서 확인하시길.

청소노동자 세션 VS 과로사 세션

미국에서 청소노동자가 경찰보다 더 많이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위험수준조차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계속적인 비보가 날아들고 있다. 지속되는 청소노동자의 사망소식이다. 청소노동자 중 가장 위험한 집단은 가로청소 및 주택가에서 가정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 집단이다. 연구자의 연구결과, 그리고 서로 다른 고용관계에 놓인 청소노동자 대표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과로! 2018년 노동이슈 중 1위에 오른 단어이다. 지난 수십년간 노동시간 관련 규제는 단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 오히려 과로로 매년 300명 이상이 뇌·심질환으로 사망하고 550명 이상이 자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문제를 연계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진정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뭣이 중헌지 논의해보는 시간이다.

소방노동자 세션 VS 정신건강 치유 세션

제천 화재 참사로 쑥대밭이 된 곳이 제천 소방서이다. 애꿎은 시민이 사망하고 소방관들은 경찰에 불려다니며 직무유기 가능성을 조사받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소방관들의 일상적 초상은 너무 적은 인력, 너무 비참한 안전보호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지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설사 살아 나온다고 해도 폐부에 깊숙이 남아있는 검댕은, 훼손된 사고자의 모습을 본 기억은 또 다른 고통을 낳는다. 소방청으로의 재편이 소방노동자 안전보건 변화까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일을 하다 신체부위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찢어지면 꿰맨다. 암이 생기면 제거술을 받는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이다. 그런데 일 때문에 마음이 아프면? 아직까지 많은 노동자들은 마음의 병이 치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자살률 OECD 1위를 기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무료로 노동자 정신건강 치유사업을 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 이들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보자.

직장갑질 세션 VS 건강진단 세션

SNS 대화방에 1천 명이 모여 있다. 하루에 천여 개의 글이 올라오고 답신이 오간다. 이 빅데이터를 만들어가는 스텝(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이 무려 241명에 이른다. 여기에 갑질을 경험한 1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갑질 백태를 고발한다. 활기가 차고 넘쳐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얘기 하나하나를 읽으면 억장이 무너지기도 한다. 탈법, 불법, 괴롭힘… 일터에 인권은 없다. 보다 많은 권리찾기를 위한 디딤돌 세션이다.

직업병을 찾고 예방하기 위해 검진을 실시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은 고민이 많다.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직역이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의사 얼굴도 제대로 못 본다고 불만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인데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며 일군의 정예부대 의사들이 나섰다. 그들이 얘기하는 제대로 된 노동자 특수건강진단이란?

* VS? 각 두 개의 세션을 경합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세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열공(!) 그룹이 갈등을 적게 겪으라는 의미로 분산효과(!)를 도모했을 뿐이다. 아~무 이유 없다. 이제 오셔서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의 글입니다. 일과건강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태그:#일과건강, #노동자건강권포럼, #직장갑질, #과로사, #노동환경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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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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