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꾸려진다.

지난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을 하는 것을 포함한 총 11개의 항목의 공동보도문이 채택되었다.

만약 공동보도문 내용이 현실화된다면 올림픽 역사상 첫 남북 단일팀 출전이라는 역사를 쓰게 되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공동 입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평창 올림픽이 약 3주 남은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스포츠가 외교적 관계의 매개체가 된 사례, 물론 있지만...

과연 남북단일팀에 관한 정부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가장 먼저 스포츠의 본질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분야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치적인 영역이다.

스포츠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외교적인 관계에 있어 중요한 매개체로 활용되기도 하였고, 사회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도 했었다. 그 예로 지난 1971년 동서 냉전기에 미국 탁구 대표팀을 중국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해 외교적 관계가 완만하게 풀렸던 '핑퐁 외교'를 들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의 탁구 대표팀이 친선경기를 펼친 이후 얼음장 같이 차가웠던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온기를 탔고, 10개월 만에 역사적인 회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남북단일팀을 두고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이고,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곧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못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구성되는 남북 단일팀 출범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켜 역풍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핑퐁외교에서 중국의 미국 탁구 대표팀 초대는 1971년 나고야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끝나고 난 후에 이루어졌다. 즉, 선수들이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관해 기존 23명의 선수 엔트리에 북한 선수들이 추가로 더 들어오는 방식이라며 기존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일부 선수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 23명의 엔트리에서 규정상 22명이 경기에 출전하는데, 아무리 23명+@로 엔트리를 구성해도 북한 선수가 1명이라도 경기에 출전하려면 한국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은 23명의 엔트리로 구성을 하는데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이라는 이유로 한 팀만 엔트리를 늘리는 것은 스포츠의 특성 중 규칙성이라는 부분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규칙성이란 사전에 합의된 규칙이 있다는 것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깨뜨리는 것은 정치의 과도한 개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의 첫 상대인 스위스는 이러한 이유로 이미 한국팀의 엔트리 확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정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이를 허용하여 단일팀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 보아도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너무 적다. 아이스하키에서 조직력과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이스하키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조직력을 포기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달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까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연합뉴스


남북 단일팀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부터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은 마음고생에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는 메달권이 아니며 순위 상 큰 차이가 없는 북한과 섞여서 뛰어도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을 하였다.

프로 리그도, 실업 리그도, 심지어는 초·중·고 팀도 없는, 오로지 국가대표의 영광과 자부심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선수들이 '메달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만만한 종목의 선수로 취급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욱이 메달권이 아니라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팀을 더 지원하여 팀 전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생각을 해도 모자라는 판이다. 그런데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에게 심리적 동요를 안겨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들 때문인지,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글에 동의한 사람이 2만 명(18일 오전 3시 50분 기준)이 넘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라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일이 이루어지는 것도 물론 좋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 결정을 곱씹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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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세상을 연결하는 스포츠 커뮤니케이터, 박영우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송고된 기사를 포함해 제가 작성한 다양한 스포츠 기사를 더 스포리 미디어 블로그(https://newsightofsports.tistory.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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