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이(AODY)의 첫 EP < CATNIP >

아도이(AODY)의 첫 EP < CATNIP > ⓒ 미러볼뮤직


최근 몇 달 동안 인디씬에서 크게 주목받은 밴드가 있다. 이 밴드의 이름은 '아도이(ADOY)'다. 이 밴드가 아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K 인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심상치 않은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새소년, 신해경과 함께 펼친 공연 < A.S.K 2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이 밴드의 구성원들은 모두 탄탄한 경력을 갖췄다. 재작년에 해체한 이스턴사이드킥의 오주환을 중심으로, 정다영(트램폴린, 도나웨일), ZEE(프롬 디 에어포트), 조조(워터스포츠) 등 여러 밴드에서 활동한 실력자들이 모인 팀이다.

앨범 재킷에 멤버들의 모습은 없다. 90년대 일본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밴드 멤버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 표지 캐릭터의 뾰로통한 표정 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앨범만 두고 보면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추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앨범을 들어보니, 이스턴사이드킥 특유의 개러지록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아도이의 첫 앨범 < CATNIP >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신시사이저 사운드다. 이들은 80년대 신스팝과 시티팝, 슈게이징 등을 다채롭게 조화시키고 있다. 리버브(소리의 잔향)를 잔뜩 넣어 공간감과 아련함을 확보했다.

음악이 소환하는 모든 순간들

지극히 흔한 표현이겠지만, 아도이의 음악을 뒷받침하는 정서는 청춘이다. 청춘에 대한 심각한 담론이라기보다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Grace'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젊음의 여러 순간들이 펼쳐진다. 그것은 친구들과 야밤 중에 즐기는 드라이브가 될 수도 있고, 술에 한껏 취해서 춤추는 여름밤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담배 연기와 함께 흩어져버리는 고민들일 수도 있겠다(필자의 친구는 이들의 음악을 듣고 낡은 차를 타고 남도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 CATNIP >에는 영락없는 청춘의 찬가인 'Don't Stop', M83의 'Midnight City'처럼 관악기를 포인트로 삼은 'San Fransico' 등 멋진 트랙들이 가득하다. 정다영의 코러스와 오주환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Runner's High'의 나른함 역시 좋다.

다섯 번째로 흘러나오는 'LAIKA'는 이 앨범에서 가장 손꼽을 만큼 인상적인 트랙이다. 이름에서 미루어볼 수 있듯이, 이 곡은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개 '라이카'를 테마로 만들었다. 우리는 라이카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에 나갔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그 개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죽어갔는지는 기억하지 못 한다. LAIKA는 라이카가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감정을 이입하여 만들어진 곡이다.

M83과 슬로우다이브(Slowdive)를 뒤섞은 듯한 이 곡은 장대한 사운드로 요동치는 와중에도 외로움의 정서를 오롯이 전달한다. 'Hold me now, save me alive'라는 가사에서는 애절함마저 느껴진다.

아도이는 평소에 '커머셜 인디'를 추구하는 밴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즉,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하되 돈이 되는 음악, 상업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아도이는 정제된 사운드로 청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밴드다.

이 멋진 밴드가 지금보다 더 많은 청춘들을 자극했으면 좋겠다. 음악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을지 몰라도, 더 빛나게 만들 수는 있다. 삶의 배경음악이 필요할 때마다, 아도이의 음악을 찾게 될 것 같다.

ADOY 아도이 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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