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했지만, 보완할 점이 많았던 한판 대결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장쑤성 쿤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3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우리 대표팀은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를 8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오는 20일 C조 2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전반전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대표팀은 짧고 간결한 패스로 호주 수비 뒷공간을 공략했다. 스트라이커 이근호를 비롯해 2선에 위치한 조영욱과 한승규, 윤승원 등이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다.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장윤호도 날카로운 패싱력을 자랑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호주를 압도하던 대표팀은 전반 17분, 선제골을 뽑았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이 뒷공간을 파고든 한승규에게 향했다. 한승규는 슈팅을 시도하는 척하며 수비를 따돌렸고, 골키퍼까지 제쳐내며 슈팅을 시도했다. 이것이 골문으로 달려든 수비수에게 막혔고, 한승규를 거친 볼이 이근호에게 향했다. 이근호는 지체 없이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계속 몰아치던 대표팀은 전반 43분, 추가골을 뽑았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조영욱이 잡았다. 조영욱은 볼을 살짝 내줬고, 한승규와 이근호가 2:1 패스를 주고받았다. 한승규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으로 수비를 따돌린 뒤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2-0', 점유율(35%-65%)을 빼면 모든 면에서 압도했던 전반전이었다.

행운이 따른 승리

호주는 후반 시작 직전 변화를 줬다. 미드필더 라일리 맥그리를 빼고, 공격수 부헤기어를 투입했다. 패하면 탈락인 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서일까. 후반전은 전반전과 딴판이었다. 중앙선도 넘기 버거웠던 호주가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고, 우리는 쉴 새 없이 흔들렸다. 후반 6분, 우리 좌측면이 연속해서 뚫렸고, 날카로운 크로스가 골문을 위협했다. 공이 강현무 골키퍼 손에 맞고 골대를 때리는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후반 18분,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 황현수의 결정적인 패스 실수가 호주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강현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 반복됐다.

행운이 따랐다. 후반 19분, 우리가 추가골을 뽑았다. 장윤호가 공격에만 집중한 호주의 틈을 놓치지 않았고, 날카로운 패스로 이근호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근호가 침착한 마무리와 함께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호주는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두면서 만회골을 넣는 데 집중했고, 후반 26분 결실을 봤다. 포포비치가 순간적인 침투로 뒷공간을 허물었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골문 앞에 있던 니콜라스 카우번이 밀어 넣으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31분에는 우리 수비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부헤기어가 득점을 뽑았다.

3-0이던 점수가 순식간에 3-2로 변했다. 기세가 오른 호주는 동점골까지 노렸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잇달아 올렸고, 연이은 헤더가 나왔다. 공간이 생기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도 때렸다. 골문 바로 앞에서 강현무 골키퍼와 마주하는 기회도 잡았다. 우리 골문을 지킨 강현무가 최상의 몸 상태를 보이지 않았다면, 무승부 혹은 패할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호주전이 남긴 교훈

결과가 필요한 경기였다. 만만찮은 호주를 이겼고, 조 1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앞선 2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 장면이 상당했다. 비판에만 시달렸던 대표팀에게 칭찬도 해줄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이 대회 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라면, 후반전은 반성해야 한다. 전반전 11-2로 압도했던 슈팅 숫자가 종료 후 16-18로 뒤집혔다. 수비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측면만 활용하는 똑같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상대 크로스를 제어할 수 있는 협력 수비, 전술 변화 등이 필요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가 철저하게 분리된 모습이었다. 풀백뿐 아니라 측면 공격수인 조영욱과 윤승원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요했다. 그래도 안 된다면, 황기욱과 장윤호 등 3선에 위치한 선수들까지 측면을 도와야 했다. 박스 안쪽에서 연속적으로 헤더를 허용한 중앙 수비진도 문제였지만, 연이은 크로스를 내준 공격수와 미드필더진의 실책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두 번째 실점 장면은 절대 반복해선 안 된다. 우리 수비진이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호주 공격이 시작됐다. 부헤기어가 페널티박스 안쪽에 진입했을 때 수비가 무려 3명이나 있었음에도 슈팅을 막아서지 못했다. 토너먼트에선 1골에 승부가 갈리는 일이 많은 만큼,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공격은 다양성이 필요하다. 이날 우리는 중앙만 공략했다. 중앙선 부근을 넘어서면 호주 중앙 수비와 풀백 사이 공간으로 계속해서 패스를 찔렀다. 이근호와 조영욱의 침투가 빛을 발하면서 효과를 봤다.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호주 수비가 부족한 탓도 있었다. 호주는 베트남이나 시리아와 달리 중앙선 부근까지 라인을 끌어올렸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호주는 21세 이하로 구성된 팀인 만큼, 경험과 능력 모두 부족했다.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간격 조절,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호주 U-23 대표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호주의 측면 활용을 배워야 한다. 우리 풀백은 이날도 존재감이 없었다. 수비에선 연달아 크로스를 헌납했고, 공격에선 침묵했다. 호주는 풀백들의 끊임없는 오버래핑이 있어 공격이 활기를 띨 수 있었다. 경기장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우리 수비진의 부담을 더했다. 우리처럼 중앙만 공략한다면 수비 범위가 좁지만, 호주를 수비하려면 굉장히 넓은 범위를 막아야 했다.

호주는 공격적인 풀백 덕에 선택지도 많았다. 공을 잡은 선수가 곧바로 크로스를 올리거나 연계 패스를 통해 뒷공간을 허물 수도 있었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의 침투로 시선을 끌고, 개인 돌파에 이은 슈팅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측면 자원의 기본이나 다름없는 크로스가 예리했고, 정확했다. 공수를 오갈 수 있는 왕성한 체력은 기본이었다.

우리가 배우고, 갖춰야 할 부분이다. 김봉길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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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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