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기업은행의 7연승을 저지하며 단독 1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7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3, 20-25, 25-17, 25-15)로 승리했다. 4라운드까지 20경기에서 14승을 기록한 도로공사는 승점 42점, 단독 1위로 전반기 일정을 끝냈다. 2위 기업은행(38점)과의 승점 차이는 4점이다.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의 4라운드 맞대결은 배구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승점 1점 차이로 1, 2위를 달리고 있는 팀들의 맞대결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뀐 채 전반기가 끝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이 경기 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던 상황.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순위가 뒤집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도로공사에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최고의 외국인 에이스 이바나 네소비치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불패 이어가다 삐끗하며 무너진 2016-2017 시즌

 2012년 자유계약 선수로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이바나는 2017년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 컴백했다.

2012년 자유계약 선수로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이바나는 2017년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 컴백했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고르는 눈이 뛰어난 팀으로 꼽힌다. 여자부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6-2007 시즌에는 레이첼 밴미터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8-2009 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활약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밀라도 득점 부문에서 1, 3위에 오른 바 있다. 도로공사는 2006-2007 시즌부터 레이첼, 한송이(KGC인삼공사), 밀라가 세 시즌 연속 득점 1위를 독차지했다.

2010-2011 시즌에 뛰었던 장신(196cm)의 왼손잡이 공격수 쎄라 파반도 활약이 나쁘지 않았고 2011-2012 시즌 솔레다 피네도는 18경기만 뛰고도 득점 6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복이 워낙 많다 보니 피네도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도로공사에 합류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20대 중반의 이바나도 대단하지 않게 느껴진 모양이다(물론 당시엔 여자부 최초로 한 시즌 1000득점 이상을 기록했던 몬타뇨라는 '괴물'이 있었기에 나머지 외국인 선수는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그리고 2012-2013 시즌에는 그 유명한 니콜 포셋이 합류했다. 주한미군 출신의 아버지를 둔 덕분에 한국에 대한 남다른 호의를 가지고 있던 니콜은 세 시즌 동안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며 득점왕 1회(2012-2013 시즌)와 정규리그 MVP 1회(2014-2015시즌)를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드래프트 형식으로 변경된 후에도 레즐리 시크라라는 팀색깔에 잘 맞는 선수를 선발했다.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 영입 불패 신화(?)는 2016-2017 시즌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시크라의 부상으로 시즌 직전에 교체된 케네디 브라이언의 기량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조건이었던 인삼공사가 교체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의 맹활약으로 돌풍을 일으킨 것과 비교되면서 도로공사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물론 왕따 논란도 있었지만 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브라이언의 기량은 외국인 선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부족했다).

도로공사는 시즌 중반 브라이언을 퇴출하고 핀란드 리그에서 활약하던 힐러리 헐리를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힐러리 역시 도로공사의 '구세주'가 되진 못했다. 결국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도로공사는 FA로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하고 김종민 신임 감독이 부임하며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를 키운 2016-2017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V리그 5년 공백? 더욱 노련해져서 돌아온 이바나

 지난 시즌 꼴찌였던 도로공사는 이바나를 비롯해 박정아,배유나 등 국내 공격수들의 조합으로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도로공사는 이바나를 비롯해 박정아,배유나 등 국내 공격수들의 조합으로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문 도로공사가 오프시즌 동안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는 점이다. 국내 선수들의 면면이 결코 나쁘지 않은 만큼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다면 지난 시즌의 수모를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선발을 앞두고 트라이아웃 현장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지난 2011-2012 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던 이바나였다.

이바나는 도로공사와 재계약이 결렬된 이후 일본, 세르비아, 중국, 그리스 리그를 거치며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2017년 다시 V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으로 예전처럼 몸값이 비싼 거물급 선수가 들어올 수 없는 V리그에서 검증된 기량을 갖춘 이바나의 트라이아웃 신청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도로공사는 망설임 없이 전체 1순위로 이바나를 지명했다.

V리그를 떠나 있던 5년 동안 베테랑 선수가 된 이바나는 혹 기량이 퇴화되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이바나의 위력은 5년 전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바나는 전반기 도로공사가 치른 20경기에 모두 출전해 득점(534점), 공격성공률(42.04%) 3위, 서브 2위(세트당 0.40개)에 오르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다. 천장에 닿을 것처럼 공을 높이 올리는 특유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도 여전했다.

메디슨 리쉘과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17일 기업은행전에서도 이바나는 멋진 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바나는 이날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8득점을 올리며 23득점의 메디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4세트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메디의 마지막 공격을 깔끔한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경기를 끝낸 선수도 이바나였다.

도로공사의 장점은 이바나 한 명에게 공격을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로공사는 이날도 박정아가 19득점, 배유나가 12득점을 올리며 이바나의 공격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줬다. 메디나 엘리자베스 켐벨과 달리 서브리시브 부담이 없다는 점도 이바나의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바나가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까지 전반기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도로공사의 V리그 첫 우승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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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바나 네소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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