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 ⓒ MBC


"어유, 그래도 황우석 박사 사태 때보단 덜 오신 것 같네요?"

모처럼 간담회 자리를 꽉 채운 기자들을 보고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뱉은 첫 마디다. 지난 12월 8일 취임했으니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는 공식 일정으로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부당 해고자들을 복직시켰으며,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반성과 신뢰 회복을 목표로 내세운 그다운 행보였다.

"그간 인터뷰 요청이 많았는데 이젠 개인이 아닌 한 회사의 대표이다 보니 여러 혼선이 생길 수도 있고 해서 제대로 답변을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던 그가 기자들 앞에 섰다. 1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스무 개 안팎. 그만큼 새로운 체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궁금증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최승호 사장은 자세하게 각 질문에 답했다.

정상화 문제... "단기간에 끝나진 않을 것"

모두 발언을 통해 최 사장이 강조한 것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강화와 자체 프로그램 제작 확대, 보도 부문에 대한 신뢰회복 등이었다(관련 기사 : 주진우�김의성 시사프로 진행자로... 변화 예고한 MBC). 취재진은 취임사를 통해 그가 밝힌 몇 가지 청사진과 목표를 염두에 두고, 지난 한 달간 불거진 몇 가지 문제들과 미진한 지점을 집중해 물었다.

최승호 사장 역시 "MBC 정상화 과정에서 실망을 드린 일이 있었는데 지인이나 내부자를 인터뷰해서 보도한다거나 동영상 내용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단정 보도한 게 있어서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한 일이 있었다"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 선정 문제는 방송학회에 의뢰를 했고, 오늘 기자 간담회 직전 중간 조사 결과를 받았다. 그 결과는 의도적으로 보도 내용을 한쪽으로 몰고 간 것은 없었고, 취재 편의를 위해서였는데 이번 사례를 통해 취재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MBC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 내부에 용인되기 힘든 취재 관행이 무엇인지 살피고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겠다. 또한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내부에 만들에 취재에 대해 교육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취임 직전 MBC 재건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잘못들을 돌아보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재건위원회는 '정상화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수정해 만들기로 했다. 노사 공동위원회로 1월 말 상견례를 갖고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노사가 공동으로 여러 사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단 그러한 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정도로 알아주시기 바란다."  

- <뉴스데스크> 제천 화재 참사와 인터뷰어 선정 논란 등 잡음이 있었다. 정상화를 외친 이후 내부적으로 어느 단계까지 그것이 이뤄졌는지.
"마음만큼은 이미 정상까지 왔다고 본다(웃음). 문제는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보도국에 있는 기자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 쫓겨난 기자들이 다시 돌아오니 현장 감각이 좀 떨어진 부분이 있고, 남아 있던 이들은 구체제의 지휘를 받으며 일을 해왔던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이 서로 합쳐져 있는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갈 시점이라고 본다. 적어도 1년 안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2012년 이후 들어온 시용 및 경력기자 수가 100명 남짓이라고 알고 있다. 이들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경력직으로 들어온 분들인데 사실 다수가 이미 각 부서에 배치는 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일부 인원을 다시 재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새 체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경력직과 내부 인력의 의사를 하나하나 물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상황은 아니다. 경력직 중엔 지난 구체제의 중심으로서 일선 기자들 입장에선 상당히 나쁜 뉴스를 만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새 체제가 주도하는 보도국에서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줄지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진 않았다. 뉴스부터 복원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과 결부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안정화 될 것이다."

 17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진 최승호 MBC 신임 사장.

17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진 최승호 MBC 신임 사장. ⓒ MBC


내부 갈등 문제... "무조건적인 봉합 옳지 않아"

경력기자 활용 문제와 결부되는 게 바로 내부 구성원들의 갈등 문제다. 정권의 나팔수 노릇으로 공영방송사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는 평을 받는 인원들과 장기 파업으로 부당 전출, 정직, 감봉, 해고까지 당한 인원들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배현진 아나운서, 김성주 전 아나운서 등의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최승호 사장은 이 지점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다.

- 내부 인력 운용 면에서의 화합도 중요한데 경력기자들과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이들의 인사를 비롯해 다른 인원들과 갈등이 심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건 단 시간에 봉합될 수 없는 성격의 갈등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서로 오해한 게 있으니 이후에 다시 만났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년 간 벌어진 일이고, 그 과정에서 기자, 피디들이 본업에서 쫓겨나 스케이트장 관리직까지 맡았던 상황도 있었다. 이들이 나간 자리를 채운 인원들은 구체제와 권력에 굴종했고, 권력이 원하는 뉴스를 만들었으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부역했다.

그걸 지적하고 항의하며 파업한 사람들과 동료들을 배신하는 일을 해온 사람들 사이 갈등은 단순한 갈등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일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영방송사의 구성원으로서 돌아서는 과정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 중에선 과거의 잘못된 뉴스가 옳은 것이었고, 자신들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다.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조직원으로 끌고 갈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외부에선 예전(김장겸, 김재철 전 사장 때)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지 말고 화해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지만 내부에선 그 말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MBC 구성원들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어떻게든 해결할 문제인데 다만 단시간에 할 건 아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 대표적으로 배현진 아나운서는 하차 후 보도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너무 센 질문을(웃음). 배현진씨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찌 보면 시대적인 상처인데 어쨌든 구체제 MBC 뉴스의 상징으로서 그 중심에 있던 분이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저버린 뉴스였다. MBC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 분이 다시 뉴스를 진행한다거나 그 중심으로 활동할 수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그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진 보도국 내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본인 역시 MBC 구성원으로 계속 일하길 원한다면 본인이 먼저 어떤 일을 해보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그 뜻을 감안하고 회사의 뜻도 감안해서 추후에 결정할 문제다."

-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활용도 궁금하다. 2018년까지 계약한 걸로 아는데 평창올림픽도 있고 어떻게 할 것인지.
"김성주 전 아나운서는 그동안 MBC를 위해서 기여한 바가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 MBC 내부의 스포츠 캐스터들이 활약을 많이 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 경영진은 이들을 배제시키면서까지 김성주씨를 과도하게 활용했다. 김성주 본인 역시 그런 점에서 좀 불편해한다. 평창올림픽부터는 여기 서 있는 허일후(신년 기자간담회 진행자) 아나운서를 비롯, 내부 캐스터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가 11월 9일부터 앵커를 변경한다. 사진은 배현진 앵커.

배현진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국에서 보도국으로 보직 변경 후 지난 2015년 11월 9일부터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 MBC


외부 갑질 문제... "현안 조사가 우선"

최근 SBS가 스태프들의 임금을 상품권으로 대신 지급하며 논란이 된 사례는 사실 한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주제작사와 독립 피디 등에 대한 부당한 처우 문제는 일종의 '방송사 갑질'로서 업계 종사자들의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승호 사장은 후보 시절 이 갑질 문제를 언급하며 상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 '창작자들과 상생'하겠다며 후보 시절 방송 스태프 노동조건 개선, 독립제작사와 수평적 동반자 관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MBC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여러 갑질 사례가 들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문제는 여러 차원에 걸쳐 해결할 것들이다. 외주제작사, 독립 피디협회 등과 콘텐츠 상생협력위원회를 논의 중이다. 이 위원회를 통해 현장 스태프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해야 한다. 지난해 MBC <리얼스토리 눈> 사태(자사 피디가 외주제작사에 횡포를 부린 사건- 기자 주)가 있었는데 이 건은 감사국에서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면 아마 처벌하라는 식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앞으로 MBC 구성원이 갑질을 했다는 문제가 발생하면 엄중하게 간주하고 다룰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 자체가 참 부끄럽고 죄송한데 새 체제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드라마 피디를 만나서도 제작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고 했고, 시사교양본부에도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17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진 최승호 MBC 신임 사장.

답변 중인 최승호 MBC 신임 사장. ⓒ MBC


-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과 대우 문제도 있다. 이들과의 상생은 어떻게 모색하고 있는지.
"비정규직 문제는 MBC 내부에 심각한 요인들이 있다. 워낙 직종이 다양하고 프로그램들이 다 영원하지 않고 한시적이기에 비정규직이 많이 나오는데 구체제에선 이 비정규직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만들어 놨다.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을 탄압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뽑는다든지 하는 등. 일단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해서 처리하도록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조사부터 시작하는 게 우선이다."

- 신입 공채가 상당 기간 없었다. 올해 채용계획은?
"내부적으로 다들 새로운 인재를 원하고 있다. 5월 초까진 모든 전형을 완료할 것이다. 2월 중에 신입 직원 모집 공고가 나갈 것이다."

최승호 사장의 정상화 깃발이 높이 올랐다. 그의 임기는 2020년 2월 23일까지. 과연 그의 복안이 통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내부조직개편을 어느 정도 진행한 최승호 사장은 "투명성을 위해 추천위원회를 열어서 오는 2월까지 지역 및 계열사 인선도 마무리할 것"이라 덧붙였다.

최승호 MBC 배현진 SBS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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