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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시민기자 김태리
▲ 적게 소유하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삶 캘리그라피 : 시민기자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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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그다지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만 모르고 넘어가는 건 싫어서 알긴 알아야하는 이상한 심리를 가진 결혼 5년차 주부.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미니멀라이프' 이다.

어느 누가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은 책장 비우기부터 라고 했던가. 마냥 좋아 보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첫 번째로 시작한 '미니멀라이프'는 아이러니하게도 관련 서적 사 모으기였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미니멀스럽지 않은 그 시작이었다.

또한 유행(?)에 맞춰 관련 서적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도서관이나 서점에 앉아 금방씩 후루룩 읽어 넘기기도 했다(미니멀리즘을 반영하듯 관련 서적들은 글자 수도 미니멀하기 때문에 금방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다독을 넘어 '닥치는 대로' 읽는 닥독의 수준이랄까. 그야말로 정보의 맥시멈 라이프.

3개의 대형서가에 약 5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 삼성동 코엑스몰 내 '별마당 도서관' 3개의 대형서가에 약 5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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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도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갔다가 별마당 도서관에서 나는 또 다섯 권의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읽어 내려갔다. 정말 이렇게 책을 계속 읽다보면... 혹시 어느 날 갑자기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있기라도 한다고 믿는 걸까?

어디 책만 읽었던가. 틈나는 대로 손가락은 스마트폰으로 각종 SNS 속 '미니멀리즘'을 구경한다. 이 정도면 집착 어디쯤인 것 같다. 학창 시절 어떤 한 분야에 꽂혀 이정도로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면 분명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상도 받을 것만 같은데...

어쩐지 읽으면 읽을수록 내 머릿속 문장들은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것 같아. 노력해도 될 수 없을 것 같아'라는 솔직한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곳을 보면 꼭 어지럽혀야 하는 사람처럼 정말 정리나 청소에 너무나도 소질이 없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미니멀라이프 선언이라니! '누구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잠깐 하다 또 금방 식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부터 내가 의심스럽다. 그러니 나의 독서는 좀 슬프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책을 펼쳐 들었다.

적게 소유하고 충분히 행복하기
▲ 미니멀리스트란 적게 소유하고 충분히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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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미니멀라이프> 박미현 저. 조선앤북. 미니멀라이프를 너무나도 쉽게 잘 실천하는 북유럽과 일본의 집안을 한참 구경하다 많은 짐들이 있는 우리집을 떠올리자니 막 우울해지려던 차였다. 이 책은 우선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 사람들의 사례를 자연스럽게 소개해주고 있어서 조금 더 와 닿았다. 그리고 모두 읽었을 때 가장 남는 문장을 꼽는다면 이 부분이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거창한 철학과 대단한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적게 소유하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2인 살림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우리집이지만 나는 누구보다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소소한 것에 행복해 하기에 누구보다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옳다구나!' 하는 명쾌한 문장에 묘한 위로와 자신감이 채워졌다.

스스로를 혼내던 채찍질 말고, 진짜 실천을 해보기로 다짐하며, 5권의 책을 제자리에 반납했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비워내어 보기를 다짐한다.

여러 책들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운 것들을 열심히 적용해 주방부터 차근히 정리하고, 주방을 비워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하나 채우는 것으로 오늘 충분히 행복해지기로 한다. 적게 소유하며 넓어지고 훤해질 앞으로의 삶도 스스로 응원한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에게도 존경과 응원을.

과연 며칠이나 유지될까?
▲ 각종 정보들을 적용시킨 미니멀주방 과연 며칠이나 유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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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라이프, #인테리어, #작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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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 신이나서 부지런해지는 게으름쟁이 '미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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