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약속보다 때 이르게 터진 카메라 셔터소리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특유의 집중력으로 드뷔시의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과 베토벤의 '비창' 2, 3악장을 연주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위로 그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가 열리는 듯 정적이 흘렀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조성진의 기자간담회는 드뷔시, 베토벤 연주로 시작됐다. 곧 열릴 공연에서 그가 선보일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성진은 2018년 한국에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연다. 이를 소개하는 간담회에서 그의 근황과 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이사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쇼팽 콩쿠르 직후에 여러 여건상 한국에서 연주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른 해에 비해 한국에서 많은 연주를 하게 되어 기쁘다. 한국에 오면 항상 좋고, 연주할 때 관객으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어제 베를린에서 왔다는 조성진은 새해의 첫 연주를 한국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표했다. 그의 2017년은 어땠을까. 지난해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베를린 필과의 연주"를 꼽았다.

조성진은 2018년 한국에서 갖는 연주 일정을 직접 소개했다. 오는 1월 7일부터 14일 사이 서울, 부산, 대전, 전주 등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하는 전국 투어라서 기대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9월 정경화 선생님과 듀오 리사이틀, 11월에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12월은 모차르트 콘체르토와 함께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의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베를린은 너무 해가 빨리 지는 것과 날씨가 좋지 않은 것 빼곤 다 좋다"며 "좋은 음악가와 오케스트라가 많아서 음악가로서 살기에 좋은 것 같다"며 새 터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파리에서는 거의 매일 미술관에 갔다고 들었는데, 독일에서는 어떻게 영감을 얻을까. 진행자의 이 질문에 그는 "지금은 (연주)여행을 많이 다녀서 베를린에선 최대한 집에 있으려 한다"며 "쉬면서 연습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며 평범하게 지낸다"라고 했다. 맥주도 자주 마신다고.

조성진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다니며 2012년부터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이곳에서 흥미롭게 수강한 과목을 물었다. 이에 "음악분석 과목이 저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밝히며 "그 과목을 통해 음악을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베토벤-브람스 좋아해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이번 달 전국 리사이틀에서 그는 베토벤-드뷔시-쇼팽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런 레퍼토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베토벤은 제가 존경하는 작곡가다. 왜냐하면 항상 예상 밖의 화성과 음악적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고 존경스럽다. 베토벤은 오랫동안 제가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여서 지금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에 넣었다. 드뷔시는 쇼팽과 잘 어울리고, 파리에서부터 많이 공부해서 넣게 되었다."

20대 중반인 그에게 30대가 되어서 들려주고 싶은 레퍼토리를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브람스'를 꼽았다. "브람스를 정말 좋아한다"는 조성진은 "연주를 많이 해보고 더 내 것으로 만들어서 30대에 제대로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삶과 음악에 대한 연관성을 묻는 물음에도 그는 같은 맥락의 답을 이어갔다. "제 생각에 사람의 성격이 음악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건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조성진은 세계 곳곳에서 100회 이상 연주회를 가졌다. 매 연주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임할까. 이 물음에 조성진은 '해석'에 관한 이야기로 답변을 시작했다. "드뷔시, 쇼팽, 베토벤을 칠 때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마치 다른 옷을 입듯이 다른 음악적 해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새로운 곡을 익힐 때 다른 사람의 연주를 먼저 듣지 않는 편이다. "나만의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성진은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픈 열정도 드러냈다.

"저는 언젠가는 쇼팽 우승자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요즘 (쇼팽 외에) 다른 레퍼토리를 더 많이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제가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피아니스트를 할 것 같은데, 세상에 너무 좋은 곡들이 많아서 쇼팽만 치기에는 아까운 것 같다."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생각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꽤 묵직한 질문도 이어졌다. 언젠가 조성진이 "클래식이 대중화되는 건 위험하다. 다만 대중이 클래식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조성진은 "클래식 대중화에 힘쓰는 분들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죄송스럽지만 저의 의견은 그러하다"고 답했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왜 위험하느냐는 추가 질문에 이어졌다. 이에 조성진은 "제가 너무 보수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그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건 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선입견 깨고 싶어

올해에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일까. 마지막 이 질문에 조성진은 "특별한 소원은 없다"며 "다만 바라는 건 앞으로 연주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기적인 바람이라면,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는 걸 해보고 싶다. 외국에서 연주활동을 할 때 저는 인종차별을 한 번도 당해본 적이 없지만 아직까지 동양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더라. 선생님 세대가 열심히 잘해주셔서 제가 수월하게 외국에서 연주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아직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 그걸 뛰어넘고 싶다. 제가 나중에 기성세대가 됐을 때 젊은 음악가들이 그런 것 없이 연주를 했으면 좋겠다."

그는 음악 자체에서도 선입견을 깨고자 했다. 베토벤 음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선입견'이다. 베토벤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맞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아닐 수도 있는데, 베토벤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은 정말 다르다. 초기는 하이든의 영향을 받아 고전적인 매력이 있고, 후기는 '소나타 30번'처럼 같은 작곡가가 쓴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른 매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 맞춰 연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명교향곡'처럼 운명에 맞서는 베토벤도 있지만 운명을 받아들이는 베토벤도 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8년 내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크레디아



조성진 피아니스트 드뷔시 베토벤 리사이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