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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국어는 어려워서 아직 잘하지 못하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한국 사람들과 좋게 지내고 싶습니다."(나카가와 마치코)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에 흥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글에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요즘은 한국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문자로 이해할 수 있어서 공부가 즐거워요."(나카야 유미고)

12월 13일 오후 6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 위치한 무지개한국어학원 강의실. 일본 여성 7명이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지개한국어학원은 한국 국토의 80% 규모에 해당하는 홋카이도에서 몇 개 안 되는 한국어 교육법인이다.

삿포로의 무지개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
▲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삿포로의 무지개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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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장근석을 좋아한다는 마츠모토 미키씨는 "장근석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읽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빵', '딸'과 같이 일본어에 없는 발음이 있어서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사람들과 서로 이해하고 더 많이 교류하면 좋겠다"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영화배우를 소개한 기사문을 읽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타카하시 아야코씨는 "발음과 어휘, 작문이 너무 어려워서 지금은 좀 후회하고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의 학업 열기가 뜨겁다. 홋카이도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한국어 강좌와 현지 교육법인인 무지개한국어학원을 비롯하여 중소 규모의 한국어 교습소에 일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류 열풍이 가라앉았다고 하지만 한국을 향한 관심이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임문택 대표가 한국어를 강의하는 장면.
▲ "한국어 어렵지 않아요" 임문택 대표가 한국어를 강의하는 장면.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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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지개한국어학원에서 만난 수강생들은 한국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다보니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신문 기사들도 검색하여 읽어보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을 감상한 계기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 수강생은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정유라, 우병우씨의 근황을 물었고, 또다른 수강생은 '포항 지진으로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사건'을 언급했다. 한 수강생은 북한이 지난 9월 15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을 당시 대피경보가 발령되면서 긴박했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인 수강생들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어떤 위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세종대왕을 도와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신숙주 선생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한글을 창제 반포하는 데 조선시대의 왕과 신하들이 힘을 모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2002년 한일월드컵 즈음에 비해서 무척 나빠졌다. 치솟던 한류 및 한국어 열풍도 예전만 못하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연이은 일왕 모독성 발언이 일본 내에 반한 감정을 몰아온 탓이다. 그해 12월 아베 신조 정권이 재탄생한 배경에 그 일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계를 보면, 방일 한국인보다 많던 방한 일본인 수가 역전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12년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2015년 12월 28일)에 체결한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놓고 현재의 양국 정부가 견해를 달리 하고 있어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나카야 유미코 씨의 한국어 공책.
▲ 한국어 쓰기 공책 나카야 유미코 씨의 한국어 공책.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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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가 차가운 악조건에서도 한국어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한국인이 있다. 진실된 마음으로 일본인들과 소통하면서 한국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한국인이다.

주인공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 있는 무지개한국어학원과 (주)시나부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임문택(44) 대표다. 대전광역시 출신으로 대전 서일고교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교 외국어학부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으며 21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무지개한국어학원에는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드라마)이나 영화, 노래를 접한 계기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한국의 생활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일본인 수강생이 80여 명 있다.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을 체험하기도 한다.

임문택 대표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두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너무 어려울 듯하다"면서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어 양국이 오해하고 달리 해석하는 역사 문제를 서로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우익 쪽의 사고가 보편화될 듯하여 걱정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게 교류하면서 자신이 느낀 한국과 일본을 후세에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임문택 대표는 "처음에는 일본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지만 일본에 와서 겪어보니 학교에서 교육 받은 일본과 많이 달랐다"면서 "그래서 지금 일본에 와 있는 건지, 한국에서 사는 건지 잘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삿포로 무지개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
▲ "한국어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삿포로 무지개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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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임문택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임문택 선생님 이력이 궁금합니다.
"제가 일본에 처음 온 것은 1996년 10월 5일입니다. 일본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했던 컴퓨터를 바탕으로 일본의 컴퓨터 관계 시스템과 관련지어 경험을 쌓고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 2002년에 일본에서 한국어 붐이 일어났다면서요?
"2002년에 일본 회사에서 IT 관련 업무를 하던 중 삿포로로 발령을 받아 2년 계약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 당시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흥행하면서 한국어 붐이 일어났습니다."

- 어떻게 해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나요?
"회사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돌아가 일본어 강사가 되는 것보다 일본에 남아서 한류 붐을 활용해 앞으로 한국을 더 깊이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2009년에 한국어를 교육하는 (주)시나브로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삿포로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법인이었습니다."

- 부업으로 시작한 한국어 강좌였군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여기저기 문화교실에서 강의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다니던 회사에 양해를 구해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를 설립해 보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2009년에 한국어교육을 주요  업무로 하는 법인 회사를 설립하여 그해 10월 5일에 개강을 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 수강생 나카가와 마치코 씨가 쓴 글.
▲ "한국어 배우고 있어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 수강생 나카가와 마치코 씨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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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수강생들은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주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거의 여성이며 주부들은 30대, 40대, 50대, 60대로 연령층이 다양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는 한류 붐에서 영향을 받은 데 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음악회에 가기도 하고 팬 클럽에 가입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합니다.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을 자막 없이 보고 싶다는 기대도 많이 합니다."

- 수강생들은 한국과 한국문화를 어떻게 바라봅니까?
"요즘 북한의 미사일이다 뭐다 해서 국제 정세가 어지럽습니다. 하지만 제 학생들은 그래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좋은 문화를 많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대전남부교회 청년부와 매년 교류하고 있습니다. 매년 11월엔 대전을 방문합니다. 삿포로와 대전은 자매도시거든요.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하는 조인식 이후에 삿포로 국제프라자가 주최한 대전광역시의 홍보도 제가 맡았습니다."

- 한국어 강좌는 어떻게 홍보합니까?
"예전에는 지역신문광고로 선전했지만 효과가 좋지 않아 요즘은 누리집(홈페이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합니다."

- 교재는 어떤 걸 사용합니까?
"입문 과정은 제가 만든 발음 교재를 사용합니다. 초급부터는 한국서 나온 교재를 활용합니다. 초급에선 문법을 중심으로 한 회화 연습 교재를 사용하고 중급과 상급은 한국에서 나온 교재를 활용합니다. '文法から学べる韓国語(문법으로 배우는 한국어)', '가나다 KOREAN', '아름다운 한국어' 등입니다."

-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하기 위해 학문적으로도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면서 5년 전에는 일본한국어교육학회에 가입하여 매년 논문 투고와 한국어교육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학회의 교수들과 한국어 교재 편찬을 준비 중입니다. 전공이 일본어다 보니 학회 활동에도 조금은 지장이 있어 한국의 경희사이버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을 공부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수강생들이 한글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 "한국 책 재미있어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수강생들이 한글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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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내용과 강좌 종류가 궁금합니다.
"입문 과정은 발음에 중점을 둡니다.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학습 목표로 합니다. 초급 과정에서는 문법을 중심으로 한 초급 회화를 지도합니다. 중급 과정에서는 문법을 중심으로 한 중급 회화를 지도하는데 한글 검정시험에도 대비해 줍니다. 상급 과정은 실전 회화라든지 작문, 소설 번역, 연속극 감상 등을 합니다."

- 한국 정부에서 측면 지원이라도 해 줍니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설 기관에 한국 정부의 측면 지원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국어학원 외에 어떤 사업을 합니까?
"인터넷 쇼핑몰 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인터넷으로 한국의 전통상품을 일본에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대천김과 인삼, 전통 식기를 판매합니다. 이익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한국의 좋은 상품이 일본인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전통 제조 참기름과 고춧가루, 전통 한과도 홍보하고 싶지만 아직은 판매를 하기가 힘듭니다. 한국어를 활용하든, 한국 전통상품을 활용하든 일본에 한국을 전하고 싶습니다."


태그:#일본어, #한국어, #한류, #홋카이도,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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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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