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부산영화제 외압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 나와 피해자 조사를 받은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언회
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 집행부 선출을 위한 추천이 오늘(26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영화인들과 영화단체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추천하기로 대략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동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부산영화제 사태가 해결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부산영화제는 앞서 지난 19일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위촉을 위한 후보자 공개 추천 공지를 올렸다.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영화제 측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추천 기준으로 ▲ 변화하는 세계영화산업 전반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비전과 발전 방향을 수립하여 세계 정상급 영화제로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자 ▲ 영화단체 및 영화산업 등에 관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자 ▲ 국내 및 해외 영화인과의 네트워크 경험이 풍부한 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영화단체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부산영화제 탄압의 상징적인 존재인 데다 복귀가 정상화의 실마리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는 단체들의 철회를 위해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이사장이 돼야 한다는 것에 영화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흐름이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 정상화는 YTN이 아닌 MBC 모델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가 해직자였던 최승호 피디가 사장이 돼 방송 정상화의 단초를 이뤄냈다면 YTN은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논란 대상자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부산시장에 의해 쫓겨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복귀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의미다. 최근 만난 영화인들도 "이용관 전 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지 않냐"며 추천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동안 복귀 거부 의사를 밝혔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인들의 강력한 복귀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필요한 책임은 지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공모가 시작된 상태에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복귀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에 추천을 통해 이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받아들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와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방해가 예상되지만 영화계의 의지를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인은 "서 시장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면서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 시장의 뜻을 이행할 이사들도 부시장 등 부산시 공무원 외에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 관변단체 동원해 엉뚱한 인사를 추천할 가능성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집행위원장 선임은 이사장에 맡겨야' 의견
▲ 2017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전경.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사장과 동시에 선임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이 영화인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영화계 일부에서는 이사장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사장이 먼저 결정된 상태에서 이사회를 통해 추후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게 새로운 이사장의 권한을 존중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단체 관계자는 "지역 영화인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져.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새로 선임되는 이사장에게 집행위원장 선임권을 줘야 한다"면서 "이사장이 집행위원장 선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빙벨> 제작에 참여하고 <자백> <공범자들>을 배급했던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에 영화계 내부의 이견이 없는 만큼 이사장을 먼저 선임하고 이사장이 이사들과 협의해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방식이 낫다고 본다"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영화계가 요구하는 제도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과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의 복귀 등에 이사장의 역할이 필요한 상태에서, 이사장의 운신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공동집행위원장 선임 등의 여러 의견도 있으나 이사장에게 고민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맡겨주자는 것이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지난 20년간 영화제 준비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사장을 맡을 경우 집행위원장 선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2018년 행사 준비에 큰 차질은 없으리라는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5년에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이 선임될 당시에도 7월에 임시총회를 통해 임명됐다.
이에 대해 인사추천위원회 한 관계자는 "일단 공식적인 제안이 들어온 게 없어 말하기 어렵지만, 절차를 거쳐 제안이 들어올 경우 내부에서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한편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추천은 26일부터 1월 5일까지 11일간 추천을 받는다. 영화단체나 개인이 추천할 수 있다, 추천양식 및 접수방법은 부산영화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이 중에서 후보자를 선정해 1월 중 이사회에서 논의한 후 2월 27일로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