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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무성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최고위원.
 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무성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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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방북) 그전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소위 자주적 균형외교는커녕 널뛰기 편향외교 하다가 이 모양 만들었는데 그 얘기는 왜 안 하셨어요?" (이재명 성남시장)

"왜 얘기를 안 해요. 외교 잘못됐고, 예를 들면 국정 운영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죠. 제가 한 얘기들을 한번 찾아보세요." (남경필 경기도지사)

"지금처럼 하지 않으셨다고요. 박근혜 지키기 위해서 출마하신다면서요." (이재명 성남시장) 

"그건 선거 때 했던 얘긴데. 지금 쑥스럽게 하지 마십시오. 그건 제가 실수했다고 얘기했잖아요." (남경필 경기도지사)

1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성과를 평가 절하하던 남경필 지사. 대담 상대자로 출연한 이재명 성남 시장은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남 지사가 유세장에서 했던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고, 그 즉시 남 지사는 말까지 더듬으며 당혹해했다.

"실수"였다거나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거나. 대개 이런 식이다. 무릇 말로 흥하고 말로 쇠하는 게 정치인 아닌가. "실수"라고 눙칠 게 아니다. 그리고는 절치부심 더 높고 냉정한 잣대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 이제 고작 '촛불 1년'이요,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제아무리 지난 1월 바른정당 창당 당시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며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들, 국민들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6월 "박근혜를 지키겠다"던 구호를 외쳤던 남 지사와 같은 '공범자들'이 지금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이날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 외교를 비판하고 깎아내렸던 남지사야말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가능케 했던 보수 정권의 과오를 제대로 반성하고 절치부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MB와 적폐 청산과 관련된 남 지사의 시각이야말로 지금 현역 보수 정치인들의 스탠스를 대변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적폐청산 하는 절차 계속해야 됩니다. 그러나 예를 들면 다스 소유주가 누구 거냐 이런 거 밝히는 거 좋아요. 좋습니다만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런 얘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추미애 당 대표가 나서서 말씀하시고 어제는 안민석 의원이 어디 뉴스에 나가서 'MB 아마 구정 전에는 포토라인에 설 겁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바로 정치공세고 정치보복으로 보인다는 거니까 그냥 수사기관이 잘하도록 맡겨 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보복과 내로남불 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친이계 전·현직 수석 및 의원들과 송년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친이계 전·현직 수석 및 의원들과 송년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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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지사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뭐, 누구 건지 별 상관있겠어요?"라며 "밝혀지겠죠"라고 짧게 답했다. 이와 관련해 남 지사에게 지목받은 안민석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 지사가) '정치인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다"며 아래와 같이 물었다. 

"죄지은 MB 조사하라는 게 국민 뜻인데 왜 침묵해야 하나? 남경필 지사가 오히려 입장을 밝혀야 한다. MB 검찰 조사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순실 재산환수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스는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나?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하고 싶은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지사는 답하라!!"

안민석 의원의 직격탄이 가리키는 바는 어렵지 않다.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야당과 보수 세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오는 물론이요, 그 정권과 이익을 공유했던 과거 행태를 "실수"라며 '셀프 면죄부'를 발부하고 있는 데 대한 반문인 셈이다.

남 지사의 주장이, 작금의 '내로남불'도 딱 그런 꼴이다. 보수 정권이 저지른 불법과 위법, 과오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에 "정치 공세"나 "정치 보복"이란 프레임을 덮어씌운다. 당 대표나 현역 의원이 해선 안 될 말이라며 또다시 '정치' 공학에 가까운 프레임을 덧씌운다. 철저한 반성은커녕 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나 적폐 청산 작업에 반발하는 논리가 고작 "정치 보복"이요, 자그마한 흠집도 '내로남불'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jtbc <썰전>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00년대 천막당사를 펼치며 장외투쟁을 벌였던 것과 같은 (비록 퍼포먼스라 할지라도) 반성의 제스처도 없는 작금의 자유한국당 세력에 대해 "해산이 답이다"라고 일갈한 것도 그래서다. 철저한 반성은커녕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정치공세에 몰두하는 작금의 보수는 미래도, 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형평이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주구장창 이러한 "정치 보복"과 같은 수사(修辭)를 반복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와 당시 '검찰 조사'는 현 정부의 MB 국정원 조사나 국민적인 유행어가 된 "다스는 누굽겁니까?"라는 물음과는 층위가 다르다는 사실이 적폐청산 TF의 조사 결과와 연이은 검찰의 관련자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시절의 '적폐' 운운하며 '정치 보복'과 같은 수사를 들먹이는 MB와 MB 측근들, 그리고 그들의 '공범자들'에게 '정치보복'과 '내로남불'은 정권 교체 후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역이용한, 뒤집힌 거울상과 같은 프레임 전환용이자 절박함의 발로인 최후의 발악이라 할 만하다. 물론, 그러한 후안무치의 세력 중 으뜸이자 우두머리는 19일 생일과 함께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데이'를 맞은 MB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사현정과 적폐 청산, 그리고 MB의 국격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트리플데이를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친이계 전·현직 수석 및 의원들과 송년 회동을 위해 도착하자, "이명박 구속"을 외치는 시위대가 식당 담장 바깥으로 밀려난 채 피켓을 들고 있다.
▲ 담장 바깥에서도 그치지 않는 구호 "MB 구속"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트리플데이를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친이계 전·현직 수석 및 의원들과 송년 회동을 위해 도착하자, "이명박 구속"을 외치는 시위대가 식당 담장 바깥으로 밀려난 채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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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실소유자 문제는) 그건 나한테 물어볼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MB의 영상 인터뷰를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었다.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은 여전했다. 반면 그 뒤로 들려오는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시위대의 절규는 간절했다. '별일 없이 산다'는 듯 당당하게 18일 강남 모처에 '생일상'을 받으러 나타난 이명박 전 대통령. 

그는 집권 내내 부르짖었던, 그러나 정작 본인이 떨어뜨린 "국격" 운운했고, 역대 대통령 중 '최순실 게이트'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가장 '사익'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익이란 측면에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촌평을 남겼다.

그러면서 MB는 "갈등, 분열을 뛰어넘어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정치 보복" 프레임을 다시 한번 고수했다.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후안무치의 답변 그대로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19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MB가 어제 측근들과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국격'과 '국익'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거덜 낸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합니다. MB는 박근혜 국정농단의 뿌리입니다. 박근혜 당선을 '만들어 낸'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의 몸통입니다. 자원외교비리, 방산비리, 4대강에 다스 실소유 의혹까지… 수사해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칩니다.

우리 시대의 최대과제는 적폐청산입니다. MB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서 적폐청산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누구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정의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적폐청산에 예외가 있을 수 없고 시효가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맞다. 성어가 아니라면, 올해의 '사자'로 적폐청산을 꼽아야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17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00명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올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적폐청산이 올바르고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매해 연말 화제가 되곤 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중 긍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꼽힌 것은 실로 수년 만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지록위마'와 같이 우울하고 부정적인 어투가 담긴 사자성어가 한국사회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파사현정'은 그런 의미에서 촛불 혁명으로 교체된 정권과 새 시대를 반영하는 올해의 성어인 셈이다.

이 적폐청산의 기로에 정해진 기한은 있을 수 없다. 올해 말까지, 내년 2월까지 MB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목표일 수도 없다. '적폐'의 상징이자 그 시발점인 MB가 더 이상 "국격"과 "국익" 운운할 수 없는,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 세력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이대지 못하는 바로 그때가 바로 기한이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나서서 훨씬 더 철저하고 빈틈없는 수사를 검찰에게 촉구하고, 언론을, 여론을 추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파사현정'을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재명 시장의 말마따나, 죄지은 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국격이자 현시대에 필요한 국익이라는 사실을 '촛불 1년'을 경험한 국민들은 이미 체득하고 있지 않은가.    


태그:#이명박, #남경필,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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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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